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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하 팔 돈으로 풍력·지력 발전소 건설하는 게 낫다”

세계적인 환경운동가 레스터 브라운 박사는 곡물의 70%를 수입하는 한국은 세계 곡물 시장에서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며 지력 에너지 개발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리·안은주 기자 anjoo@sisain.co.kr 2008년 06월 17일 화요일 제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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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한향란
김광웅 발행인(왼쪽)은 합리주의에 기반한 서양식 성장철학에 의문을 제기했고, 브라운 소장(오른쪽)은 합리주의보다 물질주의가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레스터 브라운 박사(74·미국 지구정책연구소장)는 세계적인 환경운동가다. ‘지속가능 발전’이라는 용어를 30여 년 전부터 활용한 인물이기도 하다. 최근 <플랜B. 3.0>을 출간한 그는 여전히 지구의 에너지 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화석연료(석유)에 기반을 둔 지금의 에너지 체제(플랜A)에서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무한히 쓸 수 있는 재생에너지 체제(플랜B)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을 찾은 레스터 브라운 박사를 김광웅 <시사IN> 발행인이 지난 6월10일 만났다.

<플랜B. 3.0>에서 밝힌 당신의 의견에 동의한다. 당신은 ‘도시종’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삶의 질을 놓고 볼 때 서울은 세계 220여 개 도시 중 85위다. 그런데도 한국 사람은 도시화에 대해 긍정적이다.

도시화를 막기는 참 어려운 일이다. 미국을 보면 도시가 확장될수록 농지가 줄어든다. 도시가 양적으로 팽창하면 도로를 엄청나게 닦아야 하고, 자동차에 의존하는 성장 패턴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로 미국은 세계 석유 소비 2~21위 국가의 양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석유를 사용한다. 미국은 전세계 석유의 큰 쓰레기장이다. 미국식 생활 패턴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석유 매장량은 정해져 있어서 석유 생산이 정점에 이른 뒤에는 어떤 국가도 그 이상의 석유를 얻지 못한다. 각국 정부는 이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

당신은 석유 대신 태양열·조력·풍력 등이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원자력과 수소 에너지도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은가?
원자력은 핵 폐기물, 만약의 사고에 대비한 안전 문제에 관한 비용을 함께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 해체 비용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경우 건설보다 해체 비용이 더 많이 든다. 원자력발전은 가격 경쟁이 안 된다. 그 때문에 전력 민영화를 실시한 나라에서 원자력 발전소를 세운 사례가 없다. 전력이 국영화된 프랑스나 중국 같은 나라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원자력 말고도 저렴한 대안은 많다.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들어가는 돈의 아주 일부만이라도 전력 효율성에 투자한다면 엄청난 전력을 아낄 수 있다. 예컨대, 전세계가 백열등을 형광등으로 교체하기만 해도 전력 사용량의 20%를 아낄 수 있다. 그러면 세계 화력발전소 2400여 개 가운데 705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의 전구를 다 형광등으로 바꿔본 뒤에도 원자력이 필요한지 이야기해보자. 다른 대안으로는 물론 풍력, 태양열, 지력, 조력 따위가 있다. 해안선이 긴 한국은 조력발전에 큰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

바이오 연료는 어떤가? 바이오 연료가 오히려 환경을 해치고 곡물 가격 폭등을 조장한다는 시각도 있는데….
올해 미국이 재배할 곡물 4억t 가운데 1억t이 자동차 연료에 쓰이는 에탄올 증류소로 향한다. 이 분량은 세계 곡물 소비 연간 성장률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곡물 재고가 이미 줄고 있는 상황에서 굉장히 큰 실수를 범하는 것이다. 자동차가 바이오 연료보다는 하이브리드 연료와 풍력으로 달릴 수 있도록 투자해야 한다. 인류는 곡물 연료가 아닌 새로운 연료 경제구조를 개발할 충분한 기술을 이미 가졌다.

한국은 자동차 산업을 장려하는 동시에 환경오염도 걱정한다. 당신이 만약 한국의 대통령이라면, 이 두 가지 정책을 어떻게 조화시키겠는가?
어느 나라든 차를 더 생산할 필요는 없다. 차를 만들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회를 디자인해야 한다. 차가 필요없다면 자동차 산업에 돈을 지출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차나 에어컨이 없고, 방 한 칸짜리 아파트에 살며 걸어서 출근한다. 요즘은 먹는 것도 단순하게 바꾸었다. 이런 생활이 정말 좋다. 나를 위한 시간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의식 중에 ‘경제는 자전거와 같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빨리 달리지 않으면 넘어진다고.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단순한 생활습관을 만들고 유지해서 건강한 경제를 이룩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굉장히 취약한 경제 속에 살고 있다. 최근 많은 사람이 어느 때보다 우리의 미래에 대해 걱정한다. 아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인 것 같다. 문명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위협받는 것이 문명뿐인가?
문명보다 더 큰 것이 있는가? 관개시설 때문에 토양의 염분 농도가 올라가 소멸되었던 수메르 문명이나 토양 침식과 무분별한 남벌 때문에 식량 공급이 줄어 소멸했던 마야 문명을 보라. 환경문제로 인해 소멸한 문명들이다.

