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불량식품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강력하고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불량식품 범죄가 해마다 증가하고 그 수법 또한 교묘하고 악랄해진 탓이다. 새로이 출범한 시진핑 정권이 14억 인구의 먹을거리 안전을 어떻게 지켜낼지 주목된다.

전조가 좋지 않았다. 3월 중순 1만여 구(具)의 죽은 돼지가 심한 악취를 풍기며 황푸강에 떠올랐다. 지난 2월 시작된 불량식품 단속 작전이 대대적으로 전개되는 상황이었다. 신종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닭과 오리 등을 취급하는 식품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은 데다 쓰촨성 대지진에 이어 불량식품 스캔들까지 터지자 중국 당국은 바짝 긴장했다.

불량식품 사건 중 ‘양고기로 둔갑한 쥐고기’ 사건은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공안 당국은 일명 ‘쥐고기 사건’과 관련해 63명을 체포하고 제조공장 50여 곳을 폐쇄했다. 가짜 양고기 10t도 압수했다. 용의자 웨이(衛)는 산둥성에서 사들인 여우·밍크·쥐 따위의 고기에 젤라틴·색소·소금 등을 넣어 가짜 양고기를 제조한 후 이를 장쑤성과 상하이 일대 시장에 유통시킨 혐의로 체포되었다.

ⓒXinhua중국의 한 먹을거리 축제에 참가한 업체의 꼬치구이 모습.
이 밖에도 불량식품 범죄는 다양했다. 폐사한 돼지를 불법 도살해 유통시킨 업자가 있는가 하면, 공업용 로진으로 처리한 돼지머리로 육가공품을 제조해 유통시킨 업자, 병사한 닭을 훈제해서 판매한 업자 등등 각종 악성 범죄가 동남부 해안 도시를 무대로 활개를 쳤다.

불량식품 사태로 중국인들의 소비 패턴에도 변화가 예고된다. 신종 H7N9 조류독감 확산으로 육고기 위주인 중국인들의 음식 문화에 변화가 이는 와중에 폐사 돼지 사건과 쥐고기 파문이 터진 터라, 육류 소비는 줄고 채소나 곡류 소비는 늘어날 듯하다. 지난 4월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4% 증가했다. 식품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이랄까. 육고기 파문에 이어 ‘농약 생강’ 스캔들까지 터지면서 시민들은 채소·곡물 같은 먹을거리 전반으로 의구심을 던진다. 산둥성 농민들이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생강 재배에 사용이 금지된 선눙단(神農丹)이라는 농약을 친 사실이 들통 난 것이다. 선눙단 농약은 50㎎만 섭취해도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맹독성으로, 농업부는 생육 기간이 비교적 긴 면화·담배·땅콩·고구마 등의 작물이 심각한 병충해에 걸렸을 경우에 한해서만 사용을 허용한다. 당국은 이들 농민이 자신들이 먹을 생강과 수출용 생강을 제외한 중국 내 판매용 생강에만 선눙단 농약을 사용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발표와 달리 이들 ‘농약 생강’이 세관 조사가 허술한 인접 베트남으로도 흘러들어 대량 유통된 사실이 밝혀졌다.

ⓒXinhua5월10일 중국 항저우 식품안전·농업·공상 당국이 농약 생강 500㎏을 몰수해 소각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중국 사법 당국은 5월3일 불량식품 제조 및 판매 사건에 강력히 대처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쑨쥔궁 대법원 대변인은 “악랄한 불량식품 범죄가 식품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이들 범죄는 국민 보건과 경제 질서 및 사회에 암적인 존재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3년 사이 불량식품 범죄는 기하급수로 늘어났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불량식품과 관련된 범죄는 1533건이 발생해 2088명이 처벌을 받았다. 그런데 2010년 80건에 불과하던 범죄 사건이 2012년에는 861건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대법원은 불량식품을 제조·판매·유통한 주체뿐 아니라 공무원까지 처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특별법이 식품 자체는 물론 식품 포장 및 위생 등 식품 안전 전반을 포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트남으로 흘러들어간 ‘농약 생강’

