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번호:111120621
이름:홍국영(56)
주소:서울 광진구 자양동

홍국영씨가 ‘독자와의 수다’에 참여하려고 전화번호를 남긴 건 아니었다. 그저 기자들이 ‘정도를 걷는 언론’을 만드느라 고군분투한다고 여겨 밥 한 끼 사주고 싶다는 뜻을 전달하려던 참이었다. 순수한 홍씨의 응원에 자연스럽게 귀를 기울이게 됐다.

홍씨는 은행에서 4년 전 퇴직한 이후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와 같은 산업화 세대(1958년생)는 학력이 좋든, 안 좋든 일을 할 기회는 있었다. 저마다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일자리를 옮기는 일도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젊은 시절의 도전을 흔쾌히 응원하지 못한다. 도전에 실패하더라도 재기를 모색하고 최악의 상황은 피해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요즘 한국 사회에서는 최초 직업을 잘못 선택하는 순간 나락에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그래서인지 ‘〈시사저널〉 사태’ 당시 기자정신을 내려놓으라던 회사 측의 압력을 뿌리치고 〈시사IN〉을 만든 것이 대단하다며 그는 여러 번 칭찬했다. 주진우 기자가 2011년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 출연하는 걸 보면서는 ‘죽기 살기’로 일하는 열정을 느꼈다. 정기구독도 그때부터 시작했다. 주변 사람에게도 〈시사IN〉의 상황을 설명하며 구독을 권했다.

홍씨가 일하는 은행에는 주간지 서너 종류가 비치되어 있다. 안타깝게도 ‘있어야 할’ 〈시사IN〉만 없다. 비치용 주간지를 결정할 수 있을 때가 오면 반드시 〈시사IN〉을 여러 고객과 함께 볼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전화를 끊기 전까지 그는 기자에게 당부했다. “자양동에 오면 꼭 연락하세요. 아무 조건 없이, 그저 토닥여주고 싶은 거니까, 꼭이요.” 전화를 끊으며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정말 고맙습니다.

기자명 송지혜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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