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손혜원 홍보위원장은 ‘대중의 언어’로 소통할 줄 안다. 40년간 브랜드 네이미스트로서 업계 최고 자리를 지켜온 경력이 이를 방증한다. 진로 소주를 순우리말로 바꿔 참이슬이라는 브랜드를 내놓았고, 늘 자신의 휴대전화 배경화면으로 두던 신영복의 ‘처음처럼’을 소주 이름에 붙였다. 익숙한 것 속에서 포인트를 잡아냈다.

그런 그녀가 지난해 6월 새정치민주연합에 합류했다. 들어와서 처음 내뱉은 쓴소리도 “아파트 부녀회도 집값 떨어질까 봐 사람들 보는 앞에서는 안 싸운다”라는, ‘생활언어’로 당 지도부를 비판한 것이었다. 당의 현수막 크기 조정과 “아버지 봉급을 깎아 저를 채용한다고요?” 같은 메시지로 주목을 받던 손 본부장은 현수막이나 바꾸려고 들어오지 않았다며 행보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더불어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꾸며 당의 홍보와 자리매김에 더 많은 역할을 하는 그녀를 2월17일 국회에서 만났다.

의원들이 하는 말을 ‘정치방언’이라 지적했다.
국회의원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겠다. 무슨 위원회도 많고, 자기들끼리 하는 말을 쓴다. 예를 들면 우리 당의 뉴파티위원회는 대표적인 정치방언이다. 여기서 파티를 누가 정당이라고 받아들이나? 파티에서 정당은 두세 번째 뜻 정도다. 보통 사람은 ‘이것들이 모여서 파티하고 있나?’ 이렇게 생각한다. 영어 이름을 지으려면 중학교 2학년 수준에 맞춰야 한다.

ⓒ시사IN 신선영손혜원 홍보위원장은 “사람 마음으로 흘러들어가는 줄도 모르게 흘러들어가서, 1번 찍던 이들이 2번 찍게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야권은 분열 이미지가 강하다.
지금은 없다. 분열 인자는 다 나갔다.

브랜드 네이밍 측면에서 ‘친노 패권주의’는?
당 안에서 만든 단어 같다. 들어와서 보니 당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두 축으로 이뤄져 있었다. 암암리에 노무현 라인은 계속 배척당한다. 기존 세력은 별안간 확 떠서 대통령이 된 사람이 갖는 영향력이 싫은 거다. 너무 어이가 없는 것은 문재인 대표가 새로 쓴 사람도 친노라 한다. 내가 왜 친노인가? 나는 노무현 대통령을 찍은 적도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나를 친노라 한다. 이들이 사용하는 ‘친노’ ‘친노 패권주의’ 용어는 불순하다.

문제라 여기면 새 프레임이 필요하지 않나?
대항 프레임은 필요 없다. 저쪽은 친박·비박이 있는데 왜 우리는 친노가 금지어인가? 오히려 이 당에서 ‘친노’를 말하는 사람을 의심해야 한다. ‘너희들끼리 해먹느냐’는 열등감일 수 있다.

그래도 들어오자마자 “문재인 대통령 만들려 왔다”라고 말했는데, 부담스럽진 않나?
사실이니까, 그건. 한 분야에서 40년 일하고 여기 들어왔다. 그런 자신감도 없이 여기서 일을 어떻게 하나? 국회의원 자리를 (보장)받고 온 것도, 월급을 받고 온 것도 아니다.

왜 월급을 안 받나?
총선까지는 돈 안 받을 거다. 어중간한 상태에서 돈을 받으면 부리려고 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환갑이 넘어가지고 이제 와서 ‘국가와 나라를 사랑해서 헌신하러 왔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문재인 대표가 도와달라고 해서 왔다.

문 대표 부인과 동창이다. 그 인연인가?
그 친구는 내가 여기 오는 것도 신문 보고 알았다. 당에 들어오기 전, 문 대표와 미팅할 때 두 가지를 물었다. 첫째 “제 위에 누가 있나?” 문 대표는 “아무도 없다. 있다면 저만 있다”라고 말했다. 둘째 “혹시 제가 문 대표 부인의 친구라, 사람들이 ‘사모 라인’으로 들였다는 말이 나올까 걸린다”라고 하자, 문 대표는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했다.

