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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와 떠나는 아주 특별한 여행

블로그에는 론리플래닛보다 더 친절하고 정교한 ‘길 안내’가 가득하다. 낯선 만남과 정겨운 풍경이 빼곡한 여행기를 읽다 보면 어느새 발바닥이 근질거린다. 그 가운데 우리 등을 떠미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오윤현 기자 noma@sisain.co.kr 2008년 07월 29일 화요일 제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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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한향란
블로거의 여행기를 읽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바다와 산, 유적지와 다른 나라에 가 있다.

여행자들에게 블로그는 구글 어스(earth.google.com)와 론리플래닛(www.lonelyplanet.com)보다 더 정교하고 친절한 지도이자 길라잡이다. 만화경처럼 그 안에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이제껏 보지 못했던 세상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 가운데 여름 휴가에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추려 싣는다.
 
   
ⓒ김천령
보호각을 걷어낸 뒤 미소를 되찾은 마애삼존불.
▒ 더 신비로워진 ‘백제의 미소’


몇 번 가본 여행지라도 동행자에 따라, 계절에 따라, 시간에 따라 그 느낌이 달라진다. 최근 보호각을 걷어낸 서산 마애삼존불은 더욱더 그렇다. 여행 전문 블로거 김천령씨(neowind.tistory.com)가 되살아난 ‘백제의 미소’를 만났다.
 <오랜만에 함께 떠나는 여행이다. 애초 변산으로 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일행 중 한 분이 뜬금없이 “서산마애불을 보고 싶다”라고 하자 모두 맞장구를 쳤다. …10여 년 전, 가야산 자락의 마애삼존불을 찾아가던 두근거림이 아직도 느껴진다. 첫날밤 신부의 옷고름을 쑥스럽게 푸는 심정이었다. 당시에는 마애삼존불을 보호하는 전각이 있었다. 이 보호각을 지난 7월1일 완전히 들어냈다.

6세기 말~7세기 초 유물로 추정되는 마애삼존불은 1400여 년 이상 비바람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었다. 1965년 자연으로 인한 훼손을 막기 위해서 문화재청이 보호각을 씌우면서 ‘백제의 미소’가 사라졌다. 그 미소를 찾으려 서산마애불에 전등을 비추곤 했다. … 43년 만에 되살아난 백제의 미소. 가운데에 본존인 여래가 있고 왼쪽에 보살상, 오른쪽에 반가상이 있다.

 …햇빛이 비치는 마애삼존불의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하다. 그리고 햇빛의 방향에 따라 표정이 시시각각 바뀐다. 바위에 생명을 불어넣은 것만 해도 대단한데, 미소까지 살아 있으니 경이 그 자체다. …여행자는 오래 머물고 싶었다. 그러나 해가 떨어지면 더욱 신비로울 마애삼존불과 애써 작별을 고해야만 했다. 첫날밤을 치르고 먼 길 떠나는 새신랑처럼 복잡한 마음에 쉬이 발걸음을 뗄 수 없었다.>


   
ⓒblog.daum.net/b-pyung
비 오는 날 기차에 오르면 흐린 풍경조차 아름답다.
▒ 기차에서 보는 ‘비 오는 날의 수채화’


멀리 떠나야만 멋진 여행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집 근처 오솔길 산책이나 등산도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멋진 추억이 된다. 블로거 길손(blo g.daum.net/b-pyung)은 그 점을 잘 안다. 그가 비 오는 날 문득 기차에 올랐다.

<며칠 동안 습기 머금은 무더위가 기승이더니, 지금은 태풍이 북상하며 퍼붓는 비바람이 여행객의 발목을 붙잡는다. ‘먼’ 계획들을 버리고 평소 마음에 두고 있던 열차 여행을 나선다.
경원선. 1914년에 개통된 철도로 용산~원산을 운행하던 열차이지만, 분단 후 용산역~신탄리역을 운행하다가, 최근 의정부에서 소요산역까지 전철이 다닌다.

