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한향란‘단식 캠프’ 강사가 팔다리를 들고 흔드는 ‘모관운동’을 시연하고 있다. 참가자들의 눈빛이 진지하다.
옛사람들도 소식이나 단식의 가치를 잘 알았던 것 같다. 3800년 전에 세워진 이집트 피라미드에는 지금도 “사람은 자기가 먹는 것의 4분의 1만으로 살아간다. 나머지 4분의 3으로 의사가 살아간다”라는 비명이 남아 있다. 고대인의 상식이 이 정도였으니, 온갖 건강 정보가 범람하는 ‘인터넷 세상’에 사는 현대인의 지식은 물어보나 마나다.

최근 단식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웰빙 바람’에다 단식의 효능이 과학적으로 거듭 검증된 덕이다. 그러나 일말의 두려움도 없지 않다. ‘잘못하면 오히려 몸에 해롭다’는 소문 탓이다. 정치인의 단식도 거부감을 거든다. ‘초췌한 얼굴과 굳은 표정 그리고 병원 입원’ 등은 누가 봐도 단식을 위험하고 불안하다고 느끼게 만든다.

그러나 단식 전문가에 따르면, 단식은 본래 그렇게 불안하고 경직된 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즐겁고 부드러운 몸짓이다. 8월2~7일 ‘수수팥떡아이사랑’(수수팥떡·www.asamo.or.kr)이 서울 마리스타 교육관에서 개최한 〈가족 사랑 단식 캠프〉에서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간혹 고통스러운 순간이 번개처럼 찾아왔지만, 참가자들은 엿새 내내 유쾌하게 단식을 즐겼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단식 첫날(8월2일) 오후. 참가자들이 ‘절두산 순교지’가 내려다보이는 마리스타 교육관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두 명 이상 가족 18개 팀을 포함해 80여 명. 어린이가 끼어 있어서인지 강당은 소란했다. 입구에 써 있는 ‘생활수칙’이 눈에 띈다. “몸에 이상이 있을 경우 진행팀 또는 방 대표에게 바로 알린다” “단식 중 산야초 효소·죽염·생수 등을 정해진 만큼 꼭 챙겨 먹는다” “평소 몸에 나타났던 증상은 빠짐없이 알린다.” 수칙을 보고 나니 새삼 단식이 쉬운 도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린이 단식은 무모한 도전?

자기소개 시간. 이름보다 여기까지 오게 된 사연에 더 귀가 열렸다. “정신없이 살다가 모처럼 몸도 마음도 쉬려고 왔다.”(50대 남성) “아들의 아토피 피부염 때문에 왔다.”(30대 주부) “아이들이 뚱뚱하다고 놀려서 살을 빼고 싶다.”(10대 소녀) “결혼하기 전에 몸을 건강하게 가꾸고 싶어서….”(20대 아가씨)

ⓒ시사IN 한향란‘수수팥떡아이사랑’ 최민희 대표(가운데)가 평상(平床)의 이로운 점을 설명하고 있다. 평상은 춥지도 덥지도 않아야 제격이다.
나이·지역·사연은 제각각이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닷새간 단식을 해야 한다는 것. 어른들의 얼굴에 언뜻언뜻 긴장감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그렇지만 어린이들은 북적대는 분위기가 좋아서인지 연방 싱글벙글이다. 과연, 저 앳된 아이들이 어른도 견디기 힘들다는 단식의 고통을 이길 수 있을까.

수수팥떡 자료에 따르면, 단식은 물 이외에 일체의 음식을 먹지 않는 건강법을 말한다(그러나 수수팥떡은 위험성을 염려해 하루에 산야초 효소 30cc씩 3세 , 상쾌 효소 하루 두 번, 죽염 3cc씩 여러 번, 죽염수 10cc씩 다섯 번을 제공한다). 단식으로 몸이 실팍해지는 원리는 명료하다. 인체는 외부에서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하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스스로 그것을 채워나간다. 단식 후 근육과 지방에서 에너지를 얻는 식이다.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독소는 배설되고, 몸에 해로운 세균은 자동 소멸된다. 몸이 청결히 거듭나는 것이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수수팥떡 대표 최민희씨가 ‘자연 건강 6대 법칙 및 운동법’을 열강했다. 단식보다 가족 건강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다. 최씨는 건강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음식·운동·정서안정을 지목한 뒤 ‘자연 건강 6대 법칙’으로 평상(平床)과 경침(硬枕) 그리고 붕어운동과 모관운동, 합장합척운동을 꼽았다.

