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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전에 ‘에너지 절약’은 없는가

석유 가격 상승은 다른 의미에서 축복이 될 수도 있다. 사람들로 하여금 차를 덜 몰게 만들어 공기가 맑아지고 소음이 감소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어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릭 러핀 (강릉대 외국어교육원 강사·미국인) 2008년 06월 17일 화요일 제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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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안희태
요즘 한국 신문을 보니 유가 상승으로 버스 회사가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아 운행을 더 이상 못할 지경이라는 기사가 났다. 난 그 기사를 보고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기름값 상승은 회사 운영에 부담을 주겠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자가용을 몰던 사람이 다수 대중교통으로 옮겨가면 버스 고객이 늘어나게 되고, 그럼 기름값 상승분을 메우는 효과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알아보니 버스 이용자 수가 그리 크게 늘지는 않았다고 한다. 연일 뉴스에 등장하는 기름값 인상 소식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의 교통수단 이용 구조에 큰 변화가 없었던 것 같다.

미국에서는 최근 유가 상승에 따라 기름 수요가 5% 줄었다고 한다. 유가를 낮추는 방법은  소비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전 지구적으로 유가 상승으로 사람들이 고통받는다. 이를 막을 대책은 차를 덜 모는 일이다.

자동차를 몰고 싶은 것은 어느 나라 국민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각 나라의 역사적 상황이나 경제 구조에 따라 자가용 운행 비중은 달라진다. 미국 자동차협회에 따르면, 미국 기름 가운데 절반이 교통수단에 쓰인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좋지 않은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다.

“자동차 회사가 미국 전철을 죽였다”

한때 미국 도시는 저마다 전철망이 잘 발달해 있었다. 그런데 20세기 초, 석유 메이저 회사와 자동차·타이어 회사가 전철망을 모두 매입해버렸다. 이들은 전철에 투자해 대중교통을 확대하기보다 전철을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리는 방법을 썼다. 대신 자동차 도로망 건설에 많은 투자가 이뤄졌다. 1955년까지 미국 도시 90%의 경전차 시스템이 파괴됐다. 이후 미국인은 전례없는 비율로 자동차를 사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은 말했다. “전철은 자연사하지 않았다. GM(제너럴 모터스)이 죽였다.”

다행히도 샌프란시스코 같은 곳은 아직 전철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오늘날 샌프란시스코는 세계에서 최고의 관광 명소가 되었다.

물론 미국의 경우 막대한 지하자원 덕분에 기름값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미국 사전에 ‘에너지 절약’이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것은 한국 사전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많은 한국인이 자가용을 몰고 다닌다. 밀집된 도시에 지하철과 버스망이 잘 발달해 있는데 굳이 자동차를 저렇게 많이 타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꼭 자가용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는 대중교통이나 자전거, 도보로 대체해도 될 것 같다.

미국보다 더 자원이 없는 한국은 자원 절약 경제 체제로 경제 구조를 바꿔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과 비슷한 크기의 국토에 인구밀도가 높은 네덜란드 시내에는 자전거가 넘쳐난다. 한국이 본받아야 할 사례다.

물론 자유 시장에 맡기면 (높은 가격에 의해)궁극으로 수요를 줄이는 구실을 할 수 있겠지만, 시장이 언제나 모든 문제를 잘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앞서 이야기한 미국 전철망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부가 나서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교육하고 유도하는 캠페인을 벌일 필요가 있다. 최근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고성장 경기 부양 정책과 맞지 않을지라도 꼭 필요한 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석유값 인상은 다른 의미에서 축복이 될 수도 있다. 가솔린 가격 상승은 궁극에는 사람들로 하여금 차를 덜 몰게 한다.  사람들이 차를 덜 몰게 되면 공기가 맑아지고 공해가 없어지며 소음도 줄어들고, 사람들이 거리를 걷는 일이 많아진다.

거리에 차가 적어지면 이산화탄소 배출이 줄고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일련의 변화는 한국 사회를 더 건강하고 살기 좋게 만들 것이다.

우리는 다른 방향의 사회로 가야 한다. 자동 차를 모는 것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경제에도 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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