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제2의 교육부’라 불릴 만큼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 대교협의 새 회장 손병두 서강대 총장(왼쪽)은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을 한 몸에 받는다. 위는 지난 1월4일 열린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대교협 초청 오찬.
4월8일 대학 총장의 자율 협의체인 대교협 회장에 취임한 손병두 서강대 총장(67)은 곧 이은 기자간담회에서 작심이라도 한 듯 사립학교법을 성토했다. “우리의 목표는 사학법을 원상회복시키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완전 폐지해야 한다고 본다. 대학 자율화를 한다면서 왜 사학만 통제하나. 대학에 맡겨야 한다.”

사립대학 총장이 현행 사학법에 비판적이라는 사실은 더 이상 새로운 뉴스가 아니었지만, 이날 손 총장의 발언은 강도가 유독 셌다.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대입 전형 업무를 이양받을 뿐만 아니라,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국무총리 물망에 오르는 등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떠오르는 교육계 실세’로서 위상을 확인해주기에 충분했다.

전경련 상근부회장·상임고문으로 일하다 지난 2005년 6월 서강대로 몸을 옮겼으니, 손병두 총장은 불과 3년여 만에 교육계를 평정한 셈이다. 하지만 이는 대학 총장으로서 ‘서강대를 잘 이끌어온 공로’를 인정받아 얻은 지위는 아닌 듯하다. 〈시사IN〉 취재 결과, 교수·학생 등 많은 서강대 구성원이 지난 3년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평가를 내렸기 때문이다.

일례로 서강대 교수협의회가 지난해 10월 교수 1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1%(매우 모자란다 35.3%, 대체로 모자란다 23.5%, 그저 그렇다 22.2%)가 손 총장의 학교 운영 능력과 그 성과에 낮은 점수를 줬다. ‘충분하다’고 응답한 사람은 19%에 지나지 않았다.

대학원 총학생회 측도 〈시사IN〉과 한 인터뷰에서 “임기(4년)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대학평의원회 내에서 ‘다음에는 어떤 총장을 뽑을 것인가’라는 고민을 시작했을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라고 밝혔다. “비민주적·폐쇄적 사업 방식, 구성원의 의사 무시, 실적 부풀리기, 대학의 상업화 등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취임 초기에는 이른바 ‘CEO 총장’으로서 학교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지만, 지금은 신뢰를 크게 잃었다.”

교수·학생 대표를 총장이 뽑는다?

최근 가장 논란이 되는 사안은 ‘등록금협의회’ 개최 문제다. 지난해까지는 ‘형식적으로나마’ 협의회를 열어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왔지만, 이번에는 일방적인 ‘설명회’로 대체했다. 비판 대자보가 나

2007년 2월 서강대와 파주시청은 ‘파주 글로벌 캠퍼스’ 건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위).
붙고 성명서가 발표되는 등 총학생회가 강력히 반발했음은 물론이다. 학생들은 “학교 재정의 60% 이상을 감당하는 학생의 목소리가 전달되는 중요한 공간이 사라졌다”라고 분개했다.

학생들의 분노를 더욱 키운 것은 학교 측의 해명이었다. 학교 측은 지난 3월 서강대 학보와 한 인터뷰 등에서 “업무 전산화 시스템(ERP) 구축을 위해 많은 인력이 빠져나갔기 때문에 협의회를 개최할 여력이 없다” “학생들은 무조건 등록금을 깎으려고만 한다. 협의회는 에너지 낭비일 뿐이다” “협의회에서 싸움만 했을 뿐, 어차피 학교 당국의 의도대로 결정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어떤 실효성도 없다”라고 밝혔다. 김현우 교지 편집장은 이를 '하나같이 말도 안 되는 이유들'이라고 비판한다.

등록금협의회뿐만이 아니다. 손병두 총장은 4월11일 기자간담회에서 “개정 사학법에 따라 대학평의원회가 구성된 곳도 있고 끝까지 안 하고 버티고 있는 곳도 있다. 우리 학교(서강대)도 버티다 결국 정관 개정을 했다. 사학법이 다시 개정되면 대학평의원회 등은 다 없어지게 될 것이다”라고 특정 기구를 정면 공격한 바 있다.

대학평의원회는 학칙 제정·발전 계획 수립·회계 등 학교 운영과 관련한 여러 사항을 심의·자문하는 법에 보장된 기구로서 서강대의 경우 교수·학생·교직원 대표자들이 참석한다. 하지만 손 총장에게 이 기구는, 위 인터뷰 내용처럼 끝까지 안 하고 버티고 싶었고, 나아가 아주 없애버리고 싶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서강대 한 대학평의원은 이에 대해 “학내 구성원이 참여하는 유일한 민주적 협의 기구를 오히려 강화해야 하는 판국에 (손 총장은) ‘폐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되면 학교 운영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공간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마음대로 학교를 좌지우지하겠다는 심산 아니겠느냐”라고 꼬집었다.

