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파의 특징 중 하나는 변방에 가면 더 고집스러워진다는 점이다. 종주국에서는 이미 버린 스타일을 변방에서는 여전히 고수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차 문화가 그렇다. 그중 하나가 일본인들이 마시는 말차. 녹차를 분말로 만들어서 물에 타 마시는 방식은 중국에서는 당·송 시대에 마시던 방식이었다. 이후 중국에서는 그렇게 마시는 건 차를 제대로 즐기는 것이 아니라는 비판이 일면서 사라졌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오늘날까지 이어졌다.

유럽도 비슷하다. 중국차의 수입이 어려워지면서 인도에서 차를 재배하고 수입하기 시작했는데 이후 중국차를 정통 방식으로 마시기보다 차를 섞어 마시는 방식이 일반적으로 자리 잡았다. 차를 섞고 가향을 해서 자극적으로 만든 차들이 유행하면서 은은한 중국차는 설 자리가 좁아졌다. 중동 지역에서는 차에 우유를 섞어 마시는 방식이 굳어져 차를 있는 그대로 마시는 방식은 거의 사라졌다.

한국의 차 문화도 비슷하다. 실용은 사라지고 형식만 남았다. 중국이나 일본은 차를 실용적으로 접근하는 데 비해 한국은 차 예절을 강조한다. 그러나 복잡한 차 예절은 일반인들이 차를 쉽게 접하는 데 방해가 된다. 또 하나 나타나는 고집은 차에 함부로 절대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일부 차 수입상들이 자신이 들여오는 차를 과대 홍보하고 다른 차는 비하하면서 차에 대한 배타성이 커졌다. 내가 마시는 차가 가장 좋은 차이고 다른 사람들은 속아서 사는 차라는 식이다.

중국의 공인 평차사 정진단 이루향서원 원장은 차 문화의 상대성을 강조한다.

중국의 공인 평차사(차의 등급을 평가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인 정진단 이루향서원 원장이 강조하는 것은 차 문화의 상대성이다. 그는 차 문화에 우월함과 열등함이 없고, 다양한 차 문화가 공존하며 차 문화 교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 원장은 중국 차인들을 초대해 선암사 같은 고찰에 가서 한국의 선방다례를 그들에게 소개하고 한국의 차인들에게는 중국 차예사들이 차를 내리는 시범을 보여주었다.

“과거의 차 권위만 따지는 건 비합리적”

정 원장은 또 중국의 가변적인 차 시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중국의 차 시장에서 두 가지가 중요하다. 하나는 워낙 다양한 차가 나오기 때문에 그 차의 성격을 알고 그에 맞게 마시는 법을 다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차 시장이 계속해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좋은 차가 계속 새로 나오기에 과거의 권위만 따지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라고 강조한다.

정 원장이 직접 운영하는 ‘안국동차관’은 차와 함께 중국의 풍류를 종합적으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전통한옥을 중국 소품을 활용해 인테리어했는데 한옥의 단아함과 중국 공예품의 정교함 그리고 화려함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특히 바닥에 중국 유명 서예가가 써놓은 차에 대한 시가 인상적이다. 고쟁 등 중국 악기를 연주하는 연주가도 연습실로 이용하기 때문에 중국 전통 차관의 풍류를 만끽할 수 있다. 한국향도협회 회장을 겸하고 있는 정 원장으로부터 직접 중국 향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매년 한·중 문화교류 활동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정 원장은 올해도 여러 행사를 맡았다. 4월에 주한 중국문화원에서 ‘한·중 향문화교류회’를 연 것을 시작으로 5월에 푸젠성(福建省) 무이산 무이산차엽연구소를 한국의 차인들과 함께 방문했고, 장시성(江西省) 여천시, 상하이 한국문화원에서 차와 향을 중심으로 한 전통문화 교류 행사를 가졌다. 10월에는 장시성 여천시에서 대규모의 문화교류 행사를 하고 11월 푸젠성 천주시에서도 행사가 예정되어 있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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