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만 해도 김진아씨는 남에게 돈을 송금하는 경우, 주로 거래 은행의 모바일 뱅킹을 사용해왔다. 공인인증서로 로그인하고, 돈 받을 사람의 계좌번호, 보안카드 번호, 이체 비밀번호 등을 일일이 입력했다. 반면 뱅카의 경우, 처음 등록하면서 자신의 은행 계정과 연동해놓으면 모바일 뱅킹처럼 복잡한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 송금받을 사람이 뱅카 유저이기만 하면, ‘친구 리스트’에서 선택해 송금액과 비밀번호를 눌러주면 된다. 당연히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입력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뱅카의 한계가 뚜렷하다. 시중은행이 제공하는 모바일 뱅킹 서비스와 비교하면 송금 절차만 간소화했을 뿐이다. 송금 가능한 돈도 얼마 되지 않는다. 전자지갑에는 50만원 이상 충전할 수 없다. 송금 규모 역시 하루 10만원까지만 가능하다. 더욱이 송금을 받아도 24시간이 지나야 현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핀테크가 유망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다른 업종의 사업자들이 이 부문으로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송금이나 결제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뿐 아니라 다음카카오 같은 스마트폰 고객 기반의 메신저 업체, 휴대전화 제조사, 포털 등이 이 부문에서 경합하는 것이다. 서로 결합하기도 한다. 뱅카의 ‘송금 서비스’ 역시 첫 개발자는 중소기업인 뱅크월렛이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뱅크월렛의 송금 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려웠다. 결국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 93% 이상을 회원으로 보유한 다음카카오가 지난해 말, 뱅크월렛의 송금 기술을 카카오 플랫폼에 적용하면서 대중화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한국의 핀테크가 주력하는 부문은 비교적 단순한 서비스인 ‘소액 송금’과 ‘결제’다. 그러나 결제와 송금은 핀테크 산업의 더욱 고도화된 영역(P2P 대출, 자산 관리, 소셜 투자, 보험 등)으로 나아갈 수 있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결제와 송금 서비스에서 고객을 장악해야 대출이나 보험 등에서도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최근 한국의 핀테크 기업들은 송금·결제 서비스에서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각축 중이다. 김진아씨가 뱅카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 것 역시 이 회사가 지난 2월 실시한 ‘세뱃돈 이벤트(신규 가입자에게 세뱃돈으로 뱅크머니 3000원 제공)’에 참여하면서부터였다.
다음카카오는 모바일 결제 부문에서도 선두 주자다. 김씨는 최근 카카오페이의 결제 서비스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그동안 주로 신용카드와 휴대전화로 결제해오다 카카오페이의 홍보 이벤트를 경험하게 되었다. 카드 번호, 생년월일, 전화번호를 적고 본인 인증을 하면 카카오페이 회원으로 가입되면서 상품 가격을 할인받는 행사였다. 그다음부터는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결제가 완료된다.
카카오페이는 다음카카오가 송금(뱅크월렛카카오)과 더불어 모바일 결제 시장에 진출하려고 만든 서비스다. 2015년 9월 현재, 카카오톡 사용자 3800만명 중 500만명가량이 카카오페이를 사용하고 있다. 가맹점이 적어서 주요한 결제 수단으로 자리매김하지는 못했다.
카카오페이로 납부하는 자동차세·주민세
그러나 시장을 잡기 위한 과감한 시도가 진행 중이다. 서울시민은 카카오페이로 공과금을 납부할 수 있게 된다. 서울시는 다음카카오 및 제휴 기술 업체들과 ‘핀테크 기반 간편거래 세금납부 시스템 구축·운영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하반기 중에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시스템 구축이 완료되면 서울시민들은 자동차세·주민세·지방세 등을 카카오페이로 납부할 수 있다. 2015년 5월에는 한국전력공사와 전기요금을 카카오페이로 결제하기로 업무 협약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