ⓒ시사IN 윤무영서강대 측이 손병두 총장의 치적으로 꼽는 국제학사관·지하 캠퍼스 건립 공사 현장.
심지어 손 총장 측은 2007년 5월 대학평의원회 구성 논의 과정에서, 교수·학생·직원 대표자를 자기 뜻대로 선출하려는 계획을 세운 적도 있었다. 교수와 학생, 교직원 대표자 후보를 각각 교무처·학생처·사무처에서 추천받아 총장이 결정하는 방안을 마련했던 것이다. 당시 교수협의회는 성명을 발표해 “기구의 존재 의의를 왜곡하려는 처사이다. 대표자들을 직접 낙점하겠다는 발상은 총장의 의식 수준이 과연 대학의 장으로서 적합한지 아연실색할 따름이다”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손 총장 측은 이에 대해 ‘여러 방안 중 하나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우재철 서강대 홍보실장은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이후 전체 교수회의를 소집해 의견을 물어서 구성·선출 방식을 결정했다. 최종 결과가 중요한 것 아니냐”라고 밝혔다. 그러나 교수협의회 관계자는 “법적 소송까지 준비하는 등 반발이 거세지자 어쩔 수 없이 한발 물러선 것이다”라며 손 총장의 본심은 4월11일 기자간담회에서 다 드러났다고 말했다.

파주 글로벌 캠퍼스, 무산됐다는 소문 파다

손병두 총장의 비민주적 사업 방식은, 언론에 떠들썩하게 보도됐던 ‘파주 글로벌 캠퍼스 건립’ 추진 과정에서도 그대로 확인됐다. 서강대는 2007년 2월 새 캠퍼스 건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파주시와 체결했는데, 놀랍게도 당시 교수·학생·교직원 그 누구도 언론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교수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언론에 나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 전까지 논의는 물론이고, 언급조차 없었기 때문이다”라고 황당해했다. 총학생회도 당시 “구성원들과 아무 합의도 없이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진행되고 있다. 자금이 어디서 마련되는지 등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라고 비판 성명을 냈다.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설명회만 한 차례 열었을 뿐, 캠퍼스를 어떻게 조성할지, 어떻게 자금을 마련해 언제 추진할지 등 구체적인 청사진은 1년이 지난 최근까지도 나오지 않고 있다. 구성원의 문제 제기가 쏟아지자 손 총장은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는데, 이 과정에서 실언을 해 참석자들의 실소를 자아냈다.

ⓒ서강대 교지2007년 4월 학교 측의 등록금 인상에 항의하며 본관을 점거한 서강대 학생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손 총장은 지난해 8월 열린 전체 교수회의에서 파주 캠퍼스에 교수용 임대 아파트를 지을 구상을 밝히면서 “신임 교수는 집 문제를 해결해서 좋고, 집 있는 교수도 있는 집을 팔거나 전세 주고 남은 돈으로 재테크를 하면 좋지 않겠는가”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해 퇴임한 이효구 전 경제학과 교수는 그 같은 발언에 매우 놀랐다며 “교수들의 부정적 반응을 희석시키기 위해 던진 감미료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했다. 손 총장 측은 그러나 “당시 그런 발언은 없었다”라는 입장이다.

더 큰 문제는 ‘파주 캠퍼스 건립이 이미 무산됐다’는 설이 학교 내에 파다하는 사실이다. 한 교수는 “학교 핵심 관계자로부터 ‘완전히 물 건너갔다’라는 말을 들었다. 약 800억원을 빌려야 부지를 살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언론 등에 대대적으로 홍보한 사안이라, 잘 안 될 경우 아무런 준비·계획도 없이 터뜨렸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서 공식 발표를 못하는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대학평의원회 관계자도 비슷한 말을 들었다며 “눈에 보이는 실적에만 급급하다 보니 무리수를 둔 것 아니겠느냐”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손 총장 측은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하는 중이다”라며 ‘무산설’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다.

