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인도에서는 아주 이질적으로 보이는 두 사건이 비슷한 시기에 일어났다. 하나는 인도 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종교 폭력 사태였다. 다른 하나는, 인도 주식 시장의 주가지수가 오랜만에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두 사건의 진원지는 모두 힌두 극우주의 정당인 인도국민당(BJP)이다.

2013년 8월27일 인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우타르프라데시 주의 무자파르나가르 지역에서 힌두교도와 무슬림 사이에 충돌이 발생했다. 발단은 무슬림 청년들과 힌두 청년들 사이의 살인사건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인도국민당, 국민회의당, 대중사회당(BSP) 등이 개입하면서 대규모 폭력사태로 발전했다. 사건이 격화된 원인 중 하나는, 인도국민당의 지역 간부인 상기트 솜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조작된 영상(무슬림 폭도들이 힌두 청년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장면)을 퍼뜨리며 선동한 것이다.

이 사태는 무수한 폭행, 살인, 성폭력 등으로 한 달여 동안 지속되다가 군대를 투입한 뒤에야 진정되었다. 52명 사망, 93명 부상, 1000여 명 체포. 5만여 명이 거주지를 떠나야 했으며 일부는 아직 난민 캠프에서 연명 중이다.

ⓒAP Photo2013년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 주에서 힌두교도와 무슬림 사이에 대규모 충돌이 발생했다. 한 달간 지속된 사태는 군대를 투입한 뒤에야 진정되었다.
지난해 10월 말에는 인도의 종합주가지수인 센섹스(SENSEX)가 하루 사이에 1.57% 올랐다. 지속적으로 하락세였던 루피화도 0.5%(달러화 대비)나 절상되었다. 지난해 5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양적 완화 축소를 암시한 이후 대체로 하강 추세였던 주가지수와 통화 가치가 크게 반등한 것이다. 난데없는 금융시장 호조의 직접적 원인은 주의회 선거에서 인도국민당이 승리했기 때문이었다. 인도국민당이 북부·중부의 네 개 주인 라자스탄, 마드야프라데시, 차티스가르, 델리에서 국민회의당에게 압승을 거둔 날 주가가 폭등한 것이다. 그 결과, 이 4개 주의 전체 의석에서 인도국민당이 차지하는 비율은 50%에서 69%로 상승했다.

인도 총선이 진행 중인 5월 초 현재, 금융시장에서는 인도국민당의 총리 후보인 나렌드라 모디가 집권할 것을 기정사실로 간주하고 있다. 심지어 인도국민당이 얻을 의석수에 따른 주가 변동을 예측하는 시나리오들까지 돌아다닌다. 전체 543석 가운데 몇 석을 인도국민당이 얻느냐에 따라 단독 집권이 가능할지, 아니면 지금처럼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할지가 결정될 것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인도국민당의 의석이 많아질수록 센섹스 지수 역시 상승하리라 예측한다. 초국적 금융회사인 크레디트 스위스는 의석수와 주가지수를 직접 연결해 전망한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지난달 중순에는 인도국민당의 승리를 추정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주가지수가 며칠 동안 고공비행을 했다. 금융시장이 인도국민당과 모디에게 이토록 환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금융시장이 인도국민당에 환호하는 까닭

ⓒEPA인도국민당의 총리 후보 나렌드라 모디(위)가 4월30일 투표를 마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는 힌두 극우주의를 선전·선동하면서 정치적 입지를 다진 사람이다. 2002년 구자라트 학살의 배후 조종 혐의로 재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 함께 모디는 구자라트 주지사로서 경제개혁을 통해 급속한 경제성장을 성취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모디는 인도 경제에서는 보기 드물게 성장하는 제조업인 자동차 산업을 구자라트에 유치한 바 있다. 포드와 GM이 구자라트에 공장을 세웠다. 그는 신재생 에너지 부문에도 관심을 가져, 아시아 최대의 태양공원을 구자라트에 유치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인도국민당은 10여 년 전부터 금융자유화, 외자 유치 확대, 규제 철폐와 시장주의를 주장해왔다. 그래서 모디가 집권할 경우, 더욱 강력한 외자 유치 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예측된다. 인도국민당과 모디의 집권이 유력해질 때마다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이유다. 이른바 ‘인도국민당의 지지율 상승과 주가 상승의 동조화’ 현상이다.

이번 총선 공약에서도 나렌드라 모디는 제조업 진흥과 인프라 확충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인도의 지지부진한 경제성장률과 일자리 부족을 현 국민회의당 정부의 규제 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모디는 외국인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거나 제거하겠다고 약속한다.

예외가 있다면, ‘소매유통업 보호’다. 지난 몇 년 동안 인도 사회에서 뜨거운 감자 중 하나는 ‘다국적 대형 유통업체의 지역 입점’ 허용 여부였다. 지금까지 모디의 방침은 ‘유통업만은 개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영세 소매업자들의 지지를 의식한 정책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모디가 일단 집권한 뒤에는 공약을 뒤집고 해외 대형 유통기업들에게 인도 시장을 개방할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

어쨌든 이런 경제 공약들로 인도국민당과 모디는 해외 및 인도 대자본과 중산층의 지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물론 모디 집권 기간에 구자라트 주의 경제성장률이 다른 주에 비해 의미 있을 정도로 높지는 않았으며, 불평등 역시 매우 심화되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정치에서 ‘이미지’는 ‘팩트’보다 강하다.

인도국민당은 힌두 전통의 순수성을 지켜야 한다며 대중 선동과 폭력을 일삼아온 폐쇄적이고 복고적인 정치세력이다. 하지만 전통적 지지 기반의 다른 한 축은, 인도국민당의 경제정책으로부터 직접적 이익을 향유해온 대자본과 도시 중산층이다. 특히 대자본 측은, 국민회의당 중심의 연립정부가 추진해온 일련의 경제민주화 정책들(이에 대해 득표를 위한 정치적 제스처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도 많지만)을 인도국민당의 재집권으로 무력화하고 싶어한다.

인도국민당의 힘에는 두 가지 상반된 원천이 있다. 하나는, 힌두 근본주의로 농촌의 가난한 농민들을 동원한다. 가난한 힌두 농민들은 종교적 일체감과 국수주의적 전통에 마취되어 있다가 때로 무슬림에 대한 적대감을 폭발시키며 살아간다. 그러나 이런 종교 공동체주의가 심화된다고 해서 농민들의 삶이 실질적으로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원천은, 대자본과 도시 중산층의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에 복무하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다.

이 두 경향은 외형적으로 달라 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같다. 결국 인도국민당의 정치 노선은 자본가와 도시 중산층의 실질적 이익을 위해 가난한 힌두교도들을 기만적으로 동원하는 효율적 방법론인 것이다. 아요디아와 구자라트에서 무슬림에게 자행된 잔인무도한 폭력에 앞장선 것도 힌두 하층민이었다.

기자명 한형식 (당인리대안정책발전소 부소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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