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이 허용된다.
인터넷 뱅킹. 편리한 서비스임에는 분명하지만, 과연 우리가 쓰는 인터넷 뱅킹 서비스가 최적화한 모습일지 한 번쯤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발전은 늘 자기를 돌아보는 일에서 시작하니까 말이다. 기술과 표준의 관점에서 이 현황을 되돌아본 국내 모임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모질라·오페라 등 브라우저벤더 주축의 ‘미래웹 포럼’이 있었는데, 최근 같은 주제를 정책과 사업 전개 면에서 바라보는 행사가 열렸다.

7월18일, 금융연구원이 ‘인터넷 전문은행의 도입 방안’라는 주제로 연 정책토론회장은 상당히 뜨거운 자리였다. 자금시장통합법 등으로 달라지는 금융환경 속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이 무언가 새로운 기회를 개척해주리라는 기대에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전문은행의 도입에 관해 학계 및 제2금융권과 이미 인터넷 뱅킹으로 지급결제 업무를 관할하는 기존 시중은행 간의 견해차를 다시금 확인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었다. 기득권을 둘러싼 공방전이 늘 인터넷에서 벌어진다는 점도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다.
시중은행은 현재의 인터넷 뱅킹이 ‘그럭저럭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현재 모습이 최선이라 생각하기 쉽다. 정말 그럴까? 가장 최근에 오픈한 일본의 인터넷 전문은행의 사례를 보자.

au라는 브랜드로 유명한 KDDI와 ‘미쓰비시 도쿄 UFJ 은행’이라는 복잡한 이름을 지닌 거대 은행이 이번 달에 공동 설립한 ‘지분(じぶん、)은행’의 면모를 보면, 혹하는 구석이 있다. 일단 자기가 스스로 은행이 된다는 설정을 휴대전화를 중심으로 구현한 사례인데, 비밀번호를 4자리로 간소화하고, 통신사 연계를 통해 계좌번호를 몰라도 전화번호만 알면 송금이 가능하게 했다. 여기에 인터넷 쇼핑 결제 기능도 간략하게 추가함으로써, 클릭 몇 번만으로 돈과 관련한 일을 끝내게 했다.

지금 우리의 인터넷 뱅킹은 어렵고, 번잡한 것이 사실이다. 어느 정도 디지털 리터러시(디지털 기술 활용 능력)를 갖춘 사람이라도, 공인인증서나 보안카드 등 복잡한 문을 열고 온라인의 창구에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은 제한되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경 쓰이는 것은 고객의 복잡한 사용감이 결코 거래의 안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도용 방지에 중요한 것은 관문의 수가 아니라 질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지분은행의 시도는 참신하다.

인터넷 전문은행 독자 생존 가능한가

인터넷 전문은행에는 이 외에 수수료 우대 등 다양한 유인책이 있지만, 결국은 가장 근본적인 부분에 승패의 열쇠가 달렸다. 누가 달라진 세상을 살아가는 고객의 바뀐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인데, 이러한 인터넷 전문은행들은 혁신적 발상으로 사용자 체험을 시도하는 데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사용자 체험을 뒤바꿀 가능성이 있는 사업자와 금융업 확장을 꾀하는 사업자가 손잡고 오픈하는 사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인터넷 뱅킹, 이렇게 되면 좋겠다’고 줄곧 생각해왔던 이들이 재야에는 많을지도 모르기에, 어떻게 고객의 눈높이에서 어필할 수 있을지 일발 명중시킬 확률이 커지는 셈이다.

그러나 금융연구원 토론회에서도 지적했듯, 그렇게 탄생한 인터넷 전문은행의 독자 생존이 가능할지는 초미의 관심사다. 그러지 않다면 이 귀중한 면허가 지급결제 업무를 탐내는 다른 업태의 보조 채널로 활용되고 말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 인터넷 전문은행의 원조 격인 재팬넷 은행이 8년 걸려 150만 계좌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흑자로 돌아섰음을 볼 때, 그 생존 자체도 쉽지만은 않음을 알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지금의 인터넷 뱅킹, 체험으로도 기술로도 부조리가 있다는 사실이고, 만약 이러한 과제를 시중은행이 풀지 않는다면, 오늘날 마치 신문을 포털에 가서 보듯이, 지급결제도 또 다른 전문 인터넷 업자가 도맡아 하는 날이 올지 모른다.

기자명 김국현 (IT 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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