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예정된 인터뷰 시간은 7월17일 오후 2시30분이었다. 그 시각, 장완익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 대표 변호사)는 국회에 있었다. 장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 세월호 참사 특별위원회 소속으로 박종운·김희수 변호사 등과 함께 ‘4·16 참사 진실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특별법(가족안)’을 만든 주인공이다.

그는 특별법 마련을 위한 여야 태스크포스(TF) 협의 과정에도 일부 참여해 가족안을 설명했다. 하지만 7월16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담판 회동까지 가졌음에도 여야는 특별법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정치권은 7월21일부터 임시국회를 열어 이견을 좁히기로 했다.

협상이 결렬된 다음 날(7월18일) 장 변호사를 만났다. 법조계에서 장 변호사는 ‘과거사 전문 변호사’로 통한다. 친일진상규명 특별법, 일제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 특별법 등을 만드는 데 관여했다. 2006년부터 4년간 특별법으로 만들어진 친일반민족재산조사위원회 사무처장으로 일하며, 시가 2106억원어치, 여의도 면적 1.3배에 달하는 땅을 찾아 국가에 귀속시켰다. 대한변협은 지난 2월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을 무료 변론한 그를 제2회 변협 공익대상 수상자로 선정하기도 했다.

ⓒ시사IN 조남진장완익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 세월호 참사 특별위원회 소속으로, 유가족들의 의견을 반영한 특별법(가족안)을 만들었다.
여야 협상 때 계속 국회에 있었나? 가족안은 국회의원을 통해 입법 발의한 것이 아니다. 국민 서명과 함께 입법 청원을 했다.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 등이 각각 안을 냈다. 양당 논의 구조에 끼어들기가 어려워 가족들이 농성을 하며 3자 협의체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참여도, 참관도 안 된다고 했다. 여야 협의 과정에서 가족안이 낸 항목에 대해 뭐냐고 물어오면 국회에서 대기하다 설명을 하곤 했다. 사이버상에서는 가족안에 대학 특례입학이나 의사자 지정 관련 조항이 있다며 특별법 반대운동이 벌어지기도 한다. 법안을 함께 만든 김희수 변호사가 6월 말에 가족들에게 설명을 했다. 그 자리에서 유가족들은 보상이나 배상은 원론만 담거나, 아예 빼도 상관없다고 했다. 진실 규명과 재발 방지,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법안이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보상과 배상 부분은 정말 원론만 담고 다 뺐다. 특례입학, 의사자 선정 등은 전혀 없다(대학 특별전형은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따로 낸 ‘세월호 침몰사고 피해학생의 대학입학지원 특별법’에 담겨 있다. 여야는 7월15일 현재 단원고 3학년 재학생과 희생자의 직계비속이나 형제·자매 가운데 고3에 재학 중인 학생에 한해, 대학 정원 외에 입학 정원의 1% 범위 내에서 특례입학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2015년 2월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이 법안은 서해 5도 특별전형을 전례로 삼았다. 연평도 포격이 이뤄진 뒤 2012년부터 서해 5도 학생들은 입학 정원 1% 이내에서 정원 외로 선발되었다. 이런 특별전형은 강제 조항이 아니다. 원하는 대학만 실시하는데, 현재 전국 17개 대학이 서해 5도 특별전형을 실시한다).

가족안에는 위원회가 기소권과 수사권을 가지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수사권이나 기소권이 기존 조사위원회에 없었던 것은 맞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등 과거사와 관련해 국가 차원의 조사위원회가 여럿 있었는데, 조사를 하다 보면 항상 벽에 가로막혔다. 동행명령장 발부 등 수십 개 조항을 넣어 조사 방법을 아무리 강화해봤자 효과가 없었다. 기무사나 국정원, 경찰 등 정보 업무를 처리하는 부서에서 자료를 안 내놓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 자료가 있는지조차 접근이 되지 않았다. 찾아가서 조사를 하려고 하면 아예 들어오지도 못하게 막았다. 들어가도 관련 자료를 어떻게 압수를 하나. 달라고 해서 안 주면 방법이 없다. 결국 조사위원회 조사관들에게 ‘사무실에 앉아서 조사를 해봐라’는 식이었다. 이런 과거 조사위원회 활동을 되돌아보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바로 위원회가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는 권한으로 보았다.

새누리당은 민간 조사위원회에 기소권이나 수사권을 부여하면 사법체계가 흔들린다고 반대한다. 먼저 이 조사위원회는 민간 조사위원회가 아니다. 대통령이 사과 담화에서도 밝혔듯이, 유가족이 참여하고 국가가 만드는 특별조사위원회다. 지금은 정착된 특별검사제를 처음 도입할 때에도 법무부 등은 사법체계를 흔든다고 반대했다. 하지만 형사소송법 체계에서 벗어난 특검을 만들었고 지금 시행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특별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주면 된다. 가족안에는 3명 상임위원 가운데 딱 1명에게 기소를 할 수 있는 검사 지위를 주자는 것이다. 법조 경력 10년 이상 된 상임위원을 뽑아 그 사람에게 검사 지위를 주는 식이다. 조사관에게는 특별사법경찰 지위를 주어 수사권을 부여하게 했다. 새누리당은 특별조사위원회와 함께 별도로 특검이나 특임검사를 운영하자고 한다. 애초 새누리당안에는 조사관 역할이 자료를 수집해 조사하고 분석만 하게 되어 있다. 1999년에 제정된 제주 4·3항쟁 특별법과 비슷한 수준이었다(새누리당안은 전체 6쪽 분량이다). 그만큼 여당안은 허술했다. 그래서 여야 협의가 주로 야당안(새정치민주연합안은 54쪽 분량이다)을 놓고 된다, 안 된다 식으로 진행되었다. 야당이 수사권을 요구하니 여당은 언론 브리핑을 하면서 특검이나 특임검사를 병행하자고 하던데 아직 구체적인 안은 없는 것으로 안다.

