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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파괴자’ 샤오미의 세계시장 공략법

샤오미는 서구 경영학자로부터 ‘빅뱅 파괴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2010년 설립된 샤오미는 어떻게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나. 샤오미를 통해 글로벌 자본주의와 중국 경제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다.

이종태 기자 peeker@sisain.co.kr 2015년 01월 13일 화요일 제3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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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분기 이후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을 제치고 1위에 등극한 샤오미가 ‘홍미’ 100만원어치(5대 정도)를 팔고 손에 쥐는 돈은 2만원(영업이익 기준)이 채 안 된다. 이에 비해 글로벌 강자인 삼성과 애플이 100만원어치(한 대 값에도 못 미친다)의 스마트폰을 팔면 각각 18만7000원, 28만7000원 정도를 영업이익으로 얻는다. <차이나 비즈니스>(2014년 12월16일)가 3사의 연례보고서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그렇다.

2만원(샤오미)과 18만7000원(삼성), 그리고 28만7000원(애플). 어떤 회사든 돈 벌자고 장사하는 것인데, 영업이익에서 이토록 큰 차이가 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를 살펴보면, 최근의 글로벌 자본주의와 그 한 부분인 중국 자본주의의 특징이 나온다.

2010년 설립된 샤오미는 중국에서 보기 드문 민간 부문의 대기업이다.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든 지 불과 4년 만인 지난해 3분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무려 5.2%. 삼성(24.4%), 애플(12.7%), 중국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5.3%)에 이어 글로벌 4위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AP Photo</font></div>폭스콘(위)처럼 애플과 거래하는 중국 내의 타이완 조립업체는 제품 판매가의 0.5%를 가져갈 뿐이다.  
ⓒAP Photo
폭스콘(위)처럼 애플과 거래하는 중국 내의 타이완 조립업체는 제품 판매가의 0.5%를 가져갈 뿐이다.
샤오미가 이 정도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스마트폰 산업의 ‘진입 장벽’이 신생 기업도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낮아졌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어떤 기업이 특정 산업의 글로벌 강자가 되려면, 해당 상품의 전체 설계부터 시작해서 각 부품을 직접 만들고 조립하며 마케팅과 광고까지 수행해야 했다. ‘하나’의 기업 안에서 이렇게 다양하고 복잡한 활동이 상호보완적으로 이뤄져야 했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기업 활동 관련 정보들을 축적·통합·전송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과 산업의 행태는 180° 바뀐다. 각 공정(부품)들을 해체해서, 생산에 가장 유리한 입지(예컨대 노동비용이 저렴하거나 소비시장이 큰 곳)로 떼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덕분에 개별 부품에 전문화한 업체들이 세계 곳곳에서 발전했다. 그래서 애플은 스마트폰에 필요한 LCD나 메모리칩을 직접 만들 필요가 없다. 단지 연구·개발 활동을 통해 제품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이에 필요한 부품을 지구 이곳저곳의 업체에 주문해서, 전문 조립업체(주로 중국에 진출한 타이완 기업들)에서 완성한 뒤, 애플의 브랜드를 붙여 팔면 된다. 말하자면 애플은 아이폰의 ‘공급 사슬(Supply Chain)’의 최상층에 앉아 지구적으로 수행되는 전체 공정을 지휘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최상층 기업은 ‘공급 사슬’의 각 단계에 ‘가치’를 부여할 권력도 지닌다. 미국의 유력 경제지 <포브스>(2011년 12월24일)에 따르면, 아이폰 한 대를 100만원에 판 경우 애플이 가져가는 몫은 58만5000원이다. 애플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삼성전자 등 한국 업체들이 4만7000원, 미국의 다른 업체들(마이크로 프로세서를 공급하는 인텔 등)이 2만4000원을 챙긴다. 중국 내의 타이완 조립업체(0.5%)와 여기서 일하는 노동자 수십만명(1.8%)은 매출액 중 단 2.3%를 얻을 뿐이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샤오미의 스마트폰(위)은 저렴한 가격과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로 돌풍을 일으켰다.  
ⓒ연합뉴스
샤오미의 스마트폰(위)은 저렴한 가격과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로 돌풍을 일으켰다.
삼성도 갤럭시 시리즈를 만드는 글로벌 공급 사슬에서 애플과 비슷한 구실을 한다. 더욱이 삼성은 2차 전지, 플래시 메모리, 마이크로 프로세서, 메모리칩 등 엄청난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고 기술적 어려움 때문에 아무나 만들 수 없는 첨단 부품들을 생산한다. 삼성은 이런 부품들에 대해 나름 독점하고 있으므로 가격을 비싸게 매길 수 있다. 그래서 삼성이 스마트폰 판매에서 비교적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것이다.

