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번호 : 10020007103811
독자 이름 : 김정한씨(19)
주소 : 경남 산청군 간디학교
전화 건 사람 : 오윤현 기자

 ‘간디학교에 다니는 고3 독자’라는 정한군의 소개 글을 보는 순간 와락 궁금증이 일었다. 참고서나 ‘가벼운 책’을 보며 한창 키득거려야 할 청소년이 왜 ‘묵직하고 갑갑한’ 시사 주간지를? 단지 논술 때문에? 결론부터 말하면 그게 아니었다. 나름 철학과 진지한 뜻이 있었다.
 
정한군은 초등학교를 빼고는 정규 학교에 다닌 적이 거의 없다. 이미 중학교 1학년 때 경쟁과 성적을 강요하고, 인권을 무시하는 제도권 학교 교육에 몸서리를 쳤다. 그래서 학교를 등지고 같은 의향을 가진 친구 아홉 명과 홈스쿨을 했다. 교육은 의식 있는 부모님들이 주로 맡았고, 자퇴 학생들은 맘껏 세상을 즐기며 공부했다. 2년 뒤 검정고시를 통과했고, 대화할 친구를 찾아서 간디학교에 입학했다.

 정한군은 간디학교가 흰 도화지 같은 학교라고 말한다. 학교가 쥐어준 ‘연필’로 학생들이 그리는 대로 학교가 변하고 진화한다는 것이다. 그 덕에 간디학교는 정한군이 원하는 거의 모든 것을 충족해 준다. “공부도 강요하지 않고, 학생·학부모·교사가 한 가족처럼 어울리며 고민과 숙제를 함께 해결하고 있다”라고 정한군은 말했다(현재 정한군은 이 학교 회장이다).

 〈시사IN〉은 청소년 집회 등에 참여하면서 처음 알았다. 기자가 꿈인 그에게는 〈시사저널〉에서 〈시사IN〉까지 걸어온 기자들의 궤적이 너무 멋졌다. “내가 꿈꾸는 기자상을 보았다. 그래서 한 가족이 되고 싶었고, 망설이지 않고 독자가 되었다”라고 정한군은 돌이켰다. 그런데 서른 권 넘게 〈시사IN〉을 보고 나니 지금은 아쉬운 점도 눈에 띈다. 10대가 볼 만한 대안학교나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다룬 기사가 없다는 점이 그것이다. 물론 읽는 즐거움을 주는 기사도 자주 만난다. 정치·경제 권력의 눈치를 안 보고, 두려움 없이 세상을 고발하고 풍자하는 기사들이다.

 수다가 끝나갈 무렵 정한군이 뜻밖의 말을 꺼냈다. “사실, 전부터 ‘독자와의 수다’에 참여하고 싶었다.” 이유를 묻기도 전에 그가 사연을 털어놓는다. “우리 학교에 최보경 선생님이 계시는데, 요즘 이분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계속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선생님이나 학교, 내가 보기엔 말도 안 되는 일인데 해결이 안 된다. 〈시사IN〉 같은 언론이 나서서 이 실상을 널리 알리고, 문제를 해결해주었으면 좋겠다.” 통화를 끝내고 나니 문득, 아직도 우리가 들여다보지 못하는 세상이 꽤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명 오윤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noma@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