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풍자 개그가 돌아왔다. 6월29일부터 방영된 KBS 〈개그 콘서트〉 ‘닭치고’는 첫 방송부터 화제를 모았다. 30초면 잊어버리는 닭들이 다니는 고등학교가 그 배경. 교훈은 ‘지난 일은 잊자’이다. 불닭을 반장으로 뽑았지만, 그가 나가자 다른 학생을 반장으로 뽑고, 그마저 나가자 나머지 학생을 반장으로 삼는다. 심지어 교장 꽉끼오는 ‘학교 못 다니겠다’고 떠난 불닭을 전학생으로 다시 데리고 돌아온다.

청와대는 총리 지명에 거듭 실패하자, 정홍원 총리를 유임시켰다. 어쩐지 건망증이라는 소재가 낯설지 않다. 현실을 반영한 개그에 박수를 쳐주고 싶지만, 이 엄중한 시국에 닭을 개그 소재로 쓰다니, 출연진의 밥줄이 끊기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개그 프로그램을 해체하겠습니다.” 개그가 현실인 시국, 신조어 ‘웃프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겠지.

〈div align=right〉〈font color=blue〉ⓒ개그 콘서트 화면 캡처〈/font〉〈/div〉
ⓒ개그 콘서트 화면 캡처

〈개그 콘서트〉의 정치 풍자를 시민들은 몸서리치게 반기는데, KBS 사장 후보 면면을 보니 KBS 내부는 또 한 차례 몸살이 나지 않을까 싶다. KBS 새노조는 KBS 이사회가 압축한 사장 후보 6인(고대영 전 KBS 보도본부장, 류현순 KBS 부사장, 이동식 전 KBS 비즈니스 감사, 이상요 전 KBS 정책기획센터 기획팀장, 조대현 전 KBS 부사장, 홍성규 전 방통위원) 중 고대영·류현순·조대현·홍성규 4명을 ‘부적격’ 인사로 지목했다. 그렇다고 이동식·이상요 후보가 특별히 나을 건 없다는 게 중론이다. 7월9일 KBS 이사회는 밀실에서 ‘국민의 방송’ 수장을 뽑는다. 새 KBS 사장은 개정 방송법이 적용되지 않아(8월29일 이후 적용) 국회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된다.

사장이 없는 한 달, KBS 보도는 공정성과 독립성이 살아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스9〉는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한민족 비하 발언을 보도했다. 6월에 있은 박근혜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에 대한 리포트는 거의 없었다. 지난 3월 유럽 순방을 톱뉴스로 다루던 것과 달랐다. 〈시사기획 창〉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140억원대 하와이 별장 터 매입 사실을 보도했다.

 
‘사장 하나 없어졌을 뿐인데…’ 뉴스 보도가 갖춰야 할 독립성과 공정성을 이렇게 확인한다. 최악이냐 차악이냐를 놓고 고민할 게 아니라, 이참에 사장 자리를 쭉 공석으로 두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KBS 사장 후보자 여러분도 KBS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다들 동의하실 텐데 말이다.
기자명 송지혜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ng@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