숱한 사연이 오르내렸을 객차에 오르자 비바람이 마음을 흔든다. 객차는 깔끔하다. …푹신한 자리에 앉으니, 적당한 소음과 진동이 길손을 애무한다. 주말 낮이지만 굳은 날씨 때문인지 신탄리역에는 인적이 없다. 역무원과 나, 그리고 열차만 서 있다. 심심해지려고 할 즈음 방송이 흐른다. “이 열차는 신탄리역을 출발하여 동두천역에 도착하는 통근 열차입니다. 지금 출발하겠습니다.”

…흔들거리는 열차 안에서 차창을 때리는 비를 보고, 빗소리를 듣는다. 들판은 짙은 초록이다. 후다닥 지나는 일상과 달리, 기차 밖 풍경은 빠른 듯하다가 일순간 느슨해진다. 한산한 건널목 풍경에, 흔들리는 듯한 초록 논밭에 기분이 상쾌해진다. 할 일 없이 빈둥거리는 여행, 참으로 오랜만에 한껏 게으름을 피워본다.

동두천역에서 하행 열차에 몸을 싣는다. 회귀. 오던 길로 돌아간다. 길은 그대로지만 상행의 설렘에서 하행의 여유로 마음이 한결 느긋해진다. 1시간30분의 여행. 신탄리역. 아직도 비는 계속 내린다. …그저 길의 소리가 좋고, 차창 밖 흐린 풍경이 좋고, 푸름이 좋고, 지나치는 사람이 좋다.>


   
ⓒblog.naver.com/wyoung0124
캠핑카에서의 행복감은 한밤에 극에 달한다.
▒ 한밤의 유혹, 캠핑카


여행에도 유행이 있다. 요즘 유행은 캠핑카다. 발원지는 동해 망상해수욕장의 오토캠핑장. 블로거 테디베어(blog.naver.com/wyo ung0124)가 얼마 전 그곳을 다녀왔다.
<캠핑카를 타고 떠나는 여행은 많은 여행자의 로망이다. 게다가 바닷가에서 타고 즐기는 캠핑카라니…. 망상오토캠핑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캠핑카들은 바닷가에 접해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식사도 하고 텔레비전도 보는 테이블과 의자가 있다. 테이블을 접고 쿠션을 펴면 더블 침대가 된다. 식기는 기본이 4인이며, 테이블 반대편에 1인용 침대가 두 개 놓여 있다. ‘주방’에는 가스레인지도 있고, 전기밥통도 있다. 게다가 자그마하지만 냉장고까지 있다.

…밤이 되니 분위기가 더욱 낭만적이다. 주변의 은은한 조명과 멀리 바다에 떠 있는 오징어잡이 배의 집어등 불빛 덕이다. 마음이 살짝 달떠오른다. 한쪽에는 바비큐 파티를 하는 가족이, 다른 쪽에는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연인과 가족이 보인다. 모두 흥이 난 모습이다. 이른 아침, 캠핑카에서 나와 5m쯤 나가자 푸른 바다다!

망상오토캠핑장, 여행을 좋아하고 아이가 있는 가족에게 적극 권하고 싶다. 예약은 묵고 싶은 날짜가 되기 전달 1일 0시 정각에 할 수 있다. 10분도 안 되어 캠핑카가 동이 나므로 서둘러야 한다. 캠핑카가 없다고 섭섭해할 필요는 없다. 인근에 제법 세련된 야영장과 숙박 시설이 있으니, 자신의 여행 스타일에 맞게 예약하고 떠나면 된다. 고고!>


   
ⓒrussiainfo.co.kr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 있는 바실리 사원.
▒ 꼭 봐야 하는 모스크바 10경


러시아는 비교적 가까운 나라지만 동남아시아에 비해 우리나라 여행자들의 발길이 뜸하다. 그 점이 아쉬운지 모스크바 거주 블로거 끄루또이(russiainfo.co.kr)는 자주 러시아의 문화·유적·생활 등에 관한 글을 블로그에 올린다. 그 중에 한 가지.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는 거대한 박물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만큼 볼거리가 풍부하다. 문제는 대부분의 관광객이 붉은 광장 정도만 돌아보고 쇼핑에 열중한다는 점이다. 만약 그대로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실수도 그런 실수가 없다. 모스크바 방문시 꼭 봐야 할 명소 열 곳을 소개한다.

