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학에서 주최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토론회에 대해 정보과 형사가 배후를 추적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경남 진주 경상대학교 정치경제학과 대학원에서 주최하는 ‘정치경제학과 대학원 공개강연’에서는 10월26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무엇이 문제인가?’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쟁점’을 주제로 토론회를 가질 예정이었다.

토론회를 사흘 앞둔 10월23일 오후 3시께 경남 지방경찰청 관할 진주경찰서 정보보안과 설 아무개 형사가 주최자인 정치경제학과 대학원생 오 아무개씨에게 전화를 걸어와 “당신은 학생이냐”고 수차례 물으면서 “주최자가 누구인지 확인해달라”고 말했다. 설 형사는 “다른 의도는 없다. 주최가 누구인지 확인만 하면 된다. 전화 건 게 문제는 없잖은가?”라고 되물었다.

 

오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학내에서 개최하는 토론회에 대해 정보과 형사가 나서서 ‘감시’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주최자를 찾으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학내 움직임을 사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다음은 오씨와 설 형사의 4분30초간 통화 중 일부다.

 

설 아무개 형사: 정보계의 설○○ 계장입니다. 토론회를 어디서 주최하시는 건지 궁금해서.

오 아무개 씨: 게시판에 적혀 있는 대로요. 학교에 들어왔습니까?

설: 거기 학생이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서 전화 드렸다.

오: 학생에게 학교 소식을 전해 들어요?

설: 조카가 있어서 전화를 해 봤습니다. 전혀 다른 의도 없습니다. 포스터를 보고 전화 드립니다. 어디서 주최를 하는지, 외부에서 주최를 하는지? 오 아무개씨라고 하셨지요? 뭐하시는 분인지 물어봐도 되겠나?

오: 저는 학생이죠.

설: 아, 학생입니까? 경상대 학생인지 교수이신지?

오: 조카에게 물어보시면 알 텐데요?

설: 알겠습니다. 토론회 하신다기에 주최가 궁금해서. 그러니까 오○○씨는 학생이다, 그죠?

오: 민감한 주제로 토론하는데 이렇게 전화를 하는 게 어떤 의미인 줄 아십니까?

설: 제가 참석하진 않을 거고, 토론회를 한다고 하기에 전화드렸다. 오○○씨는 학생신분이다, 그죠? 제가 전화한 게 문제가 됩니까? 물어보는 건 문제가 없잖아요, 그죠?

 

기자명 송지혜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ng@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