그녀에 따르면, 평상은 푹신한 것을 깔지 않고 딱딱하고 평평하고 춥지도 덥지도 않은 잠자리를 말하는데, 여러 모로 이롭다. 우선 앞뒤로 굽거나 비뚤어진 척추를 바르게 펴준다. 또 피부를 세게 자극해서 피부와 깊은 관계가 있는 신장이나 지각신경 기능을 활성화한다. 그 외 직·간접 이로움도 많은데, 효과를 보려면 평상의 두께가 3~4푼 정도 되고 폭이 75~90cm쯤 되어야 한다. 재료는 오동나무가 가장 좋지만 나왕이나 베니어판도 괜찮다.

 
경침은 딱딱한 나무토막을 반 쪼갠 것 같은 베개를 말하는데, 머리를 대지 않고 어깨와 머리 사이 목에 벤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사람은 무거운 머리를 척추 위에 얹고 있어서 경추골이 어긋나기 쉽다. 경침은 이처럼 어긋난 경추골을 바로잡아주고, 그 덕에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돕는다. 일설에 따르면, 경침을 베면 경추골 4번이 바로잡히면서 눈·안면신경·폐·간장·부신·심장·비장·코·두통과 관련한 질환이 모두 낫는다. “경침은 건강진단도 해준다”라고 최씨는 말했다. 경침을 벴을 때 저리고 아프면 어딘가 고장이 났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강의 후 참가자는 붕어운동과 모관운동 그리고 합장합척운동·등배운동을 실습했는데, 단식에 도움이 되기 때문인지 그야말로 최선을 다했다. 모관운동은 짐승이 누워서 네 다리를 펴고 덜덜덜 떠는 모습이었는데, 동작이 유별나 웃음부터 삐져나왔다. 의정부에서 왔다는 하방숙씨(68)는 “뭐 하나 놓치고 싶지 않다. 체중을 5kg 줄이는 것이 목표다”라며, 팔다리를 열렬히 흔들었다. 하씨뿐만이 아니었다. 모두 한 가지 목표를 향해서 맹렬히 발발 떨었다.

숙변을 배설해라

단식 이틀째(8월3일). 오전 일정은 새벽 5시30분부터 낮 12시까지 풍욕, 냉온욕, 산책, 관장 이론과 실습으로 짜여 있었다. 풍욕은 보약 같은 과정 중 하나. 풍욕 한 번은 150m를 질주한 효과를 나타낸다. 정맥과 림프관의 수축 운동을 돕고, 혈액순환을 거들고, 핏속의 독성 세균을 소멸시키기도 한다. 또 피부의 탄력을 강화해주고, 면역력을 높여주고, 간과 신장 등의 피로도를 낮추어준다. “풍욕 한 번으로도 암 환자의 고통이 주는 것을 내 눈으로 직접 봤다”라고 최 대표는 말했다. 냉탕 1분, 온탕 1분을 7회 반복하는 냉온욕도 용하기는 마찬가지다. 효과를 높이려면 냉탕에서 팔다리를 활발히 움직여주고, 아픈 곳과 굳은 곳을 꾹꾹 주물러준다(온탕에서는 가만히 앉아 있는다).

ⓒ시사IN 한향란참가자들이 배고픔을 잊으려 산야초 효소액을 희석한 물을 들이켜고 있다.
오후 4시30분. ‘노폐물과 질병’ 강의를 듣기 위해서 강당에 모인 참가자들의 얼굴은 세 끼를 내리 굶은 사람 같지 않았다. 초등학교 6학년 하나(서울)는 “이상하게 배가 고프지 않다”라고 말하며 히죽 웃었다. 건강한 아기를 낳고 싶어서 남편과 함께 왔다는 김윤정씨(35·광주)는 수수팥떡에서 나누어준 산야초 효소와 죽염수를 연방 들이켰다. 몇몇 사람은 멍하니 천장을 보고 앉아 있었는데, 누구 말마따나 배가 고파서 머릿속으로 부침개를 부쳐 먹거나 자장면을 비비고 있는지도 몰랐다.

강의 내용은 재미있었다. 최 대표는 과학적 설명과 여러 사례를 통해 모든 질병의 원인을 체내 노폐물에서 찾았다. 재미있는 사실은 대장(大腸) 곳곳에 숙변(배출되지 않고 쌓인 노폐물)이 있는데, 대장에 반사 부위가 있어서 숙변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발병 부위나 질환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숙변은 혈액을 탁하게 만들어 정상 세포의 기능과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어깨 근육이 뭉치고 손끝이 저리거나, 뼈가 쑤시는 것도 숙변 탓이다.”

