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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는 모여라” 깃발 든 자율화 세대

5·6월 ‘촛불항쟁’의 발화점이 된 10대. 이제 그들은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에 울분을 토한다. 밥 먹고 잠잘 권리를 달라며 묻는다. “이게 이명박 대통령의 실용주의 교육인가요?”

박형숙 기자 phs@sisain.co.kr 2008년 06월 09일 월요일 제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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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한향란
6월7일 중·고등학생들이 ‘10대 연합’이라는 깃발 아래, 서울 대학로에서 광화문까지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이명박은 청소년과 싸운다. 덤벼라 2MB”.

‘72시간 촛불집회’의 마지막 날인 6월7일, 서울 대학로에서 광화문으로 향하는 대오의 맨 앞에는 이런 현수막을 든 청소년들이 있었다. ‘10대 연합’이다. “청소년은 여기로 모여라”라는 깃발도 펄럭였다. 이들이 들고 있는 피켓을 보면 이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야자 하면 대학 가나.”
“잠 좀 자자. 밥 좀 먹자.”
“강제 야자 반대. 강제 보충 반대.”
“학교의 주인은 학생.”
“7시 등교 10시 하교, 집이 그리워요.”
“우리도 행동하고 말할 권리가 있다.”
“0교시가 웬말이냐. 엄마 밥 먹고 싶어요.”

지금 10대들은 후일 ‘4·15 학교 자율화 조처’ 세대라 불릴 것 같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4월15일 0교시·야간 보충수업, 우열반 편성, 교내 사설학원 강사 수업, 사설 모의고사 등을 허용하는 학교 자율화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촌지·급식·교복 구매·부교재 채택 따위 영역에서 그동안 학교 비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규제했던 조처들을 폐지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아이들은 이미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이날 거리행진을 시작하기 전, 청소년 100여 명이 모인 사전 집회 현장에선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아이들의 호소가 줄을 이었다.

   
 
“새벽 5~6시쯤 일어나 바쁘게 학교 갈 준비를 합니다. 7시까지 등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피로와 허기진 배도 채우지 못하고 학교에 오자마자 수업을 듣습니다. 졸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잠이 오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7교시 정상수업이 끝나면 보충수업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정신없이 저녁 식사를 해결한 뒤 야간 자율학습이 시작됩니다. 이 시간에는 숨소리와 필기 소리밖에 들려오지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소란스러울 때는 감독 선생님에게 꾸지람을 듣습니다. 화장실 가고 물을 마시는 것도 이름을 적혀가면서 해야 하는,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생리 활동조차 허용하지 않은 이런 현실이 정말로 답답합니다. 감옥 같은 학교의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면 많은 학생이 학원으로 갑니다. 학원이 끝나면 밤 12∼1시가 되어야 집으로 돌아옵니다.”

우열반도 이미 현실이 되어 있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한 아무개양(광양고 1학년)은 “수학과 영어의 경우 ABC로 우열반을 나눠서 수업을 받는데 C반의 경우 학생들이 졸거나 수업에 들어오지 않아도 선생님이 상관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날 나온 10대는 “평균 한 달에 한 번 교육청에서 치르는 모의고사만으로도 충분히 지치고 힘들다”라며 사설 모의고사 허용 방침을 비판했고, “방과 후 수업에 외부 사설학원 강사가 초빙된다면 그나마 시행되던 특기적성 시간이 모두 국·영·수로 채워져 학원처럼 될 것이다”라고 걱정했다.

그리고 되물었다. “이것이 대통령께서 말하는 실용·실리주의 교육인가요?” 10대가 거리로 나온 이유는 생존권 투쟁 그 자체였다. ‘10대 연합’의 이날 집회는 ‘3차 행동’이었다. 5월17일에는 쇠고기 촛불집회에 나와서 자원봉사를 했고, ‘2차 행동’ 때(6월 1일)는 청와대 근처에 모여 종이비행기를 풍선에 매달아 하늘로 띄웠다. 여기까지는 ‘미친 소’에 대한 분노가 컸다. 하지만 3차 행동에서는 교육 문제로 한발 더 나아갔다. 이날 처음 촛불집회에 나왔다는 한 여고생은 “자부심이 생긴다. 국민으로서의 권리랄까? 내 뜻을 밝힐 수 있어서 좋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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