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 아빠 김영오씨(47)가 건강 악화로 병원에 이송됐다. 단식 40일째인 8월22일, 완강히 버티다 결국 들것에 실렸다. 김씨 곁을 내내 지키고 있는 유가족 법률지원단 원재민 변호사는 “‘기력을 찾는 즉시 광화문으로 데려가겠다’는 약속을 하고서야 겨우 병원으로 옮겼다”라고 말했다. 병원에 도착한 뒤에도 김씨는 병원에서 제공하는 미음 등 식사를 거부하고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보다 이틀 전, 그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면담을 신청하기 위해 청와대로 나섰다. 청와대 경호실에서 나온 건장한 사내 수십명은 중국인 관광객에게는 길을 내어주면서도 그의 통행은 막았다. 이 과정에서 한 경호관은 47㎏에 불과한 김씨의 앙상한 손목을 붙잡고 이동을 할 수 없도록 제지했다. “내가 무슨 위해를 가할 수 있겠느냐”라는 김씨의 말에 대꾸하는 사람은 없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4박5일 동안 내내 강조한 메시지는 일주일도 되지 않아 수장되어버렸다.

국민의 생각을 대변해야 할 국회는 끝없이 표류하는 가운데,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의견을 전달하는 임무만 확실하게 수행했다. 8월20일 민 대변인은 “세월호 특별법은 여야가 합의해서 처리할 문제로 대통령이 나설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씨가 병원에 실려간 날 아침에도 그는 박 대통령의 뜻에 변함이 없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KBS 윤리강령을 휴지 조각으로 만들고 청와대로 간 그의 소신과 지조가 엿보인다.

이 와중에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는 키 95㎝의 청년 김영웅씨는 얼음물을 뒤집어썼다. 얼음물 샤워(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미국 루게릭병 협회에서 환자를 돕기 위해 만든 모금운동으로, 한국에서 연예인과 운동선수 등 수백명이 릴레이로 참여하고 있다. 그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통과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자신의 뒤를 이을 도전자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그리고 박 대통령을 뽑았다. 대통령 후보 시절 그리도 ‘신뢰’를 강조했던 대통령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기자명 송지혜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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