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보다 이틀 전, 그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면담을 신청하기 위해 청와대로 나섰다. 청와대 경호실에서 나온 건장한 사내 수십명은 중국인 관광객에게는 길을 내어주면서도 그의 통행은 막았다. 이 과정에서 한 경호관은 47㎏에 불과한 김씨의 앙상한 손목을 붙잡고 이동을 할 수 없도록 제지했다. “내가 무슨 위해를 가할 수 있겠느냐”라는 김씨의 말에 대꾸하는 사람은 없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4박5일 동안 내내 강조한 메시지는 일주일도 되지 않아 수장되어버렸다.
국민의 생각을 대변해야 할 국회는 끝없이 표류하는 가운데,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의견을 전달하는 임무만 확실하게 수행했다. 8월20일 민 대변인은 “세월호 특별법은 여야가 합의해서 처리할 문제로 대통령이 나설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씨가 병원에 실려간 날 아침에도 그는 박 대통령의 뜻에 변함이 없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KBS 윤리강령을 휴지 조각으로 만들고 청와대로 간 그의 소신과 지조가 엿보인다.
이 와중에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는 키 95㎝의 청년 김영웅씨는 얼음물을 뒤집어썼다. 얼음물 샤워(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미국 루게릭병 협회에서 환자를 돕기 위해 만든 모금운동으로, 한국에서 연예인과 운동선수 등 수백명이 릴레이로 참여하고 있다. 그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통과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자신의 뒤를 이을 도전자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그리고 박 대통령을 뽑았다. 대통령 후보 시절 그리도 ‘신뢰’를 강조했던 대통령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