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서재 속 고전>서경식 지음한승동 옮김나무연필 펴냄
책에 관한 책이 넘치도록 많다. 감흥받은 책에 대한 글을 묶은 서평집도 적지 않다. 책을 읽지는 않으면서 책에 대한 글만 읽으면 뭐하나. 그렇게 생각한 적도 있었다. 생각은 바뀌었다. 중요한 건 책보다 글쓴이와 책이 만난 순간의 화학작용을 들여다보는 일이었다. 한 세계관이 또 다른 세계관과 만난다.

이 책도 그런 즐거움을 준다. 서경식 도쿄경제대학 교수가 자신의 서재에서 고전 열여덟 권을 꼽았다. 처음 ‘내 서재 속 고전’이라는 제목으로 청탁을 받을 때 그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한다. 일본 주택 사정상 집에 서재를 두는 건 꽤나 한정된 계층이라 상대에게는 거북스러운 자랑으로 들릴 수 있다. 그래도 나름의 읽는 법을 통해 책을 타인에게 권해보고 싶었다.

책 후반, 국내 연구자들과 나눈 좌담을 수록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에세이스트로서 저자의 정체성이었다. 그는 스스로를 에세이스트라고 여기고 에세이의 가치를 부각시키려 한다. 한국에서는 잡문 정도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으나 그가 보기에 에세이는 ‘나’라는 존재가 부각되는 장르다. “1945년에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되면서 30만여 명이 한꺼번에 죽었다.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말하면 납득을 하면서도 그저 그렇게 넘어가버린다. 죽은 이들의 억울함이나 아픔을 논문으로 표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에세이의 효용을 생각하게 되는 지점이다.


 

기자명 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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