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가 인기라고는 하지만, 낯설고 텅 빈 공간에 자신을 표현하고, 그 표현력의 힘만으로 온라인이 주는 가능성을 만끽하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블로그에 ‘불펌’이 만연하는 까닭도 바로 이러한 어쩔 줄 모름에 있다. 그러나 만약 친구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듯, 혹은 동료와 메신저 채팅을 하듯, 한마디만으로 쉽고 캐주얼 하게 자기를 표현하는 방법이 있다면 어떠한 상황이 벌어질까.

마이크로 블로그라는 장르가 최근 웹2.0의 총아로 추앙받고 있다. 대표 격인 미국 트위터(twitter.com)는 특별한 수입 없이도 또다시 1000만 달러가 넘는 자금을 조달받았다. 미래 비즈니스로 분류된 이들만이 향유할 묘한 비즈니스 모델이 재현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미투데이’와 ‘플레이톡’이 성업 중이다.

길어야 160자 정도, 마치 휴대전화 문자처럼 간결한 단문을 입력하면 그것이 차곡차곡 쌓여 나만의 홈피를 만들어간다. 이 홈피는 댓글을 달거나 일반 블로그처럼 ‘구독’도 할 수 있다. 블로그가 귀찮고 어렵고 피곤했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떠들고 표현하고 친구들과 만나는 일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모든 이들에게도 복음이 찾아온 것.

그러나 이 유사 블로그의 존재 의미를 그저 편의성이나 단순함에서만 찾기에는 아깝다. 블로그가 예술이라면, 마이크로 블로그는 낙서라고 할 수 있다. 블로그가 연단에서의 연설이라면, 마이크로 블로그는 카페에서의 잡담에 가깝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 않은, 그래서 누구나 할 만한 진솔하고 편한 수다를 네트워크로 흘려보낼 수 있다는 점이 그 파괴력의 근원이다.

그렇게 흘려보낸 나의 이야기들은, 내 친구와 지인에게 자동으로 공급되면서,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비동기적 사랑방을 온라인에 꾸미고, 마이크로 블로그의 제공업자는 이 사랑방으로 이루어진 결속력 강한 마을을 꾸릴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 마을에서는 다른 이의 일거수일투족을 매우 손쉽게 관찰할 수 있다. 관심이 자동화된 셈이다. 다른 누군가를 부담 없이 추종할 수 있고, 또 겨우 한마디 밖에 할 줄 모르는 주변머리의 소유자나 혹은 한마디하기에도 바쁜 위인일지라도 그런 나를 추종하는 이를 만날 수 있다. 미투데이(me2day.net)의 회원들이 미투데이 친구를 줄여 ‘미친’이라 부르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어쩌면 이 추종의 뿌듯함이 주는 중독성 덕분이다.

너무 바쁜 당신도 추종의 뿌듯함을

어디에서 머리를 하고, 무엇을 먹고, 누구를 만나고, 이런 사소하지만 꼼꼼한 하루의 행동과 일과조차도, 나를 아는 이들에게는 충분히 의미 있는 사교의 제스처다. 나아가 대상이 충분히 궁금하거나 매력적인 자라면 일상의 ‘잡음’조차 만인을 끌어당길 자기장을 형성할 수 있다.

그렇기에 때로 이 추종의 네트워크는 사적인 사랑방을 넘어서기도 한다. 이외수의 플레이톡(playtalk.net/oisoo)의 기록은 최근 책으로도 출판되었다. 재치 있는 촌철살인의 한마디라도, 아무 의미 없는 넋두리라도 내가 관심 있는 그 누군가의 일상의 조각이라면 반갑고 고마운 법이다.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몇 명에게 관심을 두며 살 수 있을까? 매일 얼굴을 보는 직장 동료의 마이크로 블로그나 블로그를 추종해보는 일은 어쩌면 관심 주기보다 쉽다. 그들의 일상 고민과 일과를 이해할 수 있을지도, 엿볼 수 있을지도, 그리고 때로는 그들의 팬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누군가를 온라인에서 추종하는 일은 오프라인에서 관심 두기보다 용이하고 또 보람 있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기자명 김국현 (IT 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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