샤오미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뜰 수 있었던 이유


이렇게 바뀐 생산 시스템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신생 업체가 첨단산업이라는 스마트폰 부문에 진출할 수 있는 이유도 알 수 있다. 스마트폰의 부품을 직접 생산하거나 조립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 안이나 인근 국가에 부품 업체들이 여럿 있다. 중국에 진출한 타이완 업체들은 스마트폰 조립에 능숙하다. ‘신제품’을 설계한 뒤 이에 맞춰 아웃소싱하면 된다. 그래서 샤오미 등 중국 기업들은 핵심 기술 없이도 스마트폰 생산에 뛰어들 수 있었다. 다만 중국 기업들은 삼성이나 애플처럼 ‘남이 따라 할 수 없기 때문에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기획력이나 부품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영업이익에서 큰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샤오미의 낮은 영업이익에는 전략적 측면도 있다. 실사용자나 해외 언론들에 따르면, 샤오미 홍미 시리즈의 품질은 갤럭시나 아이폰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다른 중국 스마트폰과 달리 ‘고급품(high end)’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가격은 20~30% 수준밖에 안 된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AP Photo</font></div>레노보는 IBM의 PC사업 부문을 인수한 뒤 세계 최대의 PC 판매업체로 성장했다.  
ⓒAP Photo
레노보는 IBM의 PC사업 부문을 인수한 뒤 세계 최대의 PC 판매업체로 성장했다.
샤오미는 스마트폰의 제조·판매 과정에서 필요한 비용들을 대폭 절감하는 ‘혁신’에 성공했다고 평가받는다. 삼성이나 애플은 일단 완성품을 만들어놓고 각종 현란한 홍보 기법을 통해 판다. 그러나 샤오미는 판매한 이후 생산한다. 샤오미는 홈페이지에 정해진 판매량(예컨대 10만 대)을 공고하고, 정해진 시간에 온라인 주문을 받는다. 묘하게 소비자를 자극하는 측면이 있다. 샤오미의 온라인 주문은 수분 내에 마감된다. 1초 만에 1만 대, 90초에 10만 대를 판다. 한국의 명절 기차표 온라인 예약과 비슷한 광경이다. 이렇게 ‘행운의 고객’이 선정되면, 그때부터 인근 국가의 회사들로부터 부품(소니의 카메라, 샤프의 스크린, 타이 업체들의 MOS와 배터리 등)을 조달한다. 이런 부품들은 중국 경제특구인 선전으로 우송되어 타이완 국적 조립업체들에서 완성품으로 가공된 뒤 전자상거래 업체 배송망을 통해 고객에게 전달된다. 재고비용도 광고비도 필요 없다. 더욱이 삼성과 애플이 6~8개월 만에 모델을 바꾸면서 막대한 개발비를 투입하는 반면 샤오미의 제품 주기는 18~20개월이다. 제품 주기가 긴 만큼 개별 부품들의 가격은 계속 내려간다. 이 같은 측면에서 샤오미는 서방국가의 경영학자들로부터 ‘빅뱅 파괴자(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내비게이터 전용 기기의 씨를 말린 것처럼 기존 시장을 완전히 파괴하는 신제품)’라는 명칭을 들을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물론 이 혁신의 지속가능성은 더 지켜봐야 할 테지만.

지금까지 봤듯이 샤오미는 글로벌 자본주의와 중국 경제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훌륭한 매개체다. 1990년대 이후 급속히 변화된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는 샤오미 같은 신생 기업이 첨단산업에 뛰어들 수 있게 했다. 다른 한편 샤오미는 재고 관리, 판매 방법 등에서 혁신을 일으켜 글로벌 경제에 충격을 줬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AP Photo</font></div>중국은 자동차회사 체리 등 토종 대기업을 정책적으로 육성 중이다. 위는 체리의 전기차 모델.  
ⓒAP Photo
중국은 자동차회사 체리 등 토종 대기업을 정책적으로 육성 중이다. 위는 체리의 전기차 모델.
이런 성과를 낮게 봐서도 안 되겠지만 과대평가해도 곤란하다. 샤오미가 엄청난 실적을 올린 현시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 역사를 보면, 시대를 이끌어가는 소수의 산업이 있다. 19세기 말의 철강, 20세기 초·중반의 자동차, 전자 등이다. 이런 산업을 주도하는 국가가 세계경제를 주도한다. 후발국이 이런 산업을 성공적으로 육성하면 선진 자본주의 국가 대열에 끼게 된다. 한국은 철강, 자동차, 전자 등을 육성하는 데 순차적으로 성공하면서 선진 자본주의 국가 진입에 성공한 희귀 사례 중 하나로 평가된다(이 부분은 해외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좌우를 막론하고 나오는 이야기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각 시대 첨단산업의 ‘첨단성’이 영원히 유지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 나라 혹은 ‘우리’ 기업만 해당 산업을 영위할 때 독점력에 기반한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를 다시 투자해서 다른 나라(기업)와의 격차를 더 벌리기도 한다. 그러나 후발 국가(기업)가 해당 산업 육성에 성공하고 이에 따라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 가격이 대폭 하락한 끝에 ‘독점의 이익’이 대폭 줄어든다. 소비자들은 그 상품을 사치품이 아니라 일상용품으로 느끼게 된다. 선도 기업이나 국가가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는 방법은 새로운 첨단산업으로 이동하는 것 말고는 없다. 달리는 두발자전거 같은 자본주의 체제의 숙명이다.