기부금 모금액, 진실은 무엇인가

손병두 총장이 가장 큰 성과로 꼽는 학교 발전기금(기부금) 모금액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손 총장 측은 “손 총장이 오기 전에는 10년 동안 100억원도 모으지 못했는데, 2006년 한 해에만 219억이 들어왔다. 이는 연세대(274억원)·고려대(234억원)에 필적하는 액수다”라고 대내외에 자랑해왔다. 하지만 구성원들은 어디서 돈이 들어왔는지, 어디에 쓰이는지, 실제 돈이 들어오긴 한 건지 전혀 알 수 없다고 불만스러워한다. 손 총장 측은 이에 대해 “이름이 공개되면 다른 대학에서도 요구가 올 수 있으므로 스스로 밝히길 꺼리는 기업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것을 공개할 수는 없다”라고 해명했다.

이런 가운데 〈시사IN〉이 확인한 결과, 2007년 10월 교육부가 조사·발표한 ‘2006년 사립대학 기부금 모금 현황’ 자료와 서강대가 공개한 수치가 서로 다른 것으로 드러나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연세대(493억원)와 고려대(337억원)가 큰 차이가 있었음은 물론이고, 서강대도 219억원이 아니라 고작 34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손 총장 측은 그러나 “교육부가 어떤 기준으로 집계했는지 모르겠다. 자료를 준 적도 없다. 219억원이 맞다”라고 거듭 주장했다. 반면 당시 교육부 담당자는 “대학 측에서 준 자료대로 정리했다”라고 말했다. 둘 중 한쪽은 거짓말을 하는 셈이다.

기부금 모금액에 대한 구성원들의 불신은 지난해 10월 교수협의회의 교수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응답자의 83.6%(매우 불만족 35.9%, 대체로 불만족 22.2%, 그저 그렇다 25.5%)가 ‘손병두 총장의 학교 발전을 위한 모금 노력 결과’에 비판적인 평가를 내린 것이다. 손 총장 측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내부 사정을 잘 모르니까 안 좋은 평가가 나온 것이라고 본다. 업적 평가와 승진 규정을 까다롭게 하는 등 교수 사회에 긴장을 불어넣는 것에 대한 불만도 깔려 있을 것이다”라고 해석했다.

우재철 서강대 홍보실장은 “학교가 새롭게 발전하는 과정에서 일부 진통이 있긴 하지만, 절대 다수는 손병두 총장을 지지한다”라고 밝혔다. “눈에 띄게 늘어난 기부금 모금액을 비롯해 유명 교수 채용, 연구 역량 강화, 민자 유치를 통한 지하캠퍼스·국제인문관·개교 50주년 기념관 건립 등 학교에 상당한 활력이 생겼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부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실질적인 대표체로 보기 어렵다. 어쨌든 손 총장은 그분들과도 함께 가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교수 154명 가운데 81%가 손 총장의 학교 운영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50주년 기념관에 대형 할인점인 홈플러스가 들어서는 문제에 대해 학생 356명 중 64.1%가 반대하는 현실을 과연 ‘일부의 목소리’라 할 수 있을까.

대학원 총학생회 한 관계자는 “파주 캠퍼스니, 민자 유치니 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식으로’ 뭔가 겉만 번지르르한 성과를 쏟아내고 있는데, 결국 그것은 기업 배만 불리고 학생 부담을 가중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라고 비판했다. 민자 유치를 통해 건립되는 지하 캠퍼스·국제 인문관·50주년 기념관의 경우 최하 10년에서 최장 30여 년 동안 기업이 관리·운영권을 갖게 된다. 이러한 권리는 투자비가 회수되는 시점까지 행사할 수 있다. 당연히 이 건물들에는 열람실이나 동아리방 등 학생에게 필요한 공간보다는 ‘고객’인 학생을 유혹할 상업 시설이 가득 찰 전망이다.

한 교수는 “손병두 총장은 대학 자율화를 말하면서 사학법을 폐지하겠다고 하는데, 왜 그 자율성이 교수·학생 등 학교 구성원에게는 적용이 안 되는지 모르겠다. 학교 구성원의 의사는 철저히 무시하고, 자기 편한 대로만 하려고 한다. 손 총장 뜻대로 학교가 완전 장악되면 서강대는 지금보다 더 큰 위험에 빠질 것이다”라고 걱정했다.

대교협 회장에 취임한 손 총장은 이제 모든 대학을 ‘주식회사 서강대’처럼 만들고 싶어할 것 같다. 손 총장은 지난해 4월 한 주간지와 한 인터뷰에서 “서강대는 기업에서 요구하는 자질을 키우기 위해 총력을 쏟고 졸업 후에도 애프터서비스를 한다. 신입생은 원료이고 졸업생은 최종 제품이다”라고 자신의 교육 철학을 솔직하게 드러낸 바 있다.

기자명 고동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intereds@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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