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로댕 하면 대개 〈생각하는 사람〉을 떠올린다. 개인적으로는 〈칼레의 시민〉이 더 마음에 와 닿는다. 1339년부터 시작된 영국과 프랑스의 100년 전쟁 때 프랑스 북부 도시 ‘칼레’가 영국군에 포위되었다. 칼레 시민을 몰살시키려는 영국 왕에게 칼레 시장은 “시민들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애원했고 영국왕은 한 가지 조건을 내건다. 시민 중 여섯 명이 맨발에 죄수복을 입고 목에는 밧줄을 걸고 성문 열쇠를 자기에게 가져오면, 다른 시민들 목숨은 살려주겠다는 것. 그러자 그동안 칼레 시에서 가장 풍요로운 삶을 살았던 6명이 자기 목숨을 내놓겠다고 자원한다. 이들에 대한 사형이 집행되려는 순간 영국 왕비의 간청으로 이들은 극적으로 생명을 구하게 된다.

이들 6명의 이야기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상으로 회자되면서 프랑스 사람들에게는 대단한 자랑거리다. 이를 기념하고자 칼레 시가 6명의 조각상을 로댕에게 의뢰하는데,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칼레의 시민〉이다. 그런데 제작 과정에서 또 한번 반전이 일어난다. 동상을 의뢰한 칼레 시 측은 이들을 용감한 영웅으로 묘사하고자 했다. 하지만 로댕은 죽음을 앞둔 여섯 사람의 인간적인 모습을 진실되게 드러내야 한다며 시와 충돌했다. 앙다문 입술과 굳은 표정,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뇌하는 모습까지, 칼레의 여섯 시민은 그렇게 인간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작품이 처음 대중에 공개되었을 때 받침대 위에 높이 올려져 있었는데, 이 역시 로댕이 원하던 전시 방식이 아니었다. 로댕은 일반 시민과 같은 눈높이에 〈칼레의 시민〉을 전시하는 게 맞다고 여겼다.

비자금 조성과 탈세 의혹을 받는 이재현 CJ 회장은 자택의 모든 층과 자동차, ‘신체’까지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비록 검찰이 출동한 현장에 없어 신체를 수색당하는 험한 꼴은 면했지만, 영장이 발부된 것만으로도 재계에서는 화제다. 이 회장의 사촌동생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아들을 국제중에 부정입학시켰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과를 하고 아들을 자퇴시키기에 이르렀다.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은 원정 출산 논란에 휩싸였다. 만삭의 몸으로 대한항공 미주본부로 발령 난 지 얼마 안 되어 아들 쌍둥이를 출산하자 회사 차원에서 원정 출산을 기획한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샀다. 〈뉴스타파〉가 연속 보도하는,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이른바 ‘유력 인사’들의 명단은 점입가경이다. 시절이 이러니 〈칼레의 시민〉에 유독 마음이 쏠리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닐 터. 한국ABC협회의 조사 결과 〈시사IN〉이 주간지계의 1위에 올랐다니 더더욱 ‘〈시사IN〉 오블리주’를 다짐해야겠다.

기자명 이숙이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sook@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