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항해술〉은 영국의 문예지 〈화이트 리뷰〉에 실렸던 예술가들의 인터뷰를 모은 책이다. 인터뷰이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리처드 웬트워스, 구스타프 메츠거, 쥘리아 크리스테바, 레베카 솔닛, 머리나 워너, 뤽 타위만스, 파울라 헤구, 존 스테제이커, 엘름그린 & 드락셋, 소피 칼, 유르겐 텔러. 이번 서평은 책을 따라 인터뷰 형식으로 작성했다. 편의상 질문자는 ‘금’으로 답변자는 ‘연’으로 표기한다.
금:이 책을 고른 이유가 궁금하다.
연:원래 서경식 선생의 〈내 서재 속 고전〉에 대해 쓰려고 했다. 책도 읽었다. 그런데 담당 기자로부터 그 책을 이미 다루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언론에 대해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수백 가지 것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그들이 중복을 호환마마보다 싫어한다는 점이다. 물론 지면은 한정되어 있고 책은 많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두 권의 책에 대한 두 개의 글보다는 한 권의 책에 대한 서로 다른 두 개의 글이 더 필요한 경우도 있다.
금:당신은 지금 상식적인 인간을 흉내 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인터뷰 형식으로 서평을 쓸 것 같지는 않은데….
연:그 밖에도 여러 다양한 서평이 가능하다. 달리면서 쓰는 서평부터 수영하면서, 배를 타고 노를 저으면서, 택시 안에서, 비행기 안에서, 또 흔하게는 침대에서 쓰는 서평까지. 형식의 변화는 균질화에 저항하는 한 방법이다.
금:그건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의 말을 단어 몇 개만 바꾼 것처럼 들린다.
연:그런 면이 없지 않다. 나는 손버릇이 꽤 나쁜 것 같다. 뭔가 마음에 들면 내 것으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린다.
금:그 또한 리처드 웬트워스의 말이다.
연:때때로 텍스트는 새로운 맥락을 부여받음으로써 더 의미심장해지거나 더 급진적인 성격을 띠게 되기도 한다.
금:이건 엘름그린과 드락셋… 넘어가자. 인터뷰를 읽을 때 중점적으로 보는 게 있나?
연:질문이나 답변의 내용보다는 방식에 주목하는 편이다. 솔직하거나 위악적이거나, 넘치거나 모자라거나, 질러가거나 돌아가는 각자의 스타일이 흥미롭다. 물론 내용도 중요하다. 내가 몰랐던 이야기를 들으며 배움을 얻기도 하고 익히 아는 이야기를 통해 그들과 나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기도 한다. 일례로 머리나 워너는 어린 시절 부모 몰래 이불 속에서 손전등을 켜고 책을 읽던 이야기를 하는데, 나도 그랬다. 심지어 그 시절에 푹 빠져서 읽은 책도 같다. 코난 도일의 〈배스커빌 가의 개〉.
금:차이점은?
연:그들은 훌륭하고 난 아니라는 것.
금:그걸 알기 위해 굳이 책 한 권을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인터뷰는 무엇이었나?
연: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와 존 스테제이커. 큐레이팅이라는 개념과 작업 방식으로서의 콜라주는 요즘 내가 줄곧 생각하는 것들이다. 그 밖에도 인상적인 이야기가 많았는데 솔직히 잘 기억나지 않는다.
금:그렇다면 왜 책을 읽는가?
연:읽지 않으면 그조차 남지 않으니까. 레베카 솔닛은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는 책이 없으면 못 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책을 읽어도 좋고 안 읽어도 그만인 사람이 있는 한편, 책의 마법에 걸려 다른 세상에, 책들이 사는 세상에 사는 사람이 있다.
금:마지막 질문이다. 이렇게 혼자 묻고 답하는 서평을 쓴 소감이 어떤가?
연:금연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연금을 들거나.
금:당신은 좋은 인터뷰이는 아닌 것 같다.
연:당신도 좋은 인터뷰어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