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가 무르시 지지파를 향해 발포함으로써 이집트 정국은 더욱 불안해졌다. 무슬림형제단 등 무르시를 지지하는 이슬람 세력은 엄청난 위기에 몰렸다. 대통령직에서 쫓겨난 무르시는 현재 공화국 수비대 병영 시설에 감금된 상황이다. 무슬림형제단 부의장 카이라트 엘샤테르도 체포됐다. 따라서 앞으로 더 거센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실제로 이미 무르시 지지파 시위대 속에서 과격 이슬람 단체들의 깃발이 눈에 띈다. 이들 내부에서 ‘이에는 이, 눈에는 눈’ 방식으로 군부에 무력으로 대항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세계 각국은 이집트 관광이나 방문에 평소보다 각별히 주의할 것을 당부한다. 이란 정부는 자국민에 대해 이집트 방문을 전면 금지하기도 했다.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도 “이집트 전역에서 폭력 사태가 악화되는 상황을 매우 우려한다”라며 현지 치안을 걱정했다.

ⓒ연합뉴스지난해 2월11일 납치된 후 석방된 이민성 목사(왼쪽)와 이정달 장로.
지난 4월 실제로 이집트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 이집트 남부의 유명 관광지 아부심벨의 지역 주민 수십 명이 아부심벨과 아스완 시를 연결하는 주요 고속도로를 차단해 외국인 관광객 600여 명을 태운 버스 수십 대를 막았다.

한국인들에게 성지 순례지로 인기가 높은 시나이 반도도 그리 안전한 곳이 아니다. 시나이 반도는 모세가 여호와로부터 십계명을 받은 곳으로 알려진 시나이산이 있어 기독교와 유대교, 이슬람교 교도 수십만 명이 해마다 성지순례를 하는 명소다.

하지만 시나이 반도는 외국인 납치가 빈번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곳이다. 지난 3월에도 이스라엘 남성과 노르웨이 여성 등 관광객 2명이 베두인족 무장 괴한들에게 납치되었다가 가까스로 풀려났다. 지난해 2월엔 한국인 관광객 3명이 무장 부족에 납치된 적이 있다.

지난 7월7일에는 시나이 반도에서 이집트와 요르단을 연결하는 천연가스관이 무장 세력의 공격을 받아 폭발하고 경찰이 살해됐다. 무장한 이슬람주의자들이 군 시설을 공격하기도 했다. 시나이 반도를 근거지로 삼은 이슬람 단체는 무르시 대통령이 축출되자 군부를 향해 산발적인 게릴라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7월8일 이집트 군부의 강경 진압으로 무르시 지지자들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보복 공격을 하겠다”라고 밝혔다. 현재 얼마나 많은 한국 관광객이 시나이 반도를 찾는지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이 이집트 여행을 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시기라는 건 분명하다.

기자명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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