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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보안관?’ 기는 방통위 위에 뛰는 청소년

4월16일부터 청소년에게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통신사업자는 유해물 차단 기능이 있는 앱을 설치해야 한다. 방통위 예산으로 무료 앱을 만들기도 했는데, 과잉 규제라는 비판과 실효성에 대한 의심을 동시에 받고 있다.

신한슬 기자 hs51@sisain.co.kr 2015년 07월 23일 목요일 제4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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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윤돈선씨(45)는 지난 5월10일 중학교 3학년 아들 태정군(15)의 스마트폰을 바꿔주었다. 다음 날 대리점 판매자로부터 문자가 왔다. “스마트보안관 앱을 꼭 설치해주세요. 법이 바뀌어서, 설치하지 않은 게 보고되면 판매자가 일주일간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지난 4월16일부터 청소년에게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통신사업자는 청소년 유해물 차단 기능이 있는 앱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여성가족부 소속 청소년보호위원회가 결정한 ‘유해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취지에 따라 4월14일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제37조 8항이 신설되었다. 시행령은 스마트폰 판매자에게 두 가지 의무를 지운다. 먼저 청소년과 계약을 체결할 때 청소년 유해물을 차단할 소프트웨어(앱) 등 차단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 계약이 체결된 후에도 의무가 있다. 차단 앱이 삭제되거나 보름 이상 작동하지 않으면 매월 부모에게 통지해야 한다. 청소년이 마음대로 유해물 차단 앱을 삭제할 수 없게 한 것이다.

청소년 유해물 차단 앱에는 스마트보안관, T청소년스마트폰안심팩, 올레자녀폰안심, 자녀폰지킴이 등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13년에 나온 스마트보안관이다. 방통위 예산으로 만든 무료 앱이다. 방통위는 스마트보안관과 스마트안심드림(학교 폭력이 우려되는 문자를 부모에게 보내는 앱)을 함께 개발하는 사업에 2013년 9억8000만원, 2014년 12억원, 2015년 10억400만원의 예산을 썼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이명익</font></div>한 어린이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에 ‘스마트보안관’이 깔려 있다.  
ⓒ시사IN 이명익
한 어린이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에 ‘스마트보안관’이 깔려 있다.
 
스마트보안관은 자녀의 스마트폰을 원격으로 통제할 수도 있다. 자녀의 스마트폰에는 ‘자녀용’, 부모의 스마트폰에는 ‘부모용’ 스마트보안관 앱을 설치한 뒤 ‘자녀앱 관리’ 항목에 들어가면 자녀의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 목록이 나온다. 이 가운데 자녀가 사용하지 않았으면 하는 앱을 부모가 차단할 수 있다.

특정 시간대에 통화·문자를 제외한 모든 앱을 차단할 수도 있다. ‘이용시간 관리’ 항목에서 차단 시작 시간과 종료 시간을 설정하면 된다. 스마트보안관은 부모가 설정한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삭제할 수 있다. 자녀가 삭제를 시도하면 부모에게  ‘자녀 폰에서 스마트보안관 삭제 시도가 감지되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뜬다.

여기까지만 보면, 방통위가 혈세를 들여 만든 차단 앱이 실효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기는 방통위에 뛰는 청소년이 있다. 부모 몰래 스마트보안관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방법이 많은 것이다. 포털 검색창에 ‘스마트보안관’을 치면 ‘스마트보안관 비활성화’ ‘스마트보안관 삭제방법’이 자동 완성된다. 법조문은 ‘디지털 키즈’인 청소년들에게는 아무 효력을 내지 못했다.

방통위 담당자는 “꾸준한 업그레이드를 통해 삭제 방지를 강화하고 있지만, 우리는 방어하는 입장이고 청소년은 공격하는 입장이라 청소년들이 계속 우회 수단을 찾는 것은 어쩔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일본법의 철학은 빼고 수단만 가져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책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희석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본법을 참고해 청소년 유해물 차단 규제를 도입했는데, 일본법의 철학과 원칙은 빼고 수단만 가져왔다”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2008년 ‘청소년이 안전하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의 정비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서 교수에 따르면 이 법은 자율을 중시하고 규제는 최소화했다. 표현의 자유 훼손, 청소년의 알권리 침해를 경계해서다. 휴대전화 인터넷 접속 서비스 제공자는 보호자가 원하는 경우에만 유해물 차단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획일적인 규제가 아닌 것이다. 서 교수는 “한국도 법적 보완을 통해 부모와 청소년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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