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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준다던 그들이 다녀간 자리

공적개발원조의 규모만큼 중요한 것이 사업의 내용과 방향이다. 아동 권리 관점에서 봤을 때 공적개발원조 사업은 위험투성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막기 위해 아동보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변진경 기자 alm242@sisain.co.kr 2014년 06월 11일 수요일 제3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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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처음으로 다른 나라를 원조(援助)한 것은 1965년이다. 2년 전인 1963년부터 미국 국제개발청(USAID·유세이드) 원조자금으로 실시하던 개발도상국 연수생 초청사업을 우리 자금으로 실시한 것이 한국 공적개발원조(ODA)의 시초였다. 1991년에는 무상원조 전담 기관으로 외무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을 설립했고, 2010년에는 선진 공여국 포럼인 국제개발위원회(DAC)의 24번째 회원국으로 등록했다. 지난해 한국의 공적개발원조 지원액은 총 17억4400만 달러(약 1조7800억원), 국민 한 사람당 3만8006원꼴이다. 국민총소득 대비 공적개발원조 비율은 국제개발위원회 평균에 못 미치지만, 겨우 14년 전(2000년)까지 원조를 받던 수원국(受援國)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한국 공적개발원조 규모의 발전 속도는 비약적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규모만큼 중요한 것이 공적개발원조 사업의 내용과 방향이다. 어떤 나라의 어떤 사업에 어떻게 돈과 인력을 투입해 도움을 줄지, 숱하게 놓인 선택의 기로에서 제대로 된 방향을 잡기 위해 각 국가들은 관련법과 공적개발원조 집행기관의 비전·규범·전략 등을 통해 가치의 우선순위를 매겨놓는다. 교육 환경이 척박한 곳에 학교를 지어주고, 의료 불모지에서 예방접종을 시켜주고, 물이 부족한 곳에 수도관을 연결해줄 때 ‘누구’를 가장 먼저 바라봐야 할 것인지를 묻는 것이다.

  원조 기금을 노린 비즈니스까지 성행하자 “어린이는 여행상품이 아니다”라는 캠페인이 벌어졌다.  
원조 기금을 노린 비즈니스까지 성행하자 “어린이는 여행상품이 아니다”라는 캠페인이 벌어졌다.
5월14일 ‘아동권리실현을 위한 공적개발원조(ODA)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 발표자로 나선 글로벌발전연구원 홍문숙 책임연구원은 ‘국내외 원조기관 아동정책 비교 연구’를 통해 공적개발원조 정책 내에 ‘아동’ 관점을 잘 반영해놓은 국가로 스웨덴·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를 꼽았다. 스웨덴은 2002년 “아동이 우선이다(Put children first)”라는 조항으로 시작하는 ‘아동 권리를 위한 10대 강령’ 등을 마련해 공적개발원조 정책 준거로 사용하고 있으며, 캐나다는 2010년 개발도상국의 아동 보건 이슈에 주목한 ‘무스코카 이니셔티브’를 공포하고 전 세계적으로 주도해왔다. 오스트레일리아 국제개발청(AusAID)은 세계에서 최초로 공적개발원조 체계 내에 아동보호 정책을 도입하고 담당 인력을 배치했다.

있으나 마나 한 국제개발협력기본법

한국의 경우 2010년 제정된 국제개발협력기본법에 ‘아동보호’의 관점이 뚜렷이 새겨져 있다. ‘개발도상국의 빈곤 감소, 여성과 아동의 인권 향상 및 성평등 실현’(제3조)을 공적개발원조의 기본정신으로 맨 앞 구절에 내세운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국제개발협력연구원 김은미 원장은 “기본법 3조에 아동이 들어가 있다면 당연히 정책과 집행에 녹아들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공적개발원조 현장에서 아동이라는 말 또는 통계조차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아동 권리 관점에서 봤을 때 공적개발원조 사업은 위험투성이다. 대표적인 것이 원조사업 집행 현장에서 벌어지는 성범죄들이다. 인도적 지원을 위해 분쟁 현장에 투입된 유엔 평화유지군, 선진국의 원조 사업 담당자들이 권력관계를 이용해 현지 아동들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사례가 수시로 국제사회에 보고되고 있다. 거꾸로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아이들도 종종 위험에 처한다. 2000~2009년 미국의 대표적인 공적개발원조 기관인 평화봉사단(Peace Corps) 단원들이 당한 성범죄가 총 1087건이다. 한국에서도 2009~2012년 외국인 연수생 초청 사업에서 성범죄 등 강력 범죄가 11건 발생했다. 피해자는 주로 자원봉사 여고생 등이었다.

해외 원조 사업 참여 과정에서 은연중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도 많다. 캄보디아 교민 박정연씨는 “하루짜리 한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는 훌쩍 떠나는 봉사단, 한국에서 봉사자들이 올 때만 식당 문을 여는 무료급식 단체 등 단발적이고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아동 원조 프로그램에 의해 마음의 상처를 입는 현지 아이들을 많이 봤다”라고 말했다.

모금 방송 등을 위한 언론 취재 과정에서도 종종 문제가 발생한다.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 김현주 국제개발정책팀장은 “임신한 10대 아이를 카메라 앞에 세워두고 과거 경험을 다 이야기하게 하는 등 언론들이 극단적 사례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정작 아동의 인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오래전부터 이런 문제들을 인식해온 정부와 민간단체들은 시스템과 매뉴얼을 통해 공적개발원조에서 아동 권리를 높이려 애쓰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월드비전 등 세계 민간 아동원조 기관들도 내부적으로 각자의 아동 보호 지침들을 운용해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해외 무상원조 사업 대부분을 주도하는 외교부 산하 코이카가 이런 흐름을 받아들이고 정책에 반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세부 매뉴얼 마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가 사업을 계획하고 시행할 때마다 ‘아동의 인권 향상’이라는 공적개발원조의 기본 목표와 정신을 끊임없이 환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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