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을 열심히 읽으면 언론사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시사IN〉 독자위원 활동을 했던 예비 언론인들이 언론사 공채에 합격했다는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올해 한 언론사 수습 공채에는 독자위원 출신이 3명이나 최종 합격했다. 곽승희씨는 13기 독자위원으로 활동하는 중간에 덜컥 합격하기도 했다.

애초 5명이었던 13기 독자위원은 곽승희씨(27)가 빠지면서 4명이 되었다. 5월6일 〈시사IN〉 회의실에서 설경희(23)·곽우신(25)·정수양(26)·김재경(25) 독자위원이 리뷰 회의를 가졌다. 제288호부터 제293호까지 6권의 〈시사IN〉에 대해 남다른 예리함으로 조목조목 분석하고 비판했다. 고재열(고):〈시사IN〉 표지 디자인에는 세 가지 패턴이 있다. 사진(혹은 합성 사진)이 있고 그래픽이 있고, ‘캐리돌’로 만들어 찍는 방식이 있다. 각각의 느낌이 다를 텐데, 어땠나? 김재경(김):만들어서 제작한 표지가 가장 좋았다. 제290호의 경우 김설송 기사가 다소 의아했는데, 김설송과 김정은 사진을 합성하니까 의구심이 더 들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조남진〈/font〉〈/div〉제13기 독자위원회 첫 번째 리뷰 모임(위)에서는 캐리돌 표지와 사진 표지에 대한 평가의 시간도 가졌다.
ⓒ시사IN 조남진 제13기 독자위원회 첫 번째 리뷰 모임(위)에서는 캐리돌 표지와 사진 표지에 대한 평가의 시간도 가졌다.
곽우신(곽):캐리돌을 개인적으로 좋아하긴 하는데 특·장점이 다른 거 같다. 캐리돌로 제작한 표지는 임팩트가 있어서 메시지를 강력하게 한다. 사진 표지는 깨알 같은 효과가 들어 있다. 캐리돌로 제작한 표지는 한 끼 식사를 잘한 느낌이고, 사진 표지는 뷔페에 온 느낌이다. 정수양(정):찰흙으로 만들어 제작한 표지가 〈시사IN〉의 대표적인 표지 같다. 〈한겨레21〉이랑 함께 구독하는데 그래픽은 좀 처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293호 ‘공포의 아파트 정치’ 표지의 경우 상큼한 느낌이 없어서 안 끌렸다. ● 표지 기사 평가 :이제 표지 기사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 제288호 ‘문재인의 고뇌’부터. :정치 기사를 항상 재미있게 읽는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 사람의 직접적인 언행보다 의도를 분석해서 들어가는 것이라 어떤 때는 사견에 치우친 내용도 있는 듯하다. 한 끗 차이다. 소설이냐 아니면 노스트라다무스급의 예언이냐 하는 것은. 문재인 의원이 예전에 안철수 의원이 보여줬던 것처럼 숨어 있다가 타이밍 재고 한 방을 노린 거 아닌가 했는데, 본인이 우유부단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거라니까 의아했다.

:이 기사는 문재인 의원의 권력 의지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 것인데, 정치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비판이 되었던 부분이라 이런 식의 해석을 하는 건 합리적이었다고 생각했다.

:다음 호로 가보자. 제289호 ‘인사 참사’ 표지 기사는 어땠나? 설경인(설):성추문 스캔들을 다루려는 건지, 인사 참사를 다루려는 건지 여실히 드러나지 않았다. 표지도 자극적이긴 하지만 무엇을 말하려는지 모르겠다.

:표지를 봤을 때 동영상 파문 자체보다는 다른 건들에 대해서 궁금증을 채워주리라 기대했다. 이번 인사를 보고 문제 제기가 나오겠구나 생각했는데 주요 내용은 막장 동영상 파문이었다. 이 이슈가 올라온 것 자체가 너무 선정적이다. 같은 주제라도 좀 다르게 접근했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가십이나 선정적인 것을 좋아해서 재미있게 읽었다. 기사에 동영상 장면에 대한 언급이 있었으면 선정적이라고 느꼈을 텐데, 팩트 위주로 쭉쭉 쓴 기사라 재미있게 읽었다.

