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윤무영1949년 서울 출생. 중동고·한국외국어대 영어과 졸업, 서울대 경영학 석사. 유한킴벌리 사장, 킴벌리클라크 북아시아 총괄사장, 유엔환경개발기구 한국위원회 이사, 생명의숲 국민운동 공동대표.

예상대로 유머 감각은 별로였다. 다만 예상했던 것보다 말맛은 살아 있었다. 핵심을 집어내는 ‘카피 감각’도 상당했다. TV 토론에 나오면 손해는 안 볼 것 같다.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면서 상대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문국현 후보를 10월12일 오전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났다. 

 

지지율이 상승 국면이긴 하지만 여전히 더디다.
5.5~8.1% 사이에 분포하는데, 이 정도면 상당히 잘 나오는 편이다. TV나 6대 신문에 자주 등장한 것도 아닌데, 그 이상 뭘 더 바라겠나. 우린 아직 창당도 안 했다. 이대로 가면 10월 말에 10~15% 이상 보는 사람이 많다. 11월부터는 이명박씨와 나 빼고 남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있잖은가.
지지율이 나보다 낮으면 의미가 없다. 11월10일쯤이면 지지율 차이가 많이 나리라고 보는데, 우리는 11월 말까지 흔들림없이 갈 것이다. 

11월이면 지지율 2위가 된다는 얘긴가.
중요한 것은 구도다. 민심은 경제 대 경제이고, 누가 일자리를 더 늘리고 비정규직을 줄일 것인가에 쏠려 있다. 이미 실패한 사람들은 국민의 안중에 없다. 지금까지는 경제 대 정치였으니까 일방적으로 경제 쪽이 이겼지만, 앞으로 경제 대 경제 구도가 되면 진짜 경제 부분이 떠오를 것이다.

문 후보가 실체는 없고 이미지만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에 상장된, 가치가 30조원이 넘는 회사의 아시아 회장을 했는데도, 유한양행과 유한킴벌리, 그리고 나머지 회사를 합치면 20대 그룹보다도 클 텐데 나를 보고 중소기업 출신이라고 한다. 반면 이명박씨는 현대건설이 망했고, 그 이후에 차린 두 개 회사 가운데 하나는 사기당했다고 하고, 또 다른 하나 역시 빛도 못 보고 망했는데도 그를 성공한 CEO라고 한다. 이게 다 허구고 이미지 조작 아닌가. 자기 회사는 망했는데 자기나 친·인척만 부자가 됐다면 그는 무능하고 부도덕하고 부패한 CEO의 대표 사례다. 그런데도 포장과 언론 조작에 의해 성공한 CEO로 둔갑했다. 그래서 내가 자꾸 가짜 CEO, 가짜 경제라고 하는 것이다.

언론이 이미지 조작을 하고 있다는 의미인가.
언론이 만드는지, 누가 뒤에서 일부러 작게 보이게 하려고 보이지 않는 손을 쓰는 건지. 정치  음모를 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언론이 쓰고. 이인제씨나 권영길씨가 나를 보고 이미지만 있고 실체가 안 보인다고 했는데, 두 분 다 눈이 침침해져서 민심이 안 보이는 것이다. 민심이 안 보일 정도 되면 그만두어야 한다.

500만 개 일자리 창출, 8% 경제성장률 달성 같은 공약들이 다소 허황하다는 지적도 있다.
500만 개 일자리는, 1인당 연간 2400~2800시간에 이르는 과다한 노동시간을 적정 근로시간으로 줄이면 고용을 현재의 1550만명에서 2100만명으로 늘릴 수 있다는 계산에서 나온 것이다. 8% 경제성장률도 이명박씨처럼 투기 붐을 통해서가 아니라 중소기업의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높이면 충분히 가능하다. 그 밖의 다른 공약도 다 현장에서 검증된 것들을 바탕으로 산출해낸 것이다. 그런 수치를 아는 사람은 대선주자 가운데 나밖에 없다. 다른 정치인들은 우리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독일의 30%밖에 안 된다는 사실조차 모르기 때문에 중소기업을 어떻게 살릴지, 어떻게 일자리를 늘릴지를 모른다. 그러고는 무조건 재벌이 나라를 살릴 수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종업원 100만명에 불과한 재벌이 나라를 살릴 수 있나. 일부 정치인, 일부 언론인, 일부 경제인이 결합해서 이미지를 조작하고 있다. 내가 60억원 이상의 스톡옵션을 챙기기 위해 출마 일정을 늦췄다고 하는 것도 모함이다. 한쪽에서는 중소기업 출신이라고 하고, 한쪽에서는 어마어마한 스톡옵션을 받았다고 하니, 그 말 자체에 음모가 숨어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암적 존재들이다.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50%를 넘나들고 있다. 남은 기간도 짧은데, 그 사이 이 후보를 이길 수 있는 비책이 있나.
사실 이명박씨는 자기 당원·대의원들로부터도 선택을 받지 못한 사람이다. 그렇다면 왜 한나라당 당원·대의원들은 박근혜씨를 더 지지했는가. 그건 이명박씨가 부패하고 그 주변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의혹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지도자가 그렇게 품격이 없어서는 안 되겠다, 부패와 비리 때문에 5년을 허비할 수는 없다 이런 생각이 있어서다. 그래서 나는 한나라당이 이미  반쯤은 썩어버린 후보를 안고 가는 것이라 언제고 그 불신과 부도덕에 대한 회의는 다시 부각되면서 결국 모래성처럼 무너지리라고 본다. 11월이 되면 민심이 폭발할 것이다.

