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서 펼쳐지는 대기업 쇼핑몰 사업
도시를 상징하는 게 쇼핑몰은 아니잖아요

 
김승수 전주시장(46·민선 6기 제38대)은 지난해 시장 후보로 나섰을 때 전주 종합경기장 부지에 대기업 쇼핑몰을 유치하는 데 반대한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대기업 쇼핑몰이 들어오면 전주시 상권이 붕괴되고 전주 고유의 전통과 문화마저 잃게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의 주장은 여론의 공감을 샀고, 50% 가까운 득표율로 시장에 당선되었다.

그가 발의한 ‘종합경기장 이전 및 복합단지 개발사업 변경계획 동의안’이 시의회를 통과하면서 2012년 전주시와 롯데쇼핑이 체결한 투자협약은 효력을 잃게 되었다. 의회는 물론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와 행정자치부 투·융자 심사 승인까지 받은 상황에서 대기업 투자를 백지화한 지자체는 전주시가 최초다.

8월5일 김승수 전주시장을 만났다. 그는 “도시는 ‘기억이 집합’된 공간이다. 그 도시 특유의 역사와 문화를 잃으면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조남진김승수 전주시장(위)은 선거 당시 대기업 쇼핑몰 유치에 반대한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되었다.
10년 동안 계획해온 전주 종합경기장 사업 개발 방식과 관련해 변경안을 낸 것만으로도 논란이 되었다.
시민의 삶은 다양해지고 욕구도 다채로워지는데, 도시는 반대로 점차 획일화되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꼈다. 극단적으로 말해, 장례식 빼고는 쇼핑몰 안에서 모든 게 해결 가능하지 않나. 서울이든 전주든 시민들 삶이 다 똑같아지는 거다. 국가 차원에서 보더라도 모든 도시가 저마다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공존해야 국가 경쟁력이 생긴다.

쇼핑몰 건설을 통한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는 여론도 있다.
오히려 전주 지역 상권이 초토화될 것이다. 중소 상공인이 일터를 잃는 건 시간문제다. 지난해 11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표한 ‘대형 쇼핑몰 출점이 지역 상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복합 쇼핑몰 반경 5~10㎞ 내 점포 매출이 46.5%, 방문객 40.2%가 감소한다고 나타났다. 더욱이 전주는 소상공인 종사자와 사업체 비율이 전국 평균에 비해 높다. 쇼핑몰 내에서는 비정규직 고용만 일어나므로 질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는 더 힘들어진다.

어떻게 바꾸겠다는 건가?
전주 월드컵경기장 인근에 대체 체육시설(육상경기장·야구장)을 건립할 예정이다. 종합경기장 부지에는 전시·컨벤션센터를 건립한다. 종합경기장 1층 일부는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에 버금가는 도심 시민공원으로 조성하고, 일부는 시민들이 만드는 미술관, 로컬푸드 직매장 등 다양한 문화·상업시설로 꾸릴 예정이다. 현재의 종합경기장 시설을 훼손하지 않는 수준에서 시민공원으로 만들려고 한다.

사업계획 변경안이 의회를 통과하기까지 어떤 설득을 거쳤나?
논란이 컸던 만큼 정치적·행정적 부담이 컸다. ‘단체장의 가치관이 달라졌다고 행정절차를 뒤집을 수 없다’는 의견부터 ‘송하진 전북도지사(전 전주시장)가 추진해온 사업인 만큼 양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현실적 조언까지. 하지만 쇼핑몰 건설이 시작되면 되돌릴 수 없는 결과가 생긴다. 롯데가 쇼핑몰을 만들고서 수년 지나지 않아 고급 아파트를 지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를 막기 위한 최소 비용은 애초에 시행하지 않는 것이다. 전주시의원들을 직접 만나며 간곡히 설득했다.

대기업과의 계약을 눈앞에 두고 이를 되돌린 건 전주시가 최초다.
겨우 방향을 잡은 정도다. 앞으로 99.9%가 남았다. 도시의 한 산업이 아니라, 도시 자체가 경쟁력이 되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독일 슈투트가르트나 일본 교토처럼 문화와 전통이 있는 도시를 모델로 삼고 있다. 관광·음식·쇼핑·숙소 네 가지 생태계를 부지런히 구축해 어떤 도시로 가야 하는지 선례를 보여주고 싶다.

기자명 송지혜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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