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오뚜기는 1969년 창립한 식품 전문업체다. 카레·케첩·라면이 대표 제품이다. 2014년 기준 매출액은 약 2조2000억원으로 업계 2위다. 주식 투자자들은 3년 만에 6배가량 오른 오뚜기 주식을 ‘황제주’라 부른다.

최근 오뚜기가 각광받는 것은 매출이나 주가 때문이 아니다. 비정규직이 없는 ‘착한 기업’으로 알려져서다. 지난해 12월23일 〈조선일보〉는, “오뚜기는 대형 마트에서 일하는 시식 사원 1800여 명 전체를 정규직으로 고용했다”라며 ‘착한 기업’으로 소개했다. 시식 사원은 대형 마트에서 제품 시식을 돕는 판촉 직원을 말한다. 이 보도는 “대다수 식품 기업이 (시식 사원은) 인력업체에서 단기 교육만 받은 직원을 파견”한다고 썼다. 업계의 일반적 관행과 달리 유독 오뚜기가 ‘착한’ 경영을 택한 것처럼 읽힌다.

반향이 컸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기사가 소개되면서 “라면을 (오뚜기) 진라면으로 바꾸겠다” “오늘 저녁에 오뚜기 3분 요리를 사먹겠다” 등등의 반응이 나왔다. 지난해 11월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이 한 복지재단에 315억원어치 주식을 기부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져, 흔치 않은 기업 미담으로 입소문이 났다. ‘비정규직 0명’이 오뚜기의 경영 원칙이라는 기사도 나왔다. 최근 두산인프라코어가 20대 사원까지 명예퇴직 대상에 포함시키려 했던 것과 대조해, ‘착한 오너’라고 부르는 이도 있었다.

ⓒ시사IN 이명익한 대형 마트의 시식 코너(위). 식품업계의 많은 기업들이 오래전부터 시식 사원을 정규직 사원으로 뽑고 있다.

그런데 〈조선일보〉 보도대로 오뚜기 외의 대다수 식품 기업은 시식 사원을 비정규 파견직으로 쓸까? 그렇지는 않다. 〈시사IN〉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주요 식품업체의 2015년 9월 기준 직원 현황을 확인했다. 오뚜기의 라면 경쟁 업체인 삼양식품도 비정규직이 0명이다. 해태제과식품, 삼립식품도 직원 전원이 정규직이다. 대상그룹(식품 브랜드명은 청정원)은 시식 사원 1400명이 전원 정규직이다. 농심 계약직 사원은 18명(0.7%), 풀무원은 47명(5.9%, 2015년 11월 기준)이다. 업계 1위인 CJ제일제당도 “자회사 CJ엠디원을 통해 2200여 명 시식 사원 전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식품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이 오히려 특이

시식 사원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착한 관행’에는 경영상 이유가 있다. 통념과 달리, 식품업체는 시식 사원의 전문 역량이 중요하다고 본다.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 대형 마트 관계자는 “시식 사원이 판촉을 잘해서 해당 제품이 3배 가까이 많이 팔린 적도 있다”라고 말했다. 비용이 더 들더라도 정규직 시식 사원을 고용하는 편이 이익이라는 것을 식품업계는 경험으로 안다. 단기 매출만이 아니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시식 사원은 기업 이미지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오뚜기 외에도 대부분 기업이 오래전부터 정규직 사원으로 뽑아 관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과도한 비정규직 채용으로 물의를 빚었던 남양유업이 특이한 경우다. 2013년 당시 여성 영업직 86%가 비정규직이었던 남양유업은 현재 같은 부문 비정규직을 5%대로 끌어내렸다.

오뚜기 홍보팀 관계자는 인터뷰 요청에 “시식 사원 정규직 고용은 사실이지만 추가로 기사화되길 원치 않는다. 회사 내부 방침이 그렇다”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0명’은 분명 의미 있는 수치이나, 업계 관행에 맞서 오뚜기만 달성한 성과는 아니다. 일부 언론의 ‘착한 기업 오뚜기론’은 일종의 해프닝 성격이 짙다.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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