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김일도씨(가명·40)는 3년간 몸담았던 택배업체 일을 그만두고 개인택시로 업종을 변경했다. 대형 택배업체에서 근무했지만, 회사 소속이 아닌 개인사업자로 분류되었다. 부산 북구·연제구·사하구 등 세 구를 돌았고 당일 배송이 원칙이었다. 물량이 몰릴 때는 자정 가까이 배송하기도 했다. 택배 물건을 전달하다가 주차위반 딱지를 떼이는 일도, 상품이 파손되는 일도 본인 책임이었다. 차량 할부금, 유류비, 통신비를 제하고 나면 한 달에 150만원 남짓을 손에 쥐었다. 처우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일을 그만두었다.

택배업계에 따르면 택배 처리 물동량은 2002년 한 해 3억4000만 개에서 2012년에는 14억6000만 개로 증가했다. 10년 만에 4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배송 단가는 오히려 떨어졌다. 2012년 택배비 평균 단가는 2460원으로, 2002년 3265원에 비해 800원가량 더 낮게 책정되었다. 택배 기사가 물품 한 상자를 나르고 버는 수입은 1000원대에서 600∼700원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5월, CJ대한통운 택배 기사들이 파업을 하면서 택배 기사 처우가 공론화됐다. 당시 몇몇 업체에서는 택배 단가를 올려 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택배 기사의 상황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았다. 택배 가운데 90~95%는 홈쇼핑 등 업체가 개인에게 배송하는 기업 택배다. 기업은 여러 택배업체를 상대로 경쟁 입찰을 벌인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택배 단가는 떨어진다. 대다수 택배업체들의 수익구조가 계속 나빠지면서 택배 기사의 처우 개선 또한 기대하기 힘들어진 셈이다.

ⓒ시사IN 신선영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택배 노동자 집회.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택배표준운임제를 도입해 출혈 경쟁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택배 단가가 낮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서비스 질이 떨어질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택배산업 자체의 붕괴도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쿠팡 홍보팀 관계자는 “배송은 단순히 상품을 전달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고객과 만나는 최후의 접점이다. 이 역할을 수행하는 택배 기사에 대한 처우가 고객에 대한 서비스의 질로 직접 연결된다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송지혜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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