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속 미술-행복의 나라〉전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역사는 반복된다’에서는 사회 모순이 반복되면서 민중미술의 형식 역시 반복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2부 ‘이면의 도시’는 도시 빈민의 이야기를 민중미술 작가들이 어떻게 작품으로 풀어내는지 설명한다. 3부 ‘행복의 나라’는 대중문화가 사회를 어떻게 왜곡하는지 고발한다. 주목할 것은 작품의 전시 방식이다. 민중미술사를 연대기로 전시하지 않고 주제별로 묶었다.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서울시립미술관 신은진 큐레이터는 “작가들이 서로 다른 시대에 작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기시감을 느낄 수 있다. 작가의 나이 20대 중·후반부터 30대 초·중반에 했던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정제되지 않은 에너지를 보여준다. 그런데 수십 년 뒤 그 또래 작가들이 똑같은 방식으로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저항예술제 in 성남>에는 박근혜 대통령 이미지를 사용한 작품이 많이 전시됐다.

1부 ‘역사는 반복된다’에서는 역사적 사건을 우리가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를 고찰한다. 사회적 사건에 대한 기억이 극복되지 못하고 집단 트라우마가 되거나 극복되어 추억이 되는지, ‘기억의 정치학’을 살핀다. 40대 노순택 사진작가와 30대 홍진훤 사진작가가 기록한 사진을 대비시킨 ‘싸움은 연결되어 있다’는, 관점에 따라 어떻게 기록 사진에 차이가 나는지 보여준다.

2부 ‘이면의 도시’는 ‘도시빈민 잔혹사’에 해당한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철거당한 빈민들을 찍은 김동원 감독의 ‘상계동 올림픽’(1988), 봉천동과 상왕십리 등 서울의 재개발 지역을 찍은 플라잉시티 팀의 사진(2003·2005), 지금 철거가 진행 중인 종로구 무악동 옥바라지 골목에 대한 리슨투더시티 팀의 ‘옥바라지 골목’ 연작을 대비해 보여준다. 김인순 작가의 ‘그린힐 화재에서 스물두 명의 딸들이 죽다’(1988)와 여성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실태를 고발한 믹스라이스 팀의 작품 ‘손들’(2005)도 여성 노동자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고발한다.

3부 ‘행복의 나라’에서는 오윤 작가의 ‘마케팅2 발라라’(1980), 주재환의 ‘몬드리안 호텔’(1980), 박찬경 작가의 ‘이미지의 삶과 죽음’(1992), 배영환 작가의 ‘유행가:5월의 노래’(1999), 홍성민 작가의 ‘7 Characters in Andalou’(2004) 등의 작품을 통해 소비 자본주의의 포로가 된 민중이 가상의 행복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미술평론가 최열씨가 1980년대 학생운동 진영에서 활용한 걸개그림을 찍은 사진으로 만든 영상물도 인상적이다. ‘두렁’ ‘둥지’ ‘청년미술공동체’ ‘경희대 그림패 쪽빛’ ‘서울대 에루화’ ‘대동그림연구소’ 등 민중미술 동인들이 그린 작품을 찍은 사진으로 구성되었다. 이 밖에 신학철·임옥상·김정헌·민정기 등 민중미술계 거장들의 서사적이면서도 서정적인 그림을 볼 수 있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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