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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이 대중적으로 유행을 타고 일부 서구 사상가들이 이웃집 아저씨처럼 거론되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대중적인 인문학 스타의 입을 통해 듣는 그 많은 사상가들은 과연 그 사람 본인이 맞기는 한 것일까?

어떤 사람의 주장을 이해하려면 당대의 어떤 상황에서 그 발언이 나왔는지 살펴야 한다. 또한 그 사상가가 해당 발언 이전과 이후에 어떤 주장을 했는지까지 살펴야 그 주장의 정확한 맥락을 알 수 있다. 그다음에 오늘의 맥락에서 다시 해석해봐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마르크스주의 연구자 한형식의 〈맑스주의 역사 강의〉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바뵈프와 블랑키, 푸리에에서 마르크스-엥겔스와 레닌, 스탈린을 거쳐 중국 혁명과 아시아 공산주의에 이르는 ‘사상의 도정’을 당대의 역사(상황) 속에서 440쪽으로 정리했다. 이처럼 복잡한 내용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독하게 읽어냈기’ 때문인지, 마치 추리소설처럼 재미있게 읽힌다. 한국어 번역본으로는 차마 읽어내기 힘든 마르크스-엥겔스의 저작들을 연대기순으로 술술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공부를 어떻게 한 것일까’라는 질투 섞인 의문까지 들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마르크스주의와 그 이름 아래 전개된 각종 운동을 가장 짧은 시간 내에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peeker@sisain.co.kr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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