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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청해진, “해경이 ‘언딘과 계약하라’ 했다”

청해진과 언딘 간 독점 계약서, 해경이 청해진에 보낸 사고 당일 문건 단독 입수. 삼성중공업도 언딘과의 계약 과정에 일정한 역할한 듯

주진우 기자 ace@sisain.co.kr 2014년 05월 01일 목요일 제3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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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구조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민간 업체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이하 언딘)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언딘의 독점적 구난 작업을 위해 해양경찰청이 민간 잠수사와 해군 UDT의 구난 활동까지 막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해경과 언딘, 청해진해운이 도대체 무슨 관계인지 의혹이 커진 것이다.

<시사IN>은 이 의혹을 풀 수 있는 두 가지 문건을 입수했다. 하나는 사고 발생일인 4월16일 해양경찰청이 청해진해운 대표에게 보낸 팩스 문건이고, 다른 하나는 4월17일 청해진해운과 언딘이 맺은 ‘독점’ 계약서다. 언딘과 공식적으로 구난 계약을 맺은 쪽은 청해진해운이다. 그런데 언딘을 청해진해운 측에 소개한 쪽은 해경이라는 게 <시사IN> 취재 과정에서 확인되었다. 청해진과 언딘이 계약을 맺는 과정에 삼성중공업이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당시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4월28일 구조대원들이 언딘 사의 바지선에서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4월28일 구조대원들이 언딘 사의 바지선에서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고 당일인 4월16일 기울어진 세월호가 더 이상 가라앉는 것을 막기 위해 대형 해상 크레인이 필요했다. <시사IN>이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해경은 4월16일 오후 2시1분 청해진해운 측에 팩스를 보내 해상 크레인을 사고 현장에 투입하라고 요청했다(사진 1). “귀사의 조치가 지연될 경우 우리 청에서 임의로 필요한 장비를 동원하여 조치될 수 있으며 이에 소요되는 비용은 귀사에서 부담됨을 양지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면서 ‘동원 가능 해상 크레인 현황’(사진 2)을 첨부해 보냈다. 실종자 구조를 위해 1분1초가 아까운 시각, 해경이 직접 해상 크레인을 부르지 않은 이유는 돈 때문이었던 셈이다. 해양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사용료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크레인 요청은 공식적으로 사고를 낸 선사가 해야 한다. 선사가 크레인 요청을 하느라 시간이 늦어졌다”라고 밝혔다. 해경은 친절하게도 비용은 보험사와 상의하라고 보험사 담당자 연락처까지 남겨놓았다.

   
 

   
 

해경의 지시를 받은 청해진해운은 대우조선·삼성중공업 등에 연락을 했고 삼성중공업과 연결이 되었다. 청해진해운의 김 아무개 부장은 “삼성중공업은 구난 전문업체가 없으면 자기들은 움직이지 못한다. 정부나 구난 업체 없이 개별 선사가 부르면 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라고 했다. 해상 크레인은 구난 업체에서 기술적인 지시를 받아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절차상 구난 업체의 요청이 필요하다는 게 삼성중공업 측의 설명이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중공업 측은 “사고 당일 해경으로부터 크레인을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뿐이다. 언딘과 청해진해운은 전혀 알지도 못한다”라고 말했다.

청해진, 서류에 ‘언빈’으로 잘못  받아 적을 정도

기가 막힐 노릇이지만, 청해진해운 측은 구난 업체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청해진해운 홍 아무개 대리는 “담당 해경이 ‘제 입으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언딘이라는 업체가 있는데 벌써 구난 작업을 하고 있다. 그쪽과 계약하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김 아무개 부장은 “우리는 아는 업체가 없었다. 해경이 삼성과 이야기를 했고, 해경에서 언딘 김 아무개 이사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라고 말했다. 서류에 언딘을 ‘언빈’이라 받아 적을 정도로 청해진해운 측은 언딘에 관한 사전 지식이 없었다.(사진 2)

4월16일 오후 2시30분쯤, 청해진해운 홍 대리가 언딘에 전화를 걸었다. 언딘 측은 청해진해운에서 전화가 올 것을 잘 알고 있었다고 한다. 이튿날 언딘에서 ‘독점권’이 명시된 계약서를 들고 왔다. <시사IN>이 입수한 청해진해운과 언딘의 4월17일자 계약서(사진 3)에는 “세월호에 대한 구난/구호 용역 및 기타 기술지원 일체를 독점적으로 수행할 것에 합의하여, 다음과 같이 용역계약을 체결한다”라고 적혀 있다. ‘독점’이라는 것 외에 별다른 조항은 거의 없었다. 청해진해운 홍 대리는 “무슨 계약서가 이러냐고 따졌다. 하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김 부장은 “해경과 삼성이 언딘을 소개해줬고, 언딘이 원하는 대로 ‘독점’권을 줄 수밖에 없었다. 언딘에게 독점권을 주는 2장짜리 계약서 말고 다른 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았다. 보상 액수 등은 추후에 정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청해진해운과 접촉했던 언딘 김 아무개 이사는 계약과 관련해 묻자 “언론이 급하냐, 구조가 급하냐”라면서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언딘 측은 “청해진해운의 구난 요청 의무사항에 따라 청해진과 약식으로 금액도 적혀 있지 않은 2장짜리 계약서를 작성했다. 이 계약서에는 ‘언딘이 해당 구난 작업에 적극 참여하고 동의하겠다’는 내용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그렇게 계약된 해상 크레인은 사고 12시간이 지나 출발했고, 55시간 만에 사고 해역에 도착했다. 그사이 세월호는 완전히 침몰했다. 결국 해상 크레인은 아무런 임무 없이 대기만 하다가 4월25일 조선소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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