적을 알면 공격은 쉬워진다. 더구나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만 있는 적이라면 더욱더. 단식과 겨자찜질·관장 등을 정성 들여 하면 놀랍게도 그 숙변이 배설된다(숙변은 사람 얼굴만큼 다양한데, 콜타르 같은 숙변이 있는가 하면 토끼똥 같은 숙변도 있다). 숙변이 배출되면 혈액순환이 원활해지고 면역력이 높아져 웬만한 염증성 질환은 다 낫는다. 〈단식〉을 쓴 웅전단식원 박정재 원장에 따르면, 단식은 △소화기관에 휴식을 주고 △건강하고 고운 피부를 만들어주고 △신경·두뇌 활동을 증진시키고 △가치관과 인성의 변화까지 일으킨다. 단식을 ‘칼을 대지 않는 수술’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단식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보식(체력 회복용 미음이나 죽을 먹는 것)을 잘해야 완성된다. 뜻밖에도 굶는 것보다 몸 회복이 더 어렵다. 단식 뒤에 보식을 잘못하면 오히려 몸을 망칠 수도 있다. 단식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고 믿어서도 곤란하다. 단식은 그저 ‘문제’ 해결의 한 과정일 뿐이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단식이 때때로 ‘양날의 칼’ 소리를 듣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5일 만에 3~10kg 감량하고 미소

단식 나흘째(8월5일). 용하게도 참가자들은 여전히 쌩쌩했다. 하나는 체중을 무려 3kg이나 감량했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딸의 아토피 피부염 때문에 참가한 김은숙씨(35·대전)는 “아직 차도가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30년 동안 질기게 기생하던 아토피 피부염을 이곳 단식 캠프에서 퇴치했다며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하방숙씨는 아직 숙변을 보지 못했다며 갑갑해했다. 다른 참가자도 사정은 비슷했다. 체중이 2~3kg 줄어 웃는 참가자가 있는 반면, 전혀 변동이 없어 안절부절못하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단식이 지속되면 우리 몸에서는 이른바 명현 현상이 나타난다. 과거에 아팠던 부위가 다시 아파오고, 발진이 일어나고, 약간의 복통과 설사까지 찾아온다. 항생제를 많이 쓰거나 연고를 많이 바른 사람은 각질이 우수수 떨어지기도 한다. 이번 단식 참가자에게는 어떤 현상이 나타났을까. 독특하게도 살을 찌우기 위해 단식을 하게 된 심현옥씨(35·서산)는 “아직 몸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다”라고 말했다. 생활 개선을 위해 참여한 채영석씨(46)도 비슷했다.

단식 마지막 날(8월7일) 오전. 마리스타 교육관 강당이 첫날처럼 시끌시끌했다. 짐을 다 꾸린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첫날의 비장함 대신 뿌듯한 미소가 감돌았다. 아들의 아토피 피부염 때문에 참가한 김성순씨는 “어젯밤에 아들이 한 번도 긁지 않고 잤다. 완치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다이어트를 위해 참가한 하방숙씨는 닷새간 3kg이 빠졌다며 “감량 목표 5kg의 60%를 달성했다”라고 흐뭇해했다.

아토피 피부염 탓에 목 부위가 울긋불긋했던 연주(8세)도 눈에 띄게 상태가 호전되어 있었다. 그런데 유독 하나(13)만이 축 늘어져 있다. 이유를 묻자 “아직 죽 한 그릇 못 먹었다”라며 아예 자리에 벌렁 누워버렸다. 몸무게 이야기를 꺼내자 얼굴에 슬쩍 미소가 번졌다. “닷새 동안 5kg 빠졌어요. 근데 그건 그거고 빨랑 죽 먹었으면 좋겠어요.”

캠프를 떠나기 직전 수수팥떡 신라영 교육상담국장이 또 한번 보식을 강조했다. “단식 시작 전의 감식과 본단식도 중요하지만, 보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식 후 첫 식사가 단식의 성공 여부를 가늠한다는 것이다. 보식은 단식 일수, 단식 때의 반응, 개인의 건강과 질병에 따라 다르게 실시한다. 매일 생수 2ℓ 이상 감잎차 400~500cc를 마시고, 풍욕과 냉온욕 등도 해야 한다. 과연 이들은 수많은 난관을 지나 단식을 완성할 수 있을까. 가벼운 걸음으로 마리스타 교육관을 빠져나가는 그들의 등뒤에 걸린 현수막에 쓰인 ‘내 몸이 희망이다!’를 기억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기자명 오윤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nom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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