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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이 수상하다

이숙이 편집국장 sook@sisain.co.kr 2016년 04월 25일 월요일 제4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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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술인 얘기를 언급한다고 불편해할 분도 있겠지만, 건네 들은 얘기가 못내 찜찜해 “이런 얘기도 있더라” 수준에서 공유코자 함이니 양해해주시길 바란다.

   
 

지인이 올해 초 한 역술인을 찾았다가 “내년(2017년)엔 돈이 없어 손가락 빨겠네”라는 소리를 들었단다. 부부가 의사인지라 내심 황당해하며 “남편이 해외 연수를 갈까 해서 고민 중”이라고 했더니 “어차피 돈이 안 들어올 테니 연수 가서 공부하는 게 낫겠다” 하더란다. 긴가민가하며 자리를 털고 나오려는데 등 뒤에서 들려오는 역술인의 혼잣말이 귀에 꽂혔다. “이상하다. 왜 요즘 오는 사람들 열 명 중에 여덟아홉이 2017년에 돈이 없다고 나오지?”

수다 자리에서 웃고 흘렸을 법한 이 이야기가 자꾸 머릿속을 맴도는 건 아마도 대한민국 경제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여러 징후들 때문일 터이다. 취업난이 심각하다는 건 이미 오래된 얘기고, 이제는 있던 일자리에서 쫓겨났거나 머지않아 쫓겨날 지경이라는 아우성이 대세다. 지표로만 봐도 그렇다. 각 기업들이 공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재계 1위 삼성은 계열사 매각 등의 구조조정으로 지난해 1만3600명 이상의 직원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고, SK·포스코·두산·금호아시아나 등 재계 서열 상위권의 고용 인원도 줄줄이 마이너스다. 이번 주 내내 언론을 장식한 현대중공업의 3000명 구조조정설이나,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체 하청회사들이 밀집한 거제·통영·고성 등지에서 이미 임금을 체불당한 노동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은 안타까움을 넘어 공포를 자아낸다. 조선업계가 시작일 뿐, 구조조정의 태풍이 쓰나미처럼 대한민국을 휩쓸 기세다. 강남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한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그나마 월급쟁이들은 심각한 걸 늦게 감지하는 편이다. 자영업자들은 벌써 오래전부터 큰일 났다고들 난리다. 평일 점심때도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이 크게 줄었다. 휴일에 문을 열었나 착각할 정도다. 비정규직들은 7000원짜리 점심은 엄두도 못 내고 편의점 도시락이나 김밥으로 때운다. 구조조정 광풍이 불면 자영업으로 등 떠밀리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새로 시작하는 사람이나 이미 하던 사람이나 다들 참 걱정이다.”

이 와중에 나라 경제를 앞장서 걱정해야 할 전경련은 어버이연합에 억대의 뒷돈을 대고, 정부는 국민이 낸 피 같은 세금을 각종 극우·친정부 단체에 지급하겠다고 하니(38~41쪽 관련 기사 참조), 속이 뒤집히고 없던 혈압도 올라갈밖에. 민심이 총선에서 야당을 택한 것도 이런 경제 실정에 대한 경고의 의미가 클 텐데, 위의 역술인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부디 2017년에 열 명 중 여덟아홉 명에게서 돈이 마르지 않기를 소망한다. 형형색색 꽃잎이 흐드러지는 봄, 가족·연인·친구와 함께 혹은 혼자서도 가볼 만한 전국의 주요 게스트하우스를 이번 호 별책부록으로 만들었는데, 보내는 마음이 썩 편치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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