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IT 전문가들은 우선 데이터 센터(위)를 중심으로 에너지 효율화를 꾀한다.

전문가의 진단이 아니어도, 한반도의 기후가 해마다 아열대에 가까워지는 것은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이렇게 지구 온난화를 직접 겪다 보니 교토 의정서니 탄소 배출량 문제니 환경 규제 강화니 하는 말이 먼 나라 이야기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환경문제에 대한 대응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정보기술(IT) 업계도 무언가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아니나 다를까 ‘그린 IT(Green IT)’는 이미 2008년 현재 유행어로 자리를 잡아간다. 미국 IT 리서치기업 가트너는 2008년 10대 전략 기술 가운데 하나로 그린 IT를 선정했다. 

우리가 IT를 통해 네트워크상에 우리의 분신과 그림자를 만들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다른 산업 분야에 비해 높지 않다. 현재 IT는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량의 2%를 차지한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줄여보자는 것이 그린 IT 전문가들의 일차적 발상이다. 그 상징이 되는 현장은 데이터 센터로 그린 IT의 첫 번째 타깃이다. 하드웨어 업체는 전력 및 냉각에 관한 최적화를 이루려 하고, 소프트웨어 업체는 어떻게 하면 하드웨어를 덜 사용할지 궁리를 계속한다. 기계 한 대를 여러 운영 체제가 공유하면서 자기가 그 기계의 주인인 양 착각하게 하는 ‘가상화’는 그린 IT라는 테마에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청구서 이메일로 보내면 연 500억원 절약

전통적 ‘에코’ 사상의 시각에서 본다면 그린 IT가 그냥 전기료 절감과 동의어가 되는 것이 불만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이다. 더 시급한 환경문제가 있는데도 온난화와 배출권 거래에 빠져 있는 현재의 환경보호주의는 난센스라는 과학계 일각의 주장을 어쩌면 IT 업계는 아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가장 명확하고도 또 설명하기 쉬운 경제적 혜택을 ‘그린 IT’로 재정의하는 것뿐이다. 뜨겁고도 싸늘한 데이터 센터가 그린이 될 수 있다는 말 자체가 처음부터 꿈이었고, 그렇기에 역시 비전을 파는 업계답다. 그러나 그러한들 어떤가? 적어도 화석연료의 산물, 전기는 절약할 테니까.

정말로 그린 IT를 꿈꾼다면 가장 강력한 그린 IT를 꿈꿔보는 것은 어떨까? 개인적으로는 온라인화를 가속해 오프라인에서의 이동을 감쇄하는 일이 진정한 그린 IT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과 그 부대 상황이 움직임으로써 발생하는 모든 환경 폐해가 줄어들 수 있다면 말이다.

청구서를 이메일로 받아보는 것은 가장 비근한 ‘그린 IT’다. 휴대전화 청구서만 이메일로 바꿔도 연간 500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청구서를 인쇄하는 데 쓰이는 종이와 청구서라는 정보를 만들기 위해 소모되는 노동력까지 합한 비용이다. 종이 사용량만 줄여도 종이 생산에 들어가는 각종 환경 파괴 요인은 매우 줄어든다. 그러나 여기서 더 나아가 잠재적 환경 파괴자인 개개인을 움직이지 않게 하는, 바라건대 출근 자체를 하지 않게 만드는 솔루션이 있다면, 그 솔루션이 전기를 좀 먹더라도 성공적으로 가동하는 것이 진정한 그린 IT이리라. 다소 허황된 꿈일 수 있겠지만.

기자명 김국현 (IT 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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