사회나 문화는 환경을 파괴하면서 살아남을 수 없는 것 같다. 잉카·헬레나·에게·메소포타미아 문명 등은 환경문제 때문에 쇠퇴했다.
어떤 문명도 자연체계를 무너뜨리고 살아남은 전례가 없다. 우리 문명도 자연체계를 파괴하고 방해하면 그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현재도 자연 문제로 일어나는 많은 현상이 있다. 토양 침식, 지하수면이 낮아져 우물이 마르고, 수산업이 무너지고 있으며 산림은 줄어들고 이산화탄소는 증가하고 기온이 상승해 북극·남극의 얼음이 녹는다. 이런 경향을 되돌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큰 어려움에 처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구조의 변화가 중요한 것이다. 현재의 식량 부족 현상은 환경 및 인구학적 영향의 첫 번째 표시이다. 이전 문명의 쇠락 과정에서도 식량 문제가 가장 먼저 찾아왔다. 지금 곡물 가격이 급등하는 이유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소비 때문이다. 사람들이 한 단계 높은 식량을 먹기 원하는 한편 미국에서는 엄청난 양의 곡물이 차량 연료로 전환된다. 식수 부족, 곡물 재배 감소, 토양 침식, 기온 상승, 더 나은 농업기술의 개발 불가능 따위로 인해 공급량을 더 늘리기도 어렵다. 지난 8년 중 7년은 곡물 생산보다 소비가 더 많았다. 현재 세계 곡물 재고량은 역사상 최저 수준이다. 앞으로의 시장을 내다보면, 12월에 재배될 밀이나 옥수수 가격은 지금보다 더 비쌀 것이다. 문명의 쇠락으로 가지 않기 위해서는 현재의 식량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

도시 생활에 익숙한 사람으로 하여금 에너지를 줄이고, 식생활을 바꾸게 하려면 어떻게 설득하는 것이 좋은가?
가장 중요한 점은 시장이 환경문제의 진실을 말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가 소비하는 모든 원자재의 간접비용을 계산해서 소득세를 줄이고, 탄소세와 공해 발생세를 높이는 등 세금 구조를 재구성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화석연료에서 재생 에너지 체계로 시장이 재구성될 것이다. 시장이 진실을 말하면 환경문제는 빠르고 효율적으로 해결될 것이다.
지난 세기 동안 세계는 석유 소비를 늘리면서 에너지 경제를 세계화했지만, 이제 석유 생산이 점점 줄
   
ⓒ시사IN 한향란
전세계 환경 정책의 ‘대부’로 불리는 레스터 브라운 박사. 1974년 세계적인 환경연구소 ‘월드워치’를 설립해 매년 지구환경보고서를 펴낸다.
어들면서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눈을 돌렸다. 세계화된 에너지 경제는 이제 지역화할 것이다. 에너지 경제가 지역화하면 식량 경제도 지역화될 것이다. 지역에서 더 많은 식량을 키우고, 수입은 줄어들 것이다. 식량을 항공 운송하게 되면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한다. 만약 간접비용을 더해 항공연료 가격이 인상된다면 수입 농산물 가격은 엄청나게 비싸질 것이다. 지역 재배가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농업의 미래이다.

개발하려는 기관이 환경오염 비용을 내려고 할까? 서양식 합리주의에 대한 의문이다.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유교든 기독교든 부유하면 더 행복하다고 절대로 말하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는 더 가질수록 더 행복해진다는 새로운 물질주의 철학을 만들었다. 이런 철학을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강하게 가진 나라가 중국이다. 그들이 오랫동안 가졌던 사회주의·공산주의의 가치가 무너지면서 이를 대체할 만한, 그들의 태도를 인도할 어떤 가치도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인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유해지기를 원한다. 그래서 중국의 자연 파괴는 지금까지 우리가 봐온 것들을 훨씬 뛰어넘는 아주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중국의 제1 사망 원인은 암이다. 공해에서 비롯한 다양한 발암물질이 여러 암으로 발전되는 시간을 계산한다면 20년 뒤 중국의 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나빠질 것이다. 암 발병률이 매우 높아질 것이다. 이는 굉장히 무서운 시나리오다. 사람들은 공포에 떨 것이고 정치적 안정은 흔들리게 될지도 모른다.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전등 사용 줄이기 등의 에너지 절약 지침을 내린다. 좋게 보는 사람도 있지만 대통령이 쩨쩨하게 그런 일에 연연해한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의 구조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정치력이다. 그래서 세금을 재구성해서 시장으로 하여금 진실을 말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 전구를 바꾸고 신문지를 재활용해도 효율적인 전구를 켤 때마다 화력발전소에서 생성되는 전기를 사용하게 된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전기를 아끼도록 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지만 그는 구조를 바꾸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국 대통령의 대운하 계획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운하에 들어가는 막대한 자원은 재생 에너지 개발에 사용하는 것이 맞고 한국으로서도 바람직하다. 풍력발전소·태양열을 개발하고, 조력·지력 에너지를 개발해야 한다. 여기에 자본이 투자되어야 한다. 재생 에너지 개발에 대한 투자는 한국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환경을 파괴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대운하 정책을 반대하는 것인가?

환경문제도 야기하겠지만 나는 대운하 개발에 들어가는 자원이 한국의 재생 에너지 개발에 사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석유 공급이 끊어지더라도 한국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늘날 한국은 곡물의 70%를 수입한다. 현재 세계 곡물 추세로 보면 굉장히 취약한 구조다. 이제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예를 들어, 지력 에너지와 온실은 신선한 지역 음식을 생산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건설회사의 대표였다는 것을 듣고는 왜 그가 건설을 좋아하는지 알게 됐다. 하지만 대운하 건설이 아니라 풍력, 태양열, 지력 발전소 건설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

언제 다시 방문하면 당신이 해석하는 ‘실패 국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시간 내주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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