ⓒXinhua경제 시험대에 오른 후진타오 주석이 올림픽 축하차 베이징에 모인 세계 정상을 맞았다.
후진타오 주석 표현을 빌리면, ‘중국인이 100년의 구상을 거쳐 마침내 개최한’ 것이 베이징 올림픽이다. 이만하면 별탈 없이 치러졌다고 평가해야 할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인에게,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중국 지도부에게 ‘100년의 꿈’은 그들의 의도대로 자국민에게 중화민족으로서 자부심을 회복시키고 국제 위상을 한껏 높인 성공 이벤트로 기록될 만하다. 1840년 아편전쟁 이래 100년이 넘게 서구에 짓밝히는 굴욕의 역사를 지닌 중국으로서는 지난 30년의 빛나는 성과를 세계 만방에 알려 과거의 영광과 자존심을 회복하고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서고 싶었을 것이다. 지난 30년간 연평균 9.7%의 고성장을 누린 중국은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국가가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빠르게 성장한 사례임은 분명하다.

지난 30년 동안의 개혁·개방 전략은 시장경제 체제와 공산당 일당 지배 정치체제라는, 기묘한 동거 체제를 꾸리면서도 성공한 듯하다. 그러나 이런 성공이 앞으로 30년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경제 성과로 통치의 정당성을 인정받으려 했던 1990년대 성장 만능주의 전략의 한계와 부작용이 너무나 도드라진 탓이다. 2035년께 경제 규모에서 미국을 추월한다(올 7월 미국 카네기 재단)는 따위의 ‘중국 위협론’이 서방세계에서 자주 불거지지만, 이른바 ‘성공의 역설’로 불리는 내재된 위기 요인을 제거하지 않는 한 중국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중국 지도부는 사회주의 이데올로기 퇴조에 따른 통치 이념의 공백 상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며, 지역 간, 도시·농촌 간, 계층 간 소득 격차에 따른 이른바 3대 격차로 사회통합의 위기를 맞았다. 평등을 지향하는 사회주의 나라가 지니 계수가 5에 이를 정도로 매우 불평등해졌다는 사실은 자본주의 나라에서도 용인되기 어렵다. 성장의 지속 가능성도 의문시된다. 저급한 생산구조와 자원 부족, 환경오염 등 성장의 지속성과 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중국 경제 전반에 도사린 것이다.

한반도에서 중국을 바라보는 심사는 복잡할 수밖에 없다. 중국이 질적 고도화에 성공해 욱일승천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경제 연관성이 높은 탓에 위기의 늪에 빠지는 것도 그렇다. 중국은, 중요하지만 고약한 이웃 아닐까. 그 이웃의 정상이 8월25일 한국에 짧게 왔다 갔다.

기자명 장영희 전문기자 다른기사 보기 cool@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