① 붉은 광장·바실리 사원·굼 백화점:붉은 광장에는 그 유명한 레닌 무덤과 크레믈 성벽과 탑들이 있다. 광장 끄트머리에는 오락 게임 테트리스에 등장하는 바실리 사원이 있다.
② 크레믈·무기고:크레믈은 러시아의 정치적 심장부이자 과거 슬라브 정교의 중심지였다. 모스크바 중심부에서 약 26만㎡의 크레믈 내부 건물들은 과거 차르(황제)와 정교 대주교가 거처한 곳이다. 크레믈 무기고에는 16세기 이후 무기나 갑옷을 만든 대장간이 있고, 예카테리나 2세의 마차와 398캐럿 다이아몬드 왕관 같은 금은 제품이 있다.
③ 트레티야코프스카야 갤러리:모스크바 라브루시니 페레울룩 10번지(지하철 트레티야코프스카야 역)에 있는 화랑으로, 세계 최고의 회화 작품을 볼 수 있다. 러시아 이콘과 러시아 혁명 전 예술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④ 아르바트 거리:프랑스의 몽마르트르 언덕에 비견되는 예술의 거리로 신·구 거리로 나뉜다. 도스토예프스키·고골리·차이코프스키·푸슈킨 등이 머물며 낭만을 즐기던 곳이다.
⑤ 노보데비치 수도원:‘세계문화유산’으로 모스크바 강 인근에 있다. 러시아 유명 작가들과 조국 전쟁 당시 사망한 장병들, 러시아 출신의 위대한 학자들의 무덤이 있는 곳이다. 성화상(聖畵像)이 많으며, 스몰렌스크 대성당·표트르 성당·대종루(17세기 건립)와 1km에 달하는 웅장한 성벽 등 아름다운 건축물이 즐비하다.
⑥ 유리 가가린 동상:레닌 대로의 가가린 광장(지하철 레닌스키 프로스펙트 역)에 가면 흡사 로봇 태권V를 연상케 하는 입상이 보인다. 바로 세계 최초(1961년)의 우주인 가가린 동상이다. 순수한 티타늄으로 제작되었는데 전체 높이가 30m나 된다.
⑦ 승리 공원:지하철 파르크 파베드 역 근처에 있는 공원으로 2차 세계대전을 기리려 조성되었다. 전쟁박물관 등이 있어 다양한 전시물을 볼 수 있다.
⑧ 푸슈킨 미술박물관:불혼카 거리(지하철 크로포카스카야 역)에 있는 박물관으로 인상파와 후기인상파 작가들의 유명 작품이 걸려 있다. 르네상스 시대 가톨릭 관련 그림들도 놓치면 후회할 볼거리.
⑨ 역사박물관:붉은 광장 입구에 있다. 러시아의 대표 박물관으로 붉은색 벽돌이 두드러진다.
⑩ 예수 구원 사원:1883년에 건설되었으나 1931년 파괴된 뒤, 1997년 모스크바 탄생 750주년 기념으로 복원했다. 불혼카 거리 15번지(지하철 크로포카스카야 역)에 있다.>


▒ ‘순례자의 길’에서 만난 롤란트

   
ⓒozikorea.tistory.com
39년째 설천장터에서 찐빵을 파는 ‘7학년’ 할머니.
여행에서의 만남은 또 다른 즐거움이자 행복이다. 배낭을 자주 꾸리는 블로거 눌산(ozikor ea.tist ory.com)은 그 사실을 잘 안다. 얼마 전에도 나제통문 근처에서 ‘맛있는 만남’을 가졌다.
<…얼마 전 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 설천장(2일·7일)에 다녀왔습니다. 오래전에 여행을 하다가 설천에서 맛있는 찐빵을 아주 맛있게 사먹은 적이 있는데, 마땅히 식당도 없고 해서 혹시나 하며 그 찐빵집을 찾은 거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더군요. 메뉴는 딱 두 가지, 감자떡과 찐빵입니다. 찐빵의 맛은 좋은 재료와 숙성 과정에 달렸습니다. 숙성이 잘된 찐빵은 식어도 맛있습니다. 아니, 식었을 때 더 맛있습니다.