:제290호 표지 기사 ‘북한 권력 핵심 김설송은 누구?’를 비롯해 요즘 남문희 기자의 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남북관계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 같다.

:요즘 〈시사IN〉을 펴자마자 읽는 것이 남문희 기자의 기사다. 북한 정치 돌아가는 상황을 어떻게 그리 잘 아는지 궁금하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 당선과 김설송 이야기를 연결한 것은 좀 의아했다. :정말 김설송이 중요한 인물이라면 다른 매체도 보도했을 텐데 거의 언급이 없었다. 의구심이 들었던 것은 김정일 위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을 원했다는 기사다. 남한에서 여자 대통령이 안 되었다고 해서 권력에서 밀려났다는 게 솔직히 잘 이해가 안 됐다. 북한도 정치가 복잡 미묘할 텐데….

:의구심이 들기는 했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김설송 이 사람이 누구지 하면서 읽다가 박근혜하고 연결시키니깐 뭔가 탁 때리는, 재미있는 리듬이 있었다. :김설송이라는 인물을 수면 위로 올린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우리가 김정은·김경희·장성택 이야기를 하지만 그 뒤 이야기는 전혀 모르는데 김설송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무슨 역할을 했다고 하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남문희 기자 기사는 제292호 ‘캐시카우 쥔 북한, 창조외교가 필요하다’ 기사가 더 좋았다. 모든 것에 창조를 붙이는 박근혜 정부를 패러디해서 남북관계에 창조적인 제스처가 필요하다는 긴 기사인데 재미있었다. ● 담론 형성형 기획

:제291호 ‘너도 종북이냐’ 기사는 담론 형성형 표지 기사다. 〈한겨레21〉의 경우 이런 표지 기사를 자주 내보내는데 〈시사IN〉은 잘 안 한다. ‘종북 시대’가 되어 〈시사IN〉도 담론을 던져봤는데 이렇게 화두를 던지는 커버는 어떤가? :진실을 사회에 던지고, 사건을 파헤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제대로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할 때 이런 담론을 던지는 것도 좋은 듯하다. 종북몰이가 매카시즘처럼 일었을 때 시의적절하게 보도한 것 같다. 매번 담론만 던지는 것은 문제지만 가끔 찔러주는 것은 좋다.

:동감이다. 시도 때도 없이 던지면 반감이 들 테고, 이 정도가 딱 좋다.

● 고정면 기사, 기획 연재 평가

:〈시사IN〉 고정면에 대해서 이야기해달라. :굽시니스트의 ‘〈시사IN〉 본격 시사만화’까지 읽으면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굽시니스트 만화는 재밌는데 몇 개 이해가 안 되는 게 있다. 나도 만화를 좋아하는데 마니악한(광적인) 게 있다. 그럴 때는 이해하기가 힘들다.

:요즘 인터넷 서핑을 안 하는 편인데, 조금만 안 하면 못 따라간다.

:굽시니스트 만화를 다 이해하려면 시사와 하위문화 코드를 알아야 한다. 이 두 개의 교집합에 속하는 사람이 흔치 않은데, 설명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몰라도 웃을 수 있는 게 굽시니스트 만화의 재미라고 생각한다.

:원하는 사람이 해설서를 만들면 어떨까? 만화 밑에 댓글로 해설을 달아주고 거기에 대해서 덧글로 논쟁도 하면 재밌지 않을까? :협동조합 시리즈가 최근 연재를 마쳤다. 어땠나? :대학생 과외 협동조합을 생각해본 적 있다. 그런데 애로 사항이 많았다. 5인 이상의 조건을 갖추면 되는 줄 알았는데 준비할 게 많았다. 지금 잘되는 협동조합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안 되는 협동조합 얘기도 했으면 좋겠다. ‘위기의 협동조합’ 이야기를 들어보면 참고가 될 듯하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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