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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세상도 불도저로 뭉개나

이명박 정부가 포털을 언론중재법 대상에 포함해 규제하려 하고, 인터넷 실명제를 확대하며, 네티즌을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수사하는 등 '불도저 정부'다운 행보를 한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 NGO학과) 2008년 05월 19일 월요일 제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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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네티즌을 중심으로 정부를 질타하는 여론이 들끓는 시점에서 정부는 인터넷 관련 규제 방안을 줄줄이 발표했다. 위는 서울 청계광장 촛불시위 모습.

다음의 아고라 청원방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온라인 서명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하던 지난 4월30일, 네티즌 사이에서 다음 측이 청와대의 압력을 받아 서명을 계속 삭제한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서명 인원으로 표기된 숫자가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줄어드는 기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다음 측은 탄핵 서명 인원 급증으로 인해 분산 운영 중인 서버의 합산이 늦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기술 장애라고 해명했지만 네티즌은 의심의 눈초리를 지우지 못했다. 지금도 아고라 청원방에는 서명에 참여하는 네티즌이 현재 서명 인원을 게시글과 함께 표기하면서 혹시 모를 삭제 행위를 견제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인터넷 여론의 최대 집결지인 포털을 장악하려 들 것이라는 염려감이 네티즌 사이에서 팽배해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느닷없이 터져나온 ‘인터넷 종량제’ 괴담도 이러한 정서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정부가 인터넷 여론을 제어하기 위한 전략 카드로 인터넷 종량제를 도입해 네티즌의 인터넷 사용을 줄이려 한다는 내용이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하면서 인터넷 종량제 논란이 수그러들기는 했지만, 이 역시 이명박 정부의 인터넷 통제 가능성에 대한 네티즌의 경계심이 빚은 해프닝이다. 이런 와중에 네이버 인기 검색어 순위에서도 사건이 터졌다. ‘이명박 탄핵’ ‘광우병’ 등 최근 일련의 사태를 나타내는 키워드가 돌연 인기 검색어 순위에서 자취를 감춘 것이다. 네티즌은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후보 캠프의 뉴미디어 팀장이었던 진성호씨(현 18대 국회의원)의 입에서 나왔다고 전해진 “네이버는 평정되었는데, 다음은 폭탄이라 예의 주시하고 있다”라는 발언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이런 우려가 기우인 것 같지는 않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하는 게시글과 댓글이 포털 사이트에 노출되지 않도록 다음 측에 협조를 요청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음은 지난 5월6일 미디어다음 ‘공지사항’을 통해 “쇠고기 이슈와 관련하여 허위 사실을 유포할 경우에는 게시판 운영 원칙에 의해 즉시 해당 글을 삭제하고 작성자의 아이디(ID)를 일시 또는 영구 정지할 수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네티즌 처지에서는 포털에 대해 정부가 본격적으로 압력을 넣기 시작했다고 생각하기에 충분한 정황이다. 당연히 반발했고, 3일 뒤 다음은 다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비롯한 모든 게시물에 대해 관련 법률 및 이에 준하는 다음의 규정에 따라 동일한 원칙을 적용·처리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내용의 게시물일지라도 임의로 삭제하거나 접근을 차단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한다”라는 공지를 띄워 방침을 바꿨다.

   
경찰청 홈페이지 게시판(위)에는 “내가 괴담 유포자이고 촛불집회 참가자다. 나를 잡아가라”는 실명의 글로 도배되어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인터넷 통제에 대한 네티즌의 걱정은 점점 더 깊어간다. 5월9일 문화체육관광부는 포털 등 뉴스를 다루는 인터넷 사이트를 언론중재법 대상에 포함시키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12일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인터넷 실명제 전면 확대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다음 날인 13일에는 경찰청이 “광우병 등 관련 유언비어를 퍼뜨린 네티즌 21명의 신원 확인을 인터넷 포털 업체에 요청했으며, 이 가운데 4∼5명의 인적 사항을 통보받아 내사를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필요한 경우 이들 네티즌을 입건하거나 영장을 발부받아 압수 수색 등의 조처를 취할 것이며,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네티즌을 중심으로 현 정부에 대한 반대 여론이 들끓는 시점에서 인터넷 규제 방안이 줄줄이 발표되는 것이다.

사실 포털을 언론중재법 대상에 포함하는 문제는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꾸준히 제기되어왔으며, 상당수 언론학자가 그 필요성을 인정했던 사안이다. 하지만 왜 하필 이 시점에서 느닷없이 문화체육관광부가 포털 규제 법안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나섰는지 한번쯤 의문을 제기해볼 만하다. 아마도 이 법안이 통과되면 포털의 피해구제 대상 1호는 바로 이명박 정부 자신일 것이라며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방통위, 모순되는 정책 잇달아 발표

인터넷 실명제 확대 방안 역시 또 다른 논란거리이다. 악성댓글과 유언비어 유포 차단이 목적이라지만 현재 포털에 적용한 제한 본인확인제가 별다른 효과가 없음은 이미 경험으로 입증되었다. 모든 게시글을 실명으로 올리도록 인터넷 실명제를 전면 확대한다고 해서 없던 효과가 생겨날 리 만무하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 실명제 확대는 지난 옥션 개인정보 유출사건 이후 주민등록번호 대신 아이핀을 의무화하겠다는 대책과도 상충된다. 인터넷 실명제 확대와 아이핀 의무화 방안 모두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나온 것이니 일종의 자기 부정인 셈이다. 이래저래 방송통신위원회는 즉흥적인 정책 발표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됐다.

경찰의 네티즌 수사도 마찬가지다. 유언비어의 내용이라는 것이 대부분 광우병 위험성 관련일 터인데, 과학자 사이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큰 사안을 두고 경찰이 유언비어라고 함부로 단정할 일은 아니다. 그 밖에 다른 유언비어라고 해봐야 ‘인터넷 종량제’ ‘정도전의 숭례문 예언’ ‘5·17 동맹휴업 문자메시지’ 따위 이른바 언론이 ‘괴담’이라고 명명한 것인데, 이게 과연 압수 수색과 입건까지 강행할 만큼 위험천만한 사안인지 의문이다. 불필요한 과잉 단속이 네티즌의 또 다른 반발을 불러일으키리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미 경찰청 홈페이지 게시판은 “내가 괴담 유포자이고 촛불집회의 참가자다. 나를 잡아가라”라는 실명의 글로 도배가 돼 있다. 인터넷에 잠시 떠돌다 사라질 이런 이야기들보다 훨씬 더 위험하고 심각한 괴담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온 청소년의 배후에 친북 좌파 세력이 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아닐까 싶다.

포털의 언론중재법 대상 포함 방침을 발표한 자리에서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광우병 여론 차단용이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그렇게 옹졸한 정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다. 그래서인지 탄핵 서명글을 삭제하라고 포털을 종용하는 옹졸한 짓거리나 인터넷 종량제로 네티즌 여론을 제약하려는 우회적 방안 따위는 현 정부의 선택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대신 포털을 규제하고, 실명제를 확대하며, 네티즌을 수사하는 정공법을 택한 모양이다. 확실히 불도저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이미지에 딱 들어맞는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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