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해외 도피 중이던 정명석씨(왼쪽 두 번째)는 중국에서 체포돼 올해 2월20일 한국으로 압송됐다.

마침내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8월12일 서울지방법원 형사26부 배기열 판사는 정명석 JMS 교주(63)에게 징역 6년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명석이 여신도 3명을 성폭행한 사실을 인정했다.
1999년부터 세간의 화제가 된 정명석 교주의 신도 성폭행 사건은 한국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엽기 사건이다. 그동안 정명석 교주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여성은 1980년대 이래 꾸준히 나타났지만 그가 실제 재판에서 형을 선고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6개월 동안 진행된 이 재판에는 양측 증인만 18명이 출석했고, JMS(공식 명칭 기독교 복음선교회) 측 변호사 5명이 치열한 변론을 펼쳤다.

판결문에 따르면 5명 피해자의 기소 내용 가운데 2명은 준강간 유죄와 강간 무죄, 1명은 강간 유죄와 강간 치상 무죄, 1명은 강제 추행 무죄, 1명은 공소 기각 처분을 받았다. 일부 무죄 판결이 많은 것은 검찰이 만약에 대비해 여러 항목에 걸쳐 기소를 했기 때문이다. 한 사람 건이 공소 기각된 것은 피해자가 JMS 교단 측과 합의해 고소를 취하했기 때문이다.

징역 6년이라는 형량에 대해 신도와 피해자가 갖는 느낌은 크게 차이가 난다. JMS 신도는 여전히 정명석 교주가 성폭행을 하기는커녕 성관계 자체가 없었다고 믿는다. JMS 교단본부의 배재용 목사는 이번 재판 결과에 대해 “일부 무죄 판결이 나온 것은 다행이지만 유죄 부분은 인정하기 힘들다. 재판부가 인정한 증거 중에는 증거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있고, 고소인 쪽 진술도 진실하다고 볼 수 없다. 항소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배 목사는 “우리 신도들은 흔들림 없이 꿋꿋하게 총재님(정명석)을 믿는다. 오늘(8월15일) 벌어지는 세계평화예술축전에 많은 신도가 동요 없이 참여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2014년 출소 가능성

반면 피해자 고소인은 정씨가 20년 이상 숱한 여신도를 유린해왔는데 고작 6년뿐이냐며 분노를 터뜨린다. JMS를 탈퇴한 사람들이 만든 사이트 ‘엑소더스’에는 “미국에서는 최근 여성 4명을 성폭행한 전직 경찰관에게 징역 440년을 선고했다. 6년은 어처구니없다”라는 항의성 글이 올라왔다.
판결문에는 양형 이유에 대해 “63세의 고령이고 전과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메시아로 여기던 젊은 여자 신도들을 강간하는 등 수차례 성폭행한 것으로서 구체적인 범행 내용이나 수단·방법의 면에서 죄질이 극히 불량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6년형도 중형이라는 뜻이다.

한편 판결문에는 ‘피고인이 이 사건 피해자들 이외에도 유사한 방법으로 여성 신도 수명을 성폭행한 이유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당하여 패소 판결을 선고받아 확정된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정명석은 형사재판은 처음이지만, 그동안 여러 차례 민사소송 및 검찰 수사를 받아왔다. 하지만 소송이 하도 복잡하고 중간에 소를 취하하는 경우가 많아 도대체 정명석과 관련해 고소한 여성이 모두 몇 명인지 집계하기가 쉽지 않았다.

〈시사IN〉은 1980년대 이후 정명석에게 성폭행·성추행을 당하거나 성관계를 맺은 사람 가운데 경찰·검찰·법원에 진술 기록이 남아 있는 사례 22건을 정리해봤다(위 표 참조). 이 22명이 피해자의 전부는 아니지만 문서화한 기록이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고 신뢰할 만한 근거가 된다.
22건 가운데 10건이 법원(민사·형사 포함)에서 사실로 인정됐고, 민사 2건이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았다. 형사 사건으로 발전한 것은 2001년 이후 발생한 5건뿐이었다. 그 전에는 왜 형사 고소를 못했을까? 공소 시효가 문제였다. 현행 형법에는 강간의 경우 피해자가 가해자를 안 날부터 6개월 이내 소송을 걸어야 한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교단을 탈퇴하기로 마음먹는 데만 6개월 이상 걸린다. 자기가 피해자라는 사실을 깨닫고, 교단에 맞설 용기를 냈을 때는 이미 공소시효가 끝난 경우가 많다. 만약 공소시효가 좀더 길었다면, 소송 참여자가 늘어나고 정명석 교주의 형량도 더 늘어났을 가능성이 있다.
정명석은 만약 1심 판결이 확정되고, 가석방이 없다면 2014년 2월께 출소하게 된다. 재판정에 나타난 피고 정명석은 동년배에 비해 10년은 젊어 보였다. 피해자들은 2014년 이후에 일어날 일들을 걱정한다.

 

법원,검찰에 남아 있는 정명석 혐의 기록

 

 

 

 

 

기자명 신호철 기자 다른기사 보기 sh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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