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촌과 홍익대를 가르는 ‘홍대 기찻길’에서 상수동 홍익대 정문까지 15분 남짓 걷다 보면 크고 작은 커피 전문점이 서너 집 건너 하나씩 자리 잡고 있다. 서울의 유명 상권 중 하나인 이곳만의 특징은 아니다. 2000년대 들어 급증해온 커피 수요를 반영하는, 보편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전량 수입하는 커피 원두(생두·조제품 포함)의 규모는 최근 10년 동안 3.6배 늘어났다. 매년 평균 15.3%씩 성장해온 것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커피 원두 수입량은 2012년 11만5000t, 2013년 12만t, 2014년 13만9000t으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커피 소비량 역시 급증하고 있다. 지난 3월 한국관세무역개발원이 발표한 ‘국내 커피 수입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341잔으로 전년도(2013년)에 비해 14.4% 증가했다.

이렇게 급증하는 커피 수요를 둘러싸고, 다양한 형태의 커피 전문점들이 각축을 벌이는 형국이다. 이 ‘커피 판매 시장’에서는 최근 미묘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 시장에서 최근 몇 년에 걸쳐 가장 눈에 띄었던 업태는 스타벅스·카페베네 등 국내외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라고 할 수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 업계의 경우, 스타벅스가 명실공히 독보적인 1위 자리를 고수하는 가운데 대체로 성장세(매출액 기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업체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이 그 전년도(2013년)에 비해 오히려 줄어들기도 했다. 향후 수년 사이에, 대형 프랜차이즈 업계가 양극화될지 혹은 지금까지처럼 유명 브랜드들의 병존으로 갈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시사IN 윤무영백종원씨의 커피 전문점으로 유명한 빽다방(위)은 1500원대 커피를 내세워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리고 있다. 가맹점 수는 230개에 달한다.

대형 프랜차이즈의 경우 브랜드 인지도 덕분에 일정 수의 고객을 확보할 수 있으나 창업자의 투자비용 역시 높다. 그래서 경기침체의 장기화와 임대료 인상 등 외부 충격에 취약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비싼 커피 가격 때문에, 최근 몇 년 사이 간헐적으로 ‘거품 논쟁’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저가 커피 전문점들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저가 커피 전문점이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과 차별되는 특징은 역시 가격이다. 아메리카노 한 잔(Hot)의 가격이 1500∼3000원으로, 평균 4000원대인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보다 훨씬 저렴하다. 대표적인 저가 커피 전문점 이디야는 지난 2월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주요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7곳의 소비자 대상 만족도 조사 결과, ‘가격 적정성’ 부문에서 스타벅스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이디야의 매출액은 2013년 785억원에서 지난해에는 1162억원으로 48%나 증가했다.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중 최고 성적이다.

이에 따라 ‘가격 파괴자’ 이디야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한 저가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 우후죽순 출범하고 있다. 빽다방, 커피베이, 매머드 커피, 복고다방, W카페 등이다. 저가 프랜차이즈가 인기를 끄는 건 무엇보다 비교적 적은 돈으로 창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점포부터 10평(33㎡) 이하의 규모로 인테리어 비용이 낮은 데다, 커피 제조와 계산을 담당하는 인력 1인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보증금과 권리금을 빼면 3000만~5000만원으로 창업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대형 프랜차이즈의 창업비용이 3억원 내외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초기 필요 자본 규모가 매우 작다.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커피식스 홍보팀 강봉주 대리는 “고등학생부터 노년층까지 커피를 저렴하게 소비하려는 세대가 느는 만큼 적게 투자해 박리다매할 수 있는 커피 시장은 아직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커피콩 가격 논쟁도 다시 불붙어

사업가 백종원씨의 커피 전문점으로 유명한 빽다방은 1500원대 커피를 내세워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리고 있다. 출범한 지 불과 수개월 동안 가맹점 수가 230개를 넘어섰다. 최근에는 한 주 동안 20여 점포가 개점하기도 했다. 빽다방 가맹점으로 창업한 지 2개월째 접어든 점주 박대영씨(가명·31)는 “가족 단위 손님이 선택할 메뉴가 많고, 테이크아웃 중심에다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모든 재료를 다 가져올 수 있어 편하다. 대신 인건비와 임차료를 최소화해야만 감가상각비를 충당할 만한 수익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그는 하루에 800잔 정도의 커피를 내리는데, 인기 메뉴인 사라다빵, 아이스크림빵 등을 함께 팔면서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영업자들은 잡비를 제외한 순이익을 매출의 30∼40%로 잡는다.

저가 커피의 맛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호의적인 편이다. 6년차 바리스타 오영희씨(가명·31)는 “단가를 보면 저가 커피 원두의 품질이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미세하게 조절되는 커피 맛의 풍미를 일반인이 알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복수의 로스팅 업계 관계자들은 일부 저가 커피 업체에서 커피의 쓴맛을 내기 위해 결점두(상처가 난 생두)를 골라내지 않은 채 타게 볶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저가 커피점이 고가 커피만큼 비싼 커피콩을 사용하지는 않을 텐데도 ‘괜찮은’ 맛이 나오는 데 따른 ‘의혹’이라고 할 수 있다.

커피 맛의 기본 척도로 여겨지는 커피콩에 대한 가격 논란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반복되었는데, 최근 저가 커피 전문점들이 성황을 누리면서 다시 불타오르는 형국이다.

하지만 커피콩의 품질 차이가 커피 가격을 완전히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커피 맛을 좌우하는 요소를 대략 △커피콩의 질 70% △로스팅 20% △바리스타의 노동 10% 정도로 본다. 커피콩의 질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성능 좋은 로스터기와 에스프레소 머신, 이에 더해 결점두를 골라내는 바리스타의 능력 역시 커피 맛과 값에서 무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일례로 서울 종로구의 한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1㎏당 1만원 내외의 생두를 들여온 뒤 이 가게에 채용된 전문 바리스타에게 제조를 맡긴다. 서울 중구의 다른 저가 커피 전문점은 이미 로스팅된 커피콩을 1㎏당 1만원에 매입한다. 따라서 바리스타 관련 인건비가 들지 않는다.

그러니 대형 프랜차이즈의 커피 가격이 높은 것은 당연하지만, 저가 커피의 2~3배에 이를 정도인지는 구체적 조건들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소비자 처지에서 비용보다 ‘균일한’ 커피 맛을 원한다면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을 찾으라는 조언도 설득력이 있다.

커피가 누구나 즐겨 마시는 음료가 되면서 소비자 욕구 또한 세분되고 있다. 1000원에서 1만원대까지 가격 폭이 커졌지만, 다양한 맛과 질로 소비자 선택의 영역 역시 넓어졌다. 한 커피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의 욕구가 다양해지면서 브랜드 파워가 선택의 전부를 차지하던 시대가 지났다.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의 신규 출점은 계속 줄어들 전망이며, 중소형 커피 전문점, 디저트·베이커리 카페 등 새로운 트렌드에 맞춘 업체가 늘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미 몇몇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은 커피의 고급화, 디저트 전문 카페로 변화하며 커피 시장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기자명 송지혜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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