39년 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주인 할머니의 연세는 올해 7학년(70세)입니다. 수줍어서 한손으로 입을 가리고 “7학년” 하시는 모습이 소녀 같습니다. 장터의 맛 하면 뭐니 뭐니 해도 푸짐한 인심이죠. 바로 건너편 좌판에서 꽈리고추 2000원어치를 샀더니, 덤으로 얹어주는 가지와 감자가 더 많습니다. 사라지는 것들이 많은 탓에 설천 장터의 찐빵 파는 할머니는 고귀합니다.
그렇다면 찐빵 맛은 어떨까요?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쫀득쫀득한 밀가루의 맛과 통팥의 씹히는 맛이 바로 옛날 찐빵 맛 그대로입니다. 아참, 감자떡아. 너도 맛있었어 ^^. 설천이 어디냐고요? 나제통문이 있는 동네입니다. 무주읍에서 15분쯤 거리죠.>


   
ⓒprettynim.net
‘순례자의 길’을 걷는 롤란트.
▒ ‘순례자의 길’에서 만난 롤란트

여행 작가 블로거 쁘리띠(prettynim.net/rss)도 길 위에서 사람을 자주 만난다. 2년 전 스페인의 ‘순례자 길’에서도 웅숭 깊은 오스트리아 사람을 만났다.
<2년 전 여름, 생일 기념으로 프랑스의 ‘생 장 피에 드 포르’에서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이어지는 ‘순례자의 길’을 걸었다. 시작할 때는 생일날 왜 사서 고생을 하나 싶었지만 금세 적응이 됐고, 한 달 동안 그 어느 때보다 평안하고 행복한 날을 보낼 수 있었다.

길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난 것도 큰 즐거움이었는데, 이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순례자는 롤란트라는 오스트리아 사람이었다. 알베르게(순례자 숙소)에서 종종 “왜 순례자의 길을 걷게 되었어?”라는 질문을 하곤 했는데, 롤란트의 대답은 특별했다. “내 마음의 소리가 순례자의 길을 걸으라고 했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걷는 길이라고 했다. 1990년대 어느 날인가부터 더 이상 돈을 벌지 않고, 채식주의자가 되어 세계를 여행했다고 했다. 그 이유가 궁금해 물으니 이번 대답은 더 특별했다.
“진실을 찾기 위해서.”

…그날 이후 며칠 동안 롤란트와 함께 걷게 되었다. 축지법을 배운 것처럼 하루에 50∼60km를 걸을 수 있는 그였지만 평균 25∼30km를 걷는 내 속도에 맞춰주었다. 그는 지루하다 못해 졸렸을 텐데도 내색하지 않고 항상 여유 있는 미소를 보였다. “아니따(필자의 스페인 이름), 30년을 사는 동안 나보다 많이 여행한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넌 정말 특별해.” “나도 지금까지 여행하는 동안 만났던 외국 사람 중에서 네가 제일 특이해. 하하하.”

그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인도의 한 유명한 구루(스승) 밑에서 몇 년간 수행했는데, 깨달음을 얻지 못하고 고향인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로 돌아왔단다. 우연히 사람들의 오오라(사람이나 물체에서 발산하는 靈氣)를 볼 수 있는 한 여성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그 순간 깨달음을 얻었고, 이번 여행이 끝나면 고향 근처에서 정착할 계획이라고 했다. 10년이 넘게 진실을 찾아 헤맸는데, 결국 깨달음을 얻은 곳은 모국 오스트리아였다며 피식 웃는다.

파울루 코엘류가 순례자의 길을 걸은 후 쓴 소설 <연금술사>를 보면 주인공인 산티아구는 보물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여러 험난한 과정을 거쳐 보물이 묻혀 있다는 피라미드까지 가지만, 죽을 고비를 넘기고 절망에 빠져 고향에 돌아오게 된다. 하지만 보물은 뜻밖에도 산티아구가 양치기였을 때 양들과 함께 자곤 했던 버려진 교회의 무화과나무 아래 묻혀 있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당신은 모든 걸 알고 있었잖아요? 내가 이 교회까지 올 수 있도록 금 조각까지 미리 맡겨놓고 말이에요. 미리 알려줄 수도 있지 않았나요?” 왕은 말했다.
“만일 내가 미리 일러주었더라면, 그대는 정녕 피라미드를 보지 못했으리니. 어땠나? 아름답지 않던가?”(<연금술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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