이렇게 보면 샤오미의 약진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2000년대 중반 첫 출시된 이후 스마트폰 역시 어느새 일상용품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지만, 누구나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이다. 2005년 IBM의 PC 사업 부문을 인수한 뒤 세계 최대의 PC 판매업체로 성장한 중국 기업 레노보 역시 비슷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에드워스 스타인펠드 교수(MIT 대학)는 선도업체인 IBM이 ‘맞춤형 비즈니스 솔루션’ 등 “독점적이고 높은 가치를 창조하는 차세대 사업 영역”으로 진출하기 위해 당시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던 PC 시장에서 철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더욱이 PC 산업의 글로벌 공급 사슬에서 큰 이익을 내는 핵심 부품이나 브랜드, 설계 등은 제조업체가 아니라 다른 선진국 기업들에 돌아간다는 것이다. 레노보는 지난해 1월에도 구글의 자회사인 모토롤라 모빌리티를 29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스마트폰 사업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구글은 모토롤라의 특허 1만7000여 건 중 대부분을 레노보에 넘기지 않았다.

개발도상국이 글로벌 차원에서 첨단 제품을 만들어냈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놀라운 일일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의 현실을 본다면 그리 놀랄 만한 일도 아니다.

중국 대기업들은 매우 화려하다. 특히 정보통신 및 인터넷 부문의 기업들이 그렇다. 지난해 9월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는 뉴욕 증시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을 조달해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32~33쪽 기사 참조). 그러나 이전에도 인터넷 검색 업체 바이두, 인터넷 기업 텐센트 등이 해외 증시에서 만만찮은 실적을 기록했다. 이처럼 서방국가 투자자들이 중국 인터넷 기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중국의 총수출 가운데 외국 자본 몫이 47.3%


중국은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다. 그만큼 소비시장도 크다. 이런 시장에서 알리바바 등 중국 토종 인터넷 기업들은 사실상 독점력을 행사하고 있다. 다른 민간 기업이 성장하기 힘들뿐 아니라(중국 은행들은 민간 기업에 좀처럼 대출하지 않는다) 구글, 이베이, 페이스북 등 글로벌 인터넷 자이언트들은 중국 시장에 접근하기 힘들다. 텐센트의 모바일 메신저인 QQ는 미국 AOL의 ICQ를 모방한 것이지만 사용자 규모가 8억명에 달한다. 알리바바의 매출은 아마존과 이베이를 합친 것보다 많다. 더욱이 2000년대 들어 선진 자본주의 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침체되어 있는 가운데 중국은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성장을 가속화하고 이에 따라 시장도 계속 확대될 나라로 점쳐졌다. 이런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측면만을 보고 중국 경제가 수년 내에 미국을 앞지르리라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중국 경제의 외형적 실적은 이 나라에 진출한 외국 자본들에 힘입은 바 크다. 지난해 2월 나온 미국 의회조사국(CRS) 보고서(<중국의 경제부흥>)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중국의 총 수출실적 가운데 외국 자본의 몫이 무려 47.3%다. 이런 현상은 하이테크 부문에서 더 심각하다. 중국의 하이테크 수출 중 외국 자본의 몫이 무려 82%다. 미국 의회조사국은 중국의 해외 기술 의존도를 50%로 평가한다. 수출 가공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중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육성 중인 토종 대기업들도 있다.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 백색가전 업체인 거란스, 자동차 제조업체인 체리 등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세계시장을 흔들기보다 기존 제품을 더욱 저렴하게 생산하는 단계에 불과하다고 스타인펠드 교수(<왜 중국은 서구를 위협할 수 없나>)는 지적한다. 기술 수준과 부가가치 서비스, 매출액 등의 기준으로 보면 아직도 세계적 선도 기업들에 많이 뒤처진다는 것이다. 더욱이 중국 업체들이 고급 제조업으로 “상향 보편화”하는 동안 서구의 선도 업체들은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여 고급 제조업에서 탈출한다”. 선도 업체들이 탈주하는 공간은 ‘글로벌 공급 사슬’의 최상층이다. 이 지점에서 서방의 선도 기업들은 해당 산업의 새로운 규칙과 표준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제품의 부가가치에서 가장 큰 몫을 떼어간다.

물론 이는 서방 선진국의 선도 기업에나 해당하는 이야기다. 대다수 기업이 더 높은 곳으로 고도화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 경제는 “상향 보편화”된 중국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 지쳐 나자빠질 수 있다. 중국 경제의 화려한 외양에 압도당하거나 질투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첨단산업 개발에 필요한 자금 조달, 기업 지배구조, 시장 규범 등에서 제도 개혁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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