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라이프 스트리밍 서비스인 미국 Friend Feed.com(위)과 한국판 유사 서비스 위즈박스(wizbox.co.kr·아래).
웹 시대에도 기성세대가 있다면, ‘블로그’를 개인 미디어, 즉 세상을 위해 무언가 표현하고 발표하는 장이라 생각하는 이들이다. 그 결과 많은 블로그는 어깨에 잔뜩 힘을 준 길고 딱딱한 글로 가득 차 버려, 정작 글을 쓴 본인 외에는 아무도 읽지 않게 되었다. ‘펌 블로그’보다도 관심을 끌지 못하는 창작물이라니, 글쓴이 처지에서는 참 빈정 상하는 일이다.
반면 웹의 신세대, 그러니까 채팅으로 글쓰기를 배운 그들의 온라인 글쓰기는 약간 다르다. 가볍고 짧고, 개인적이다. 때로는 자기가 유명인사라도 된 양 사소한 디테일을 자랑스럽게 공개하고, 셀카 사진으로 페이지를 도배하기도 한다. 구세대라면 친구와의 1대1 만남에서나 주고받을 대사와 장면이 잘도 올라온다.

글쓰기는 결국 ‘커뮤니케이션’임을 본능으로 파악한 신세대다운 모습이다. 무엇보다도 그 커뮤니케이션은 종래의 블로그와 같이 보이지 않는 일반 독자, 그렇지만 알고 보니 몇 안 되는 불특정 소수를 향하지 않는다. 문맥도 어투도 마치 친한 특정 소수의 친구를 대하듯 한다. 그렇지만 참으로 영리하다. 불특정 대다수의 친구가 생긴 기분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으니.

웹 업계에서 요즘 뜨는 단어 ‘소셜’이란 바로 이러한 현상을 말한다. 우리가 웹에 무언가 타닥타닥 입력하는 행위 자체는 결국 누군가가 그립고, 또 누군가가 나를 알아주기 바라는, 소통을 추구하는 마음일 터이다. 결국 이 모든 행위와 현상은 ‘사회화’ 그 자체이다. 미투데이(me2day.net)에 수시로 자기 생각을 남기고, 사진을 찍는 족족 싸이(cyworld.com)를 업데이트하는 일은 모두 내가 살아 있음을 남기는 ‘라이프 로깅’ 행위이자, 또 그 살아 있음을 내 주위와 바라건대 불특정 대다수 친구에게로 흘려보내는 ‘라이프 스트리밍’ 행위가 된다.

‘라이프 스트리밍’은 요즘 뜨는 또 하나의 웹 2.0 유행어일 뿐이지만, 이렇게 온라인에서의 삶 관련 유행어가 흘러넘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우리는 온라인이라는 거대한 커뮤니티에 우리 현실을 비추기 시작했고, 우리 삶의 흔적은 그곳에 남아(logging), 그곳의 모든 삶과 범벅이 되어 흘러간다(streaming)는 변치 않는 사실 때문이다.

온라인이 모두를 나르시스트로 만들지만…

대표적 라이프 스트리밍 서비스이자 외국에서는 꽤 유행하는 FriendFeed.com을 보면 온갖 웹상의 서비스에 내가 남긴 흔적을 한꺼번에 모아 흘려보내듯 보여준다. 한국판 유사 서비스로는 위즈박스(wizbox.co.kr)가 있지만, 라이프 스트리밍 자체는 꼭 이러한 특정 서비스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블로그나 홈페이지를 나의 일거수일투족이 드러나도록 꾸미기만 하면 된다. 일반 블로그도 약간의 디자인 공작으로 나의 사진이나 북마크, 감정의 기록 등이 일괄적으로 표현되게 할 수 있고, 그곳에서 내 삶이 흐르고 있음을 느낀다면 바로 훌륭한 라이프 스트리밍이다. Lifestream blog.com에는 이러한 자가 라이프 스트리밍의 다양한 연구 성과가 많다.

온라인에서의 삶은 우리 모두를 조금씩은 나르시스트로 만들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어느새 영어 단어 ‘internet famous’가 신조어가 되어버렸듯이, 현실에서는 별 관심을 못 받는 평범하고 남루한 삶이라도 온라인상 불특정 다수의 친구에게 내 존재를 흘려보냄으로써, 우리는 이렇게 살아 있다고 논리적으로 증명하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엔터키를 누르는 속도만큼이나 서로서로 가까워진 줄 알았지만, 실은 자기 존재와 일상을 온갖 디지털과 온라인 도구를 통해 추스르지 않으면 못 견딜 만큼 외로워져 있구나 생각하니 조금은 쓸쓸하다.

기자명 김국현 (IT 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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