‘혁신 작렬’ ‘도와주세요’ 같은 홍보 기획으로 새누리당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난 이상한 일은 안 할 거다. 그건 건수를 위해 건수를 만드는 일이다. 사람 마음으로 흘러들어가는 줄도 모르게 흘러들어가서, 1번 찍던 이들이 2번 찍게 만들겠다.

1번만 아니라 3번도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인데.
거기에는 관심 없다. 상대만 봐야 한다. 그건 정책하는 쪽이나 지도부에서 할 거고, 홍보·전략에서는 거기까지 염두에 두지 않는다.

손혜원 홍보위원장 영입 이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민주)은 달라진 현수막(위)으로 눈길을 끌었다.

‘국민의당’ 네이밍에 대한 평가를 페이스북에 쓰려다 참았다던데.
안타까웠다. 당은 대통령 후보 한 사람을 중심으로 만든다. 우리가 ‘새정치’를 버렸다. 그럼 새정치를 써야 했다. 지금도 ‘국민의당’으로 하는 여론조사보다 ‘안철수’로 하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훨씬 더 높다. 아직 ‘국민의당’과 ‘안철수’가 관련이 있다는 쪽으로 여론이 넘어가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새정치라는 브랜드가 필요했는데 저쪽(국민의당) 내부에서는 옛날 우리 당에서 싸웠던 형태가 또 만들어졌다. ‘새정치’는 안철수 것이니 새정치를 쓰면 안 된다고 했을 거다.

SNS 활동이 활발하다. 그럼에도 SNS는 야권에 유리하니 경계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경계해야 한다’고 한 것은) 당 사람들에게 전하려 한 말이다. 내 SNS의 경우는 다르다. 내 페이스북은 원래 친구 1500명 중 보수가 99%였다. 그런데 내가 이쪽 일을 하면서 “1번 가면 딱 좋았을 텐데 왜 저기 갔지?”라고 생각하게 만든 효과가 있다. 나는 실제로 선거에서 1번 찍은 적도 있고 2번 찍은 적도 있다. 때에 따라서는 투표를 하지 않은 적도 있고. 그런 내가 여기서 활동하면서, 문 대표를 찍었던 48%가 아닌 나머지에게 말을 거는 거다.

대중이 잘 아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 이번 총선에서 대중이 원하는 건 뭘까?
국민들이 불행하고, 불안하고, 사는 게 어렵다. 이들을 더 기쁘고 즐겁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약자나 노동자의 소리에 더 귀 기울이는 야당이 주류가 되어야 한다.

이긴다는 기준은?
보통 이야기하기로는 지금보다는 한 석이라도 많아야 한다는 거다. 지금 108석이다. 꿈꾸기는 야권 과반수지만 3당 체제라 쉬운 일은 아니다. 지금보다 5석만 더 있으면 좋겠다.

어떻게 이길 건가?
당장 여기 사람들이 목말라했던 것이 현수막이었다. 우리가 많이 열세라고 생각했던 판에서 현수막으로 맞짱 뜬 것까지는 했다. 그런데 총선은 현수막 몇 장 가지고 될 일이 아니다. 진짜 놀라운 걸 보여드리겠다. 선거 때까지 단계적으로 가는 거라 당장 공개하지는 못한다.

당장 주변의 변화는 있나? 남편은 평생 1번만 찍었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남편이 2번을 찍을 거라고 본다. 남편은 죽어라 종편만 보고 나는 팟캐스트만 듣는다. 그래도 둘이 차를 타고 오래 가면 조곤조곤 꾄다. 그럼 남편이 “믿을 수가 없어” 이런다. 나는 “김종인 박사님 들어가셨으니까 이제 당이 바뀔 거야”라고 대답한다. 또 남편이 “그런 자들이 바꾸겠어? 운동권 공천하는 게 문제야”라고 대꾸하면 나는 “김 대표가 주도권을 갖고 있어서 공천 잘 할 거야”라고 한다. 공천은 굉장히 중요한 득표의 포인트다. 기대해달라.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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