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남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56·현 대검찰청 차장검사)에 대해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이렇게 평가했다. “김수남 내정자는 대형 부정부패 사건을 수사한 경험이 풍부하고, 법치주의에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검찰을 잘 지휘해 우리 사회의 비정상적 적폐를 시정할 적임자이다.” 민변이나 참여연대 등 세간의 평가는 청와대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윗선’이 바라는 내용을 정확히 알고, 때를 만나면 과감하게 결단할 줄 아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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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내정자는 대구 청구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1987년 사법연수원 16기로 졸업했다. 이른바 TK 출신이다. 3년간 판사로 재직하다 1990년 검사의 길로 들어섰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 부장검사, 서울중앙지검 제3차장검사,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서울 남부지검장, 수원지검장, 서울중앙지검장 등을 두루 거쳤다.

특수통이었던 그가 세상에 명성을 떨치기 시작한 건 서울중앙지검 제3차장 검사로 재임 중이던 이명박 정부 때다. 다음 아고라에서 ‘인터넷 경제 대통령’으로 유명한 논객 ‘미네르바’를 과감하게 기소해버렸다. 무리한 기소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꿋꿋하게 수사를 지휘해나갔다.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고, 헌법재판소는 미네르바에게 적용된 전기통신법 조항을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이명박 정부 때 잘나가던 TK 검사는 박근혜 정부 초기 주춤했다. 2013년 4월 연수원 동기들이 고검장으로 승진할 때 탈락했다. 아버지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2007년 7월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김 후보자의 부친 이름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후보 검증 청문위원이 영남대 비리 관련 질문을 하자, 박 대통령은 “그런 제보를 하신 분이 김기택 전 (영남대) 총장으로 안다. 그분은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정책자문단으로 일하고 있고, 대구에서 선진한국포럼이란 사조직을 2006년 12월 만들어 이 후보를 위해 뛰고 있다. 영남대 부정입학 문제도 있었는데 나는 김 전 총장 책임이라고 본다”라며 날선 목소리로 답했다. 김기택 전 영남대 총장(2011년 작고)이 바로 김수남 후보자의 부친이다.

‘이석기 사건’ 지휘하며 기사회생

그렇게 승진에서 밀린 김수남 후보자는 수원지검장이던 2013년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을 지휘하며 기사회생했다. 김수남 당시 수원지검장은 사문화된 관련 법률을 열심히 연구한 끝에 ‘내란음모’ ‘내란선동’ 혐의로 관련자를 기소할 수 있었다. 실체적 혐의 내용보다 사건을 부풀렸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그의 승진 가도에는 확실한 가속도가 붙었다. 특수통에서 공안통으로 변신한 그는 곧장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은 민감한 정치적 사건에 대해 과감한 결단력을 보여주었다. 김무성 의원은 지난 대선 유세 당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의 일부를 그대로 읊어서 비밀 문건을 유출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은 김 의원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사건’ 때는 비선 실세의 ‘개입’ 여부가 아니라 문건 ‘유출’에 수사를 집중했다.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릅쓰고 가토 다쓰야 〈산케이 신문〉 전 서울지국장을 기소했다. 일련의 정치적 사건을 처리하며 김수남 서울중앙지검장은 차기 검찰총장 1순위로 떠올랐다.

박근혜 대통령은 11월5일 김수남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 청문 요청안을 국회에 보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검찰총장으로 임명될 경우, 그의 임기는 2017년 12월1일까지다. 박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한다. 벌써부터 대규모 사정 한파가 몰아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기자명 송지혜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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