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냐, 마느냐’ 대운하를 둘러싼 풀리지 않는 고르기아스의 매듭을 끊은 사람은 바로 건설기술연구원 김이태 박사(사진)였다. 그는 지난 5월24일 인터넷에 “한반도 물길잇기 및 4대 강 정비계획의 실체는 운하계획이다. 이 과제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이른바 ‘보안 각서’를 썼다. 국토해양부 태스크포스로부터 매일 반대 논리에 대한 정답을 내놓으라는 요구를 받지만 반대 논리를 뒤집을 만한 대안이 없다”라고 밝혔다. 그는 국토의 대재앙을 막기 위해 대운하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행히 김 연구원은 지금까지는 별다른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 국민이 그를 지켜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네티즌은 ‘양심선언한 김이태 박사를 지켜달라’는 사이버 청원을 ‘다음 아고라’에서 진행해 5만8000명(6월7일 현재)의 서명을 이끌어냈다. 여론의 비난을 의식한 건설기술연구원 측은 징계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물론 그를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나라당 운하정책환경자문교수단 단장을 맡은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는 “국책연구원의 이름도 없는 이상한 연구원 하나가 양심고백이니 하고 나오는데, 분명히 진실을 밝혀야 한다. 이건 양심 고백이 아니고 자신의 무능 고백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매도했다. 그리고 김 박사는 하수처리 전문가로 하천 수질 예측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 문제를 논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운하백지화국민행동’ 집행위원을 맡은 환경정의 오성규 사무처장은 박 교수의 이런 주장을 재반박했다. 그는 “우리는 김이태 연구원을 잘 알고 있다. 그는 학자적 양심을 지키려고 애쓰는 사람이다. 그는 자기 전공과 연구 범위 안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문제제기를 했다. 오히려 자신의 전공 범위를 벗어나 대운하 전반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사람은 박석순 교수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며칠 동안 연락을 시도했지만 그의 휴대전화는 계속 꺼져 있었다. 그가 투사로 나서기를 기대했던 그의 ‘팬’들은 아쉬워하기도 했지만 그의 ‘용기’는 제2, 제3의 김이태가 나올 가능성을 활짝 열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