공직 경험이 없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실패한 공직 경험은 없는 게 낫다. 공직에 있던 사람이 잘했다면 국민이 이렇게 절망하지 않았을  것 아닌가. 한나라당은 IMF를 초래했고, 범여권은 부동산 거품을 2500조, 3000조원으로 올리면서 서민을 절망으로 몰아넣었다. 이명박씨도 서울시장 시절 50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예산을 쓰면서도 일자리에 관한 보고서 하나 내놓은 걸 못 봤다. 일자리에 관한 한 전국에서 꼴찌를 했기 때문에 그 얘길 못하는 것이다. 5천억원짜리 청계천, 그것도 환경파괴 프로젝트만 앞세우면서 50조원을 어디에 썼는지는 해명조차 안 하고 넘어가려는 것은 그야말로 국민을 현혹하는 것이다.

벌써부터 여권 후보 단일화 논의가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 50%, 모바일 투표 50%로 하자는 구체적 방법론까지 제시됐는데.
손학규 후보가 얘기했는데, 그분은 흥행을 생각하는 것 같고, 나는 우리 사회가 살 방법을 생각한다. 지금 경제를 살릴 방안을 고민해야지 어떡하면 정치적 수명을 연장할 수 있을까 그걸 생각하면 안 된다. 단일화에 나를 자꾸 포함하려는 그 마음은 고맙게 생각하지만, 그것이 정치 이벤트로 가서는 안 된다.

신당에 정치인이 오는 걸 꺼리는 인상이다.
그분들이 나올 수 있는 방법도 많지 않고, 우리가 그분들의 도움을 받아서도 안 될 것 같다. 다만 우리가 창당한 후 비전·철학·가치관이 같아지면, 이를테면 부동산 거품을 일으키는 정책을 안 쓴다거나, 비정규직을 확산하는 데 휩쓸리지 않는다거나, 건설부패를 없애는 데 앞장선다거나 그런데 동의한다면 그때는 합치면 된다.

자칫 2002년의 국민통합21처럼 현역의원 한둘로 끝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이계안 의원은 이미 매일 나오고 있고, 제종길· 원혜영 의원도 탈당만 안 했지 늘 같이하고 있다. 김영춘 의원은 아예 탈당했고. 지금은 본인들이 있는 쪽에서 오해를 받을까봐 받아들이기를 억제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대로 가시밭길을 가면서 스스로 능력을 키워야 한다. 국민이 정말 우리를 원하는지 스스로 점검도 해야 한다. 그것이 10% 선이라고 보기 때문에, 10% 선은 자력으로 넘어가게 놔두어야지, 자라는 나무를 계속 잡아끌거나 비료를 너무 주면 죽는다. 11월 이후에는 많은 분이 합류하리라고 본다.

재산 공개 후 ‘돈을 가진 사람이 권력도 가지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깨끗한 돈은 많을수록 좋다(웃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걸신 들린 것처럼 돈을 받는 사람들이 문제지, 돈이 많고 적음을 떠나 깨끗한 돈을 벌어서 유일한 선생처럼 기꺼이 사회에 쾌척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좋은 분들이 다 그만두기에 나라도 나설 수밖에 없었다’라고 한 적이 있다. 누구를 말하는가.
그동안 ‘희망포럼’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국가 발전을 위한 연례 제안을 세 차례 발표했다. 그런데 이해찬 총리 시절이던 지난해 3월 이런 제안을 아예 거부하더라. 참여정부가 경제계와 시민사회의 제안을 이렇게 정면으로 거부한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던 중에 2007년 들어 정운찬·박원순·문국현 희생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누군가 나서서 새로운 정치와 경제를 이끌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문제의식에서였다. 그때부터 이런 논의에 깊이 뛰어들었다가 5, 6월에 정운찬·박원순 두 사람이 그만둔다고 선언하면서 자연스레 내가 등을 떠밀렸다.

정운찬 전 총장이나 박원순 대표가 나섰다면 안 나왔다는 얘긴가.
돕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분들은 2%를 돌파할 자신이 없었던 모양이다. 사실 기존 정당이 언론과 함께 강한 저지선을 쳐놓고 있어서 벽을 뚫기가 쉽지 않다. 아무리 강연을 하고 다녀도 1.5%를 넘기 어려우니까 주저앉은 것이다. 나한테도 장벽은 여전하다. 그런 가운데 5%를 넘고 있으니 기적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기자명 이숙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ok@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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