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산하 통일위원회는 이 사건이 조작된 간첩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국정원이 탈북자 동생에게 허위 자백을 강요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수년간 계속돼온 종북 논란 탓인지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사건을 조금만 살펴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국정원이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한 정황이 드러난다. 먼저 유씨의 간첩 혐의에 대한 가장 유력한 증거는 여동생의 증언이다. 하지만 이는 그녀가 180일 동안 국정원 산하 합동신문센터에 수용된 채 오빠의 간첩 행위에 대한 진술을 강요당했음을 역으로 증명하고 있기도 하다. 유씨의 여동생은 변호인들을 만나 기존 진술을 번복하고 자신이 국정원에서 강압적으로 조사받았다는 사실을 밝혔다.
옌볜에서 찍은 사진을 북한으로
하지만 이 사건의 진정한 문제는 국정원의 디지털포렌식(증거 조사) 팀이 상식 이하의 문건을 증거로 제출했다는 데 있다. 디지털포렌식이란 사건의 일차 증거인 디지털 증거를 조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반 사건으로 치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지문을 바꿔치기한 수준의 일이 일어났다. 국정원 디지털포렌식 팀은 유씨가 북한에서 유씨 본인의 아이폰으로 찍은 것이라며 사진 6장을 증거로 제출했다. 하지만 변호인이 유씨의 컴퓨터를 돌려받아 다시 디지털포렌식 작업을 해본 결과 유씨가 북한에서 찍었다고 국정원이 밝힌 2012년 1월22~23일 중국 옌볜에서 찍은 사진이 추가로 발견됐다. 유씨가 해당 날짜에 중국에 체류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사진이었다.
더 황당한 것은 국정원이 유씨가 북한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주장한 사진의 EXIF 정보(디지털 사진 내부에 따로 저장되는 정보) 중 GPS(위치) 정보를 확인한 결과, 국정원이 제출한 모든 사진이 중국 옌볜에서 찍은 것임이 드러난 것이다. 국정원은 증거 사진을 종이에 프린트한 상태로 제출했기 때문에, 변호인이 따로 디지털포렌식 작업을 하지 않았다면 이 사실을 확인할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이 사건은 한국 디지털포렌식의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 일반 민형사 사건에서는 나름 공정한 작업이 진행되지만, 공안이나 국가보안법 사건에선 검경 및 국정원 입맛에 맞게 디지털 증거가 조작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현재 검경과 국정원을 위한 포렌식 작업자는 있어도 변호사와 재판부 입장의 포렌식 작업자는 전무하다. 따라서 그들은 증거를 조작해도 검증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디지털 데이터를 함부로 처리하는 양상이다.
디지털 증거를 조작해서 법정에 제출해도 처벌받지 않는 현 제도를 고치지 않고는 한국 IT의 공정성을 확보할 길이 없다. 디지털 전문가가 증거를 조작함으로써 결백한 사람이 졸지에 간첩이 되어버리는 것이 2013년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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