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서 안드로이드 제품담당 부사장으로 있다가 2013년 10월 중국의 샤오미로 옮겨 화제를 뿌린 휴고 바라라는 인물이 있다. 바라는 브라질 출신으로 미국 MIT에서 공부하고 구글의 최고 핵심 임원이 된, 시쳇말로 ‘아주 잘나가던’ 사람이다. 샤오미는 최근 급성장 중인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업체다. 애플 제품을 모방하고, 창업자인 레이 준이 스티브 잡스의 옷차림까지 그대로 따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무리 샤오미가 중국에서 뜨고 있는 기업이라지만 중국 업체가 실리콘밸리 최고 기업의 핵심 임원을 스카우트해가는 것은 무척 드문 일이다.

그런데 그 바라가 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매년 열리는 르웹(Le Web)이라는 인터넷 콘퍼런스에 참석해 자신이 느낀 중국 인터넷 시장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의 발표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충격’이다. 중국이 이제는 인터넷 인구만 세계 최고인 것이 아니라 모든 면에서 실리콘밸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임정욱 제공지난해 12월 휴고 바라가 인터넷 콘퍼런스 ‘르웹’에서 중국 인터넷 시장에 대해 발표했다.

그의 이야기 중 다음 두 가지가 특히 놀라웠다. 첫째, 실리콘밸리 못지않게 커진 중국의 인터넷 기업 관련 자본시장 규모다. 그에 따르면 최근 중국 인터넷 기업의 기업공개(IPO)가 잇따르고 있는데 상장되자마자 시장을 뜨겁게 달군다. 취날닷컴, 58닷컴 등 최근 상장된 4개 회사는 주식 거래가 시작되자마자 가격이 공모가보다 31%에서 89%까지 단숨에 치솟았다. 그리고 그 4개 회사의 기업가치는 5000억~3조원 정도로 만만찮다. 이는 벤처 투자자들이 큰 투자수익을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얘기다.

한국 기업에 위협적인 중국 인터넷 기업의 성장

둘째, 중국 인터넷 서비스의 수준이다. 중국 정부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일부 미국 인터넷 기업의 중국 진출을 강제로 막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 인터넷 기업의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전혀 아니다. 설치 수로 본 중국 모바일앱 랭킹을 보면 안드로이드, iOS 모두 1위부터 10위까지 전부 중국 앱이다. 휴고 바라는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쇼핑몰 타오바오를 극찬했다.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사이트란다. 뭐든지 편리하게 쇼핑하고 휴대전화 사용료도 내고 개인금융 관리도 할 수 있는 만능 전자상거래 사이트라는 것이다. 역시 알리바바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도 매우 편리하고 어디서나 결제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는 택시비를 지불할 때도 항상 알리페이를 쓴다. 그에 따르면 알리페이의 거래액은 미국 최대의 인터넷 결제 서비스인 페이팔의 몇 배 수준으로 성장했다. 중국을 대표하는 텐센트의 모바일 메신저 위챗(Wechat)은 중국에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그 자체다. 중국인들은 이 안에서 전화·이메일·문자·SNS까지 모든 것을 다 한다.

휴고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액티브X, 공인인증서, 게임 셧다운제 등 각종 규제에 막혀 정체된 한국의 인터넷 시장에 비해 중국은 이미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 기업들이 중국에 들어가는 것만 막고 있을 뿐이지 내부에서는 중국 인터넷 기업이 다양하고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으면서 자국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이런 중국 인터넷 기업의 성장은 한국 기업에게 위협적이다. 글로벌 마켓에서 텐센트의 위챗은 네이버의 라인과 맞대결 중이다. 그리고 샤오미처럼 중국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스마트폰 업체도 몇 년 뒤면 삼성전자가 무시할 수 없는 경쟁자로 떠오를 것이 확실하다.

더 무서운 것은 이처럼 중국 인터넷 시장이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도록 성장하면서 중국의 인재들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으로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못지않은 규모의 벤처 투자 금액이 중국 실리콘밸리라 할 수 있는 중관춘(中關村)의 스타트업들에 쏟아진다.

기자명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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