야당안도 위원회에 기소권을 주지는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안은 복잡한데, 위원회가 고발하면 특임검사가 기소하게 하고, 그래도 수사가 미진하면 특별검사제를 하자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제까지 특검 자체가 제대로 운용되지 못했다. 가족들이 특검 후보 추천권을 가지는 것도 아니다. 대통령이 특검 후보 2~3명 가운데 한 명을 임명하는 식이다. 결국에는 대통령 입맛에 맞는 사람이 특검이 된다. 세월호 참사를 성역 없이 조사하려면 청와대도 대상이 될 수 있는데, 조사 대상자가 특검을 임명한다? 그건 말이 안 된다. 또 상설특검법에 따르면 조사 기간이 60일이며 최장 90일밖에 안 된다.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그렇다면 특임검사 병행은 어떤가?

특임검사는 아직 제도화된 게 아니다. 법에 없는 제도다. 검사들이 비위를 저질렀을 때 내부 감찰 수사 업무를 검찰총장이 특임검사에게 맡겼다. 이것을 넓혀서 검찰총장으로부터 독립된 현직 검사를 특임검사로 임명해 세월호 수사를 맡긴다는 것이다. 야당안에 기소권 자체가 없으니, 특임검사로 하여금 기소하게 했다. 그럴 바에야 조사위원회가 기소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는 게 맞다고 본다. 하지만 여야 협의 과정에서 기소권 부여는 논의조차 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 그래서 여야 TF 쟁점이 수사권을 부여하느냐 아니냐인데, 새누리당은 수사권 부여마저 반대한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쟁점이라고 하는데, 모든 조사를 강제 수사로 하겠다는 게 아니다. 과거 조사위원회를 보더라도 조사를 하다 보면 막히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 강제로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달라는 것이다. 100가지에 대해 조사를 한다면 100개 전체를 강제 수사한다는 게 아니라 막히는 몇 가지에 대해서만 수사할 수 있게 권한을 달라는 것이다. 수사권은 진상조사를 위한 수단이지 처벌이 목적은 아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광주지검·인천지검·부산지검에서 다 잡아들여 수사하고 있지 않나. 위원회가 수사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되겠나. 형사처벌은 더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시사IN 이명익세월호 유가족대책위는 7월14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김무성-안철수 대표 사이의 담판 회동도 결렬되었다. 김무성 대표는 사안을 아직 잘 파악하지 못한 것 같았다. 물론 수사권 부여가 가능했으면 좋겠지만 안 할 수도 있다는 상황은 인식하고 있다. 입법 청원만 하는 처지라, 양당이 합의해버리면 통과된다. 그런데 과연 단식농성을 하는 가족들이 수긍할까? 수사권 부여가 안 된다면 실제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라도 대폭 강화해야 가족들이 설득되지 않을까? 동행명령을 거부하거나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과태료를 부과하고, 청문회에서 거짓 증언을 하면 형사처벌하게 하는 등 강제해야 한다. 이런 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위원회 구성을 놓고 새누리당은 3부 요인과 가족에게 위원 추천권을 주자고 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여당 5명, 야당 5명, 가족이 5명씩 추천하자고 한다. 가족안은 여야가 각각 4명씩 8명을 추천하고 가족들이 8명을 추천해 위원장 포함 16명 위원으로 구성하게 했다. 세월호 참사 관련 조사에는 조사 대상인 행정부는 절대 관여하면 안 된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대법원장도 관여하면 안 된다. 피해자 가족 추천 몫은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도 인정하고 있다. 새누리당안에는 처음에 3부 요인 추천이 없었다. 여당 소속 의원 5명, 야당 소속 의원 5명, 유가족 대표 4명, 국회가 추천한 민간 전문가 6명을 국회의장이 임명하게 했다. 행정부 입김이 들어와서 위원회를 구성하면 안 된다는 건 새누리당안, 새정치민주연합안, 가족안 모두 똑같았다. 그러다가 야당과 가족안에 따르면 여당 쪽 위원이 과반수가 안 될 것 같으니까 3부 요인에게 추천하게 하자고 들고 나왔고, 위원회 결정을 과반이 아니라 3분의 2로 하자는 등을 주장하고 있다. 나는 수사권이나 기소권보다 위원회 구성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이유는? 위원회가 엉망으로 구성된 후 수사권이나 기소권을 부여해봤자 의미가 없다. 위원회를 제대로 구성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MB 정부 때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위원회나 국가인권위원회를 보면 알 수 있다. 특위 위원장을 누가 맡느냐도 중요해 보인다. 위원장이 사실은 60~70%, 거의 80% 영향력이 있다고 보면 된다. 대한민국은 대통령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지듯 위원회는 위원장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가족안에는 가족들이 상임위원 3명 가운데 1명과 위원장을 추천하게 했다.

가족안을 만들면서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내용은 무엇인가? 법률안 명칭을 ‘4·16 참사 진실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라고 지었다. 진실 규명뿐 아니라 안전사회 건설에도 방점이 찍혀 있다. 유가족뿐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를 위한 법이다. 수사권이나 기소권을 부여해서 진상을 제대로 밝히고 참사 원인을 제공한 법령이나 제도 관행도 고쳐야 한다. 지금까지 삼풍백화점 사고든 뭐든 참사가 나면 백서만 만들고 끝났다. 그러니까 참사가 반복되었다. 이번에는 질적인 도약을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활동 기간도 새누리당안의 최장 9개월, 새정치민주연합안의 최장 2년이 아니라, 최대 3년까지 보장되어야 한다.

기자명 고제규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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