정치권도 나섰다. 5월7일 리커창 중국 총리는 국무원 회의에서 농업 생산물의 공급과 가격 안정을 보장하는 건실한 농업 육성을 촉구했다. 그는 식품 안전을 위해서는 범죄행위인 가짜 고기 제조를 엄격히 감시하고 폐사 동물을 위생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농업 인프라 구축과 선진화, 재정 지원을 통한 농업 경제발전을 강조했다.

5월10일 중국 항저우 식품안전·농업·공상 당국이 농약 생강 500㎏을 몰수해 소각했다.
리 총리의 이번 행보는 중국이 농업 사회(국민의 60%가 농민)이고 농민들의 안정된 삶이 정권 안위와 직결된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농업부는 조류독감이 양계 농가에 끼친 손실만 400억 위안(약 7조2000억원) 이상이라고 발표했다. 당국은 동북부 지역의 강우와 남서부 지방의 가뭄, 쓰촨성 지진의 여파가 겹치면서 농민들의 생계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다.

중국의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은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에도 민감한 대목이다. ‘농약 생강’이 베트남으로 흘러간 것처럼 언제 중국의 불량식품이 주변국으로 유입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중국 여행 때 항공기에서 제공되는 양고기와 소고기 음식을 먹지 말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중국에서 이처럼 불량식품이 기승을 부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첫째, 중국 사회에 만연한 한탕주의식 이기주의가 꼽힌다. 중국계 미국인 경제학자 허칭롄은 최근 논문에서 ‘이웃 거지 만들기(beggar-thy-neighbor)’라는 도박 용어를 빌려 타인의 희생을 토대로 개인의 이익을 도모하는 행태가 중국 사회에 만연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인들이 돈의 가치만 최고로 여기다 보니 주변의 피해는 개의치 않고 ‘먹을거리 장난’을 저지르곤 한다는 것이다. 그는 불량식품 범죄에는 공급자·가공업자·농민·조리사 등 다수의 공범이 얽혀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둘째, 결과를 중시하는 성장 우선주의 풍조와 중국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꼽을 수 있다. 농민들은 동물들의 빠른 성장을 위해 항생제 및 중금속을 무분별하게 남용하고, 곡물 및 채소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맹독성 농약을 대량으로 살포한다. 또 이들 유해 식품은 부패 관리들과의 유착으로 어떤 제재도 받지 않고 국민의 먹을거리로 팔려나간다. 신화통신은 중국인들이 불량식품의 마루타(인체 실험 대상자)가 되고 있다면서 농민과 관리들이 저지르는 먹을거리 비리 실태를 고발 중이다.

이처럼 광범위하게 퍼져 주변국까지 위협하는 중국의 불량식품을 근절할 방안은 뭘까? 전문가들은 체감할 수 있는 법적 감시와 명확한 위험 경고가 수반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상하이 식품연구소 마즈잉 최고기술책임자는 “불량식품 문제를 해결하는 최상의 방책은 당국과 단속 기관이 식품 유통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범법자들을 엄중히 처벌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최근 설립된 식품위생국이 이런 기능을 맡아주리라 기대했다.

중국에 먹을거리 불안이 심해지면서 세계 각국의 식품업계는 오히려 중국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5월7일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식품 박람회에는 69개 나라에서 1900여 업체가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중국은 수입식품 가격이 비싼 나라 중 하나다. 일례로 지난해 멜라민 분유 파동 이후 수입 분유 가격이 급등해 원산지 가격의 최대 4배로 팔리고 있다. 외국 식품업계가 군침을 흘리기에 충분한 시장이다. 중국 국민은 불안한 국산 먹을거리와 값비싼 수입 먹을거리라는 두 개의 덫에 걸려 있다.

기자명 정다원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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