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모독 발언이 도를 넘었다.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성 발언이 사회의 분열을 가져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발언한 지 9일 만이다. 9월25일 검찰은 사이버 허위사실 유포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주요 포털 사이트 등 인터넷 공간을 모니터해 피해자의 고소·고발 없이 감시와 처벌의 잣대를 들이대겠다는 발상이다.

시민들은 국내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탈출하고 국외 프로그램으로 ‘망명’을 시작했다. 이들에게 러시아 개발자가 만든 독일의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이 대안으로 떠올랐고, 텔레그램은 한국어 버전 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이 같은 ‘이탈’을 생각하지 못한 검찰의 안일함이 놀랍다. 즉각 검찰은 “상시 모니터링은 포털 사이트 등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메신저와 SNS 등 사적 공간에서 한 대화를 수사할 계획은 없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논란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검찰이 나서서 국내 인터넷·IT 업계가 고전하게끔 유도한 셈이다. 망명객도, 카카오톡도, 포털 사이트도 한국에서 고생이 많다. 어려운 사법시험을 통과해, 포털 사이트 댓글과 트위터 멘션을 감시하는 게 검사의 일이라니, 검사 역시 한국에서 고생이 많다.

누리꾼은 “앞으로 남길 모든 글에는 주어를 넣지 말자” “반어법을 쓰자”라며 중지를 모았다. 혹시 4월16일 박근혜 대통령의 ‘숨겨진 7시간’에 대해 풍자나 비방 댓글을 남기면, 역설적으로 ‘허위’ 사실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7시간에 대한 명쾌한 ‘진실’이 밝혀지지 않을지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뜨거웠다.

기동력 있지만 무자비한 대처는 또 있다. 육군은 임 병장의 GOP 난사 사건 이후 관심병사 관리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고 〈신동아〉(2014년 9월호)가 보도했다. 뒤늦게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이 보도에 따르면, 고위험군에 속하는 병사를 심사하는 데 6∼8주가 소요되던 처리 절차를 1∼2주로 단축해 식별하기로 했다.

관심병사 명칭도 ‘사랑이 필요한 병사’로 바꾼다. 또 A, B, C 등급명은 ‘믿음’ ‘배려’ ‘용기’로 바꾸기로 했다. 낙인찍기로 인한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함이라는데, 좋은 뜻의 말이 쉽게 오염되고 만다. 국방부 대변인은 “병영문화혁신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내용이지만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송지혜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ng@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