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서 펼쳐지는 대기업 쇼핑몰 사업
도시를 상징하는 게 쇼핑몰은 아니잖아요


지난 7월28일, 전북 전주의 ‘미래 가치’를 결정짓는 회의가 열렸다. 줄곧 논란이 됐던 전주 종합경기장 개발 사업이 민자 사업에서 전주시 사업으로 최종 변경됐다. 전주시의회는 본회의를 열어 ‘종합경기장 이전 및 복합단지 개발사업 변경계획 동의안’을 큰 표 차이(찬성 26표, 반대 7표)로 가결했다.

2004년 강현욱 당시 전북도지사는 도 소유 재산인 종합경기장을 전주시에 무상으로 넘겼다. 대신 전주시가 대체 체육시설을 건립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송하진 당시 전주시장(현 전북도지사)은 2012년 롯데쇼핑을 사업자로 결정했다. 롯데쇼핑은 육상경기장과 야구장 등을 새로 건립해주는 대신 전체 부지의 52%를 넘겨받아 쇼핑몰을 세우기로 했다.

지난해 김승수 전주시장이 당선되면서 상황이 뒤바뀌었다. 전임 집행부의 개발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한 것이다(도시를 상징하는 게 쇼핑몰은 아니잖아요 인터뷰 참조). 1년여의 설득 끝에 민자 사업을 취소하고 시 재정으로 종합경기장 부지를 개발하기로 확정했다. 전주시는 체육시설, 전시·컨벤션센터와 도심 시민공원을 조성할 예정이다. 사업비는 총 1383억원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트렌트2012년 개장한 충남 부여 백제문화단지의 롯데 아웃렛. 거액을 들였지만 관광 사업 효과는 미미하다.
전주시와 달리, 대다수 지방자치단체장은 앞장서서 대형 쇼핑몰 유치에 힘쓰고 있다. 대규모 고용 창출이 일어나고, 관광객 유입을 통한 세수가 늘어 지역경제가 활성화된다고 홍보한다.

경기도가 대표적이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경제 유발효과 1조3000억원, 지역주민 고용 유발효과 1500여 명(2013년, 롯데쇼핑 파주 세븐페스타 투자협약식)’ ‘경제 유발효과 6000억원, 고용 유발효과 9000여 명(2013년, 신세계사이먼 여주 프리미엄아웃렛 투자유치 양해각서)’ 등 대기업 쇼핑몰 유치 및 홍보에 적극적이었다. 경기도에서 빅3 유통 재벌로 일컬어지는 롯데·현대·신세계가 운영하는 대형 아웃렛은 네 곳이다. 김포·광명·구리시에 개점을 앞두고 있고, 하남·시흥·의정부시 등에서는 사업이 추진 중이다. 의정부에서만 건설되었거나 예정 중인 곳이 10여 군데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의 홍보와 달리, 대형 쇼핑몰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는 허구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미경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신세계 프리미엄아웃렛 여주점과 롯데 프리미엄아웃렛 이천점이 창출한 직접고용 일자리는 각각 857명, 1400명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본사 정규직은 신세계 아웃렛 10명, 롯데 아웃렛 34명에 불과했다. 매장에서 채용한 판매 사원은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가 대부분이었다. 대형 쇼핑몰 입점주는 매출액의 12∼20%를 수수료로 지불한다. 지역 안에서 돌아야 할 돈이 본사에 ‘빨려’ 들어가는 셈이다.
 

ⓒ연합뉴스2013년 개장한 경기 이천의 프리미엄아웃렛이 창출한 정규직 일자리는 34명에 불과했다.
2011년 경기도 파주시에 신세계 아웃렛과 롯데 아웃렛이 입점하면서 파주의 금촌 상권과 일산 덕이동 패션 거리의 의류 매장 수십 개가 문을 닫았다. 2013년 12월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롯데 아웃렛 이천점은 개점하자마자 경기도 내 중심 상권을 몰락시키다시피 했다. 중소 상인이 손잡고 만든 여주 375아웃렛의 경우, 2013년 650억원대에 달하던 매출이 신세계 아웃렛 여주점이 생기면서 절반가량으로 뚝 떨어졌다.

대형 유통업체는 왜 지역으로 눈을 돌리나

상황이 이런데도 지방자치단체는 그린벨트를 해제해 쇼핑몰 부지를 지원하고, 세금을 감면하기 위한 꼼수를 쓴다. 롯데 아웃렛 이천점은 2013년 12월 개점한 이래 이천시에 납부한 지방세(취득세·재산세·지방소득세·주민세)가 12억3100만원에 불과하다. 이천시 1년 지방세 수입(2650억원)의 0.4% 정도다. 롯데 아웃렛이 물류시설로 분류됨에 따라 취득세 100%(102억원), 재산세 50%(6억원)를 감면받았다.

2012년 충남도와 롯데쇼핑은 백제문화단지 내에 롯데 아웃렛 부여점을 개장했다. 13년간 총예산 3800억원이 투입된 백제문화단지 내에 롯데는 콘도와 골프장, 아웃렛을 세웠다. 나아가 2013년 12월 백제문화권 개발촉진지구 지정을 해제함에 따라 골프·스파·놀이기구 시설을 지을 예정이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부여군 시내로 유입되는 관광객은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결국 부여군은 지난해부터 6년간 400여억 원을 투자해 도심 상권 살리기 사업을 벌이고 있다. 4000억원에 가까운 세금을 들여 조성한 문화관광 사업이 효과가 없자, 또다시 혈세를 투입하는 진풍경이 벌어진 것이다. 이상선 충남참여자치연대 상임대표는 “사실상 재벌기업 특혜 주기에 그친 지방자치단체의 사업”라고 꼬집었다.

대형 유통업체의 쇼핑몰 사업은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여수(신세계)·순천(코스트코)·광양(LF네트웍스) 등 전남 동부권 주요 상권에 각각 쇼핑몰이 들어설 예정이다. 3개 시 인구는 총 72만명에 불과하다. 매장이 들어설 경우 지역 상권이 초토화될 가능성이 높다. 도내의 함평(신세계)·나주(신세계)·무안(롯데)에서도 쇼핑몰 입점이 가시화되고 있다. 서울 상암동(롯데), 경기 부천(코스트코), 전남 무안(GS리테일), 부산 전 지역(롯데) 등에서는 쇼핑몰 입점이 지역사회의 주요 화두로 거론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는 왜 지역 쇼핑몰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을까?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의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 신장률은 거의 ‘0’에 가까워졌다. 대형마트는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백화점은 더 이상 쏠쏠한 돈벌이가 안 된다. 그러면서 기업형 슈퍼마켓을 동네 골목마다 진출시켰는데, 이마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이제 대형 유통업체는 대형 복합 쇼핑몰을 지역에 진출시키며 수익을 꾀한다.
 

ⓒ목포시민시문 제공전남 무안군에 롯데 계열 쇼핑몰 입점이 예고되자 6월29일 지역 소상공인들이 집회에 나섰다.
국회 입법조사처 박충렬 입법조사관은 “전통상업보존지역을 지정하는 것처럼 일정 규모 이상의 쇼핑몰은 들어오지 못하도록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자체장이 앞장서서 대형 쇼핑몰의 투자를 이끌어오는 현실에서 전주시 같은 소신있는 사례가 나타나지 않는 한 대형 유통 재벌의 폭주를 막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기자명 송지혜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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