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릭의 동방기행>오도릭 지음정수일 옮김문학동네 펴냄

여행가가 직업이 되고 여행서가 베스트셀러가 되는 시대다. 여행서에는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와 사회와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담기지만 주로 여행 중 전해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기 때문에 오류가 많다. 말하자면 여행서는 이해의 집합이 아니라 오해의 산물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최초의 여행가들과 이들이 쓴 여행서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오도릭의 동방기행〉은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이븐 바투타의 〈이븐 바투타 여행기〉와 더불어 세계 4대 여행서로 꼽힌다. 베네치아의 프란치스코회 소속 수사 오도릭이 아라비아 해와 벵골 만을 거쳐 중국에 가서 초원길과 서역을 통해 다시 베네치아로 돌아온 여정을 담았다.

〈오도릭의 동방기행〉 역시 오해의 산물이다. 700년 전 여행서지만 비판적 읽기를 해야 한다. 여행지에서 송사에 휘말려 마호메트를 모독했다는 이유로 목숨을 잃은 수도사 네 명의 이야기를 전하는데, 철저하게 서양 기독교도 시각에서 상황을 해석한다. 흔히 말하는 ‘오리엔탈리즘’의 징후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오도릭의 동방기행〉은 동방에 대한 ‘지적 개안’을 이루는 데 기여했다. 지금의 기준으로는 오해지만 그때는 이해를 넓히는 데 기여했다. 이것이 우리가 여행을 가고 여행서를 읽는 이유일 것이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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