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어야 할 나이에 여전히 젖병을 놓지 못한다’ ‘장난감을 사야만 빨게 해주는 영양가 없는 우유만 쪽쪽 빨고 있다’. 한국군과 박근혜 정부를 빗댄 얘기들이다.

한·미 양국은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시기를 못 박지 않은 채 또 연기하기로 했다. 10월23일 양국 국방장관이 참석해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에서 박근혜 정부는 전작권 환수 시기를 2020년대 중반으로 늦추기로 했다. 그마저 한국군의 능력이 만족스러운 ‘조건’을 거쳐야만 전환할 수 있다. 사실상 군사주권의 포기라는 비판이 높다.

노무현 정부가 2012년 4월로 정한 환수 시점을 이명박 정부는 2015년 12월로 미뤘다. 이를 박근혜 정부는 뚜렷한 시기 없이 ‘조건에 기초한 전환’이라고 연기했다. 당장 한국형 미사일방어 체계와 ‘킬 체인’을 구축하는 데 17조원이 든다. 올해 이미 관련 예산 1조1771억원을 배정받았다. 그 밖에 전작권 전환을 위한 능력을 구비하는 데 35조∼4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개발 중이거나 개발 단계에 있는 이들 사업비 총규모까지 포함하면 그 비용은 수백조원에 이르리라 예상된다.

이렇게 한국군은 무능력을 자백했다. 연간 37조원이 넘는 국방 예산을 쓰고도, 외부 위협으로부터 국가를 지킬 능력이 없는 정부와 군의 솔직함이 짠하다. 지금의 군대로는 북한의 군사력에 대항할 수 없음을 잘 아는 수뇌부의 판단 능력을 경외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부실한 군대를 감당하기보다 차라리 전작권을 환수받지 않는 게 안전하리라는 의견도 많았다.

국가 안보를 딴 나라에 내팽개치는 걸 보면 ‘정권 안보’를 위한 대북 선전에 눈감는 의식 수준은 놀랍지도 않다. 민병두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2년간 대북 전단 살포에 참여한 4개 단체가 총리실로부터 민간경상보조 명목으로 총 2억원을 지원받았다. 정부가 휴전선 접경 지역에 거주하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보다 도발에 앞장선 것이다. ‘정부가 일베인가?’라는 질문은 새삼스럽지 않다. ‘정작 전쟁 나면 수습도 못하면서…’라고 탄식하는 국민이 많았다.

북한으로 날아가지 못한 대북 전단은 경기도 파주·의정부, 심지어 서울에서도 발견됐다. 과연 북한 주민들만 보라고 만든 것일까? 혹시 서울 한복판 ‘파란 지붕’에 사는 이에게 전하는 헌사가 아닐는지.

기자명 송지혜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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