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윤무영조·중·동과 국민의 싸움은 이명박 정권 내내 갈 듯하다.
‘다이내믹 코리아’는 그 자체가 거대한 배움터다. 대한민국 국민은 학교에서보다 기념비적인 사건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우는 듯싶다. 물론 사회가 다 그렇지만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 사회, 그 자체가 훨씬 더 생생한 교육장이 될 때도 있다.

사회교육 측면에서 노무현 정권의 가장 큰 기여는 아무래도 ‘헌법’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새롭게 했다는 점일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태를 통해 국민은 비로소 헌법재판소의 존재와 권위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게 됐다. 또한 행정수도 위헌 소송을 통해 책에서만 읽던 관습헌법이 어떻게 성문헌법 시대에 다시 부활할 수 있는지 체감했다. 눈치 빠른 사람은 헌법 역시 해석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간파했을지도 모른다. 노무현 정권은 말 그대로 ‘헌법 재인식’의 시기였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권은 어떤 사회교육을 통해 대한민국의 문화 수준을 한 계단 업그레이드할까? 지금 추세로 보자면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많은 기여를 할 것 같다. 국민의 학습 용량을 벗어나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우선 공무원에 대한 ‘영혼 세탁’을 강행하면서 우리 사회에 ‘영혼의 문제’를 본격 제기했다. 이는 앞으로 한국 사회가 진일보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게 분명하다.

미국산 쇠고기 파문을 거치면서 대한민국 국민이 광우병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게 된 것도 큰 기여다. 광우병에 관한 한 대한민국은 세계 제1의 지식 수준을 자랑하게 됐다고 자부할 만하다. 물론 이같은 판단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꽤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괴담공화국’이 됐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다.

조·중·동과 정부가 국민 목소리 틀어막아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개방 파문과 촛불집회 과정을 거치면서 깨달은 ‘사회적 자각’은 아무래도 민주주의의 취약성에 관한 것이 아닐까 싶다. 민주주의라는 것이 얼마나 쉽게 상처받고 훼손될 수 있는지 실감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조·중·동을 비롯한 다수 언론의  폭력성이 민주주의에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 깨닫게 된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여기에 그 사례를 일일이 열거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다만 한 가지 특기할 점이 있다면 조·중·동 또한 언론 자유에 대한 사회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다는 것이다.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 관련 게시글을 불법이라며 삭제토록 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결정은 아마도 한국 언론사에 기념비적 이정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과연 어디까지가 표현의 자유에 속하며, 어디까지가 불법의 경계인지에 대한 학문적·법리적 논란도 두고두고 쟁점이 될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대목은 바로 한국의 유력 신문사가 자사에 해를 끼친다는 이유로 시민의 ‘자발적 의사표현’과 ‘캠페인’을 불법시하고 앞장서 봉쇄했다는 점이다.

조·중·동은 광고주 불매운동이 시민 다수의 ‘힘’으로 광고주를 압박해 언론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이를 유신 치하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와 비교한다. 그때는 정치권력이 광고주를 협박해 언론을 탄압했는데, 이번에는 시민(누리꾼)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이 보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 때는 권력의 탄압에 맞서 시민이 격려 광고로 동아일보와 함께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도리어 이들 신문사가 권력기구와 더불어 국민의 목소리를 틀어막는 형국이다. 그 다툼이 이명박 정권 내내 갈 것 같다. 그것은 어쨌든 언론 정체성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회적 논의 및 인식의 폭을 크게 넓힐 게 분명하다.

기자